본문 바로가기

아이디어젠

(4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1993년 군대에 들어 갔을 때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격언 중 하나를 이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군대라는 가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하고 또한 26개월(지금은 24개월이지만)을 무조건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이 조언은 적절할 수 있다. 고통스럽게 견디려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찾으며 '생활하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이 조언을 참으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상황에서만 이 조언은 의미있지 그 이상으로 확대되면 큰 문제가 된다. 오래 전 내가 군대 생활을 했던 부대는 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편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병사들끼리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 구타가 존재했다. 이등병..
기획자를 위한 주말 생각하기 - 요구와 욕망 토요일 새벽입니다. 이번 글은 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주말에 생각할만한 주제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이번 주말과 휴일에 생각할 과제도 이것입니다. "요구와 욕망에 대하여" 요구라는 단어 대신 니즈(needs)라는 표현을 쓰면 좀 더 와 닿지 않을까 합니다. 사용자의 요구라고 표현하지 사용자의 욕망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업계에서 무슨 무슨 '요구'라고 말할 때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을 의미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욕망'이라는 것을 주관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어떤 것을 의미할 때 자주 사용합니다. 기획자는 요구와 욕구를 구분해야 한다고 교육 받고 그렇게 판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 노력만큼 자주 요구와 욕망은 혼용되고 잘 구분되지 못하여 기획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
기획자와 생각의 속도 5배 빨리 읽고, 5배 더 외울 수 있다는 조그만 속독(fast reading) 광고를 보았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에 한 동안 유행했던 학습 웅변, 주산과 더불어 속독도 있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MBC에서 변웅전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라는 프로그램에서 독속을 배웠다는 아이 둘이 나와 두꺼운 아브라함 링컨의 전기를 십여초에 한 장씩 넘기며 읽은 후 그 내용을 물어보던 것도 기억난다. 어린 마음에 책을 빨리 읽는 게 무척 부러웠는데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속독을 배워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빨리 읽는다고 시험 점수 올라가나?" 10살도 안된 꼬마에게 어머니의 강력한 점수에 대한 압박은 모든 일의 결과가 월말 고사 점수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판단하던 시절이었다. 월말 고사에서 문제 하나 틀리..
과도한 정보와 판단력의 상실 기획자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어떤 결심을 하려는 사람에게 빨리, 정확히 결심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웹 기획자는 웹과 관련한 어떤 일에 대해 그런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웹 기획자는 매우 흔하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대리, 우리 회사가 미니 블로그를 만들면 어떨까?" 어떤 의도로 누가 이런 질문을 했든 관계없이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웹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면 이 질문은 이런 구체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회사에서 웹에 대해 그나마 식견이 있는)이대리, 우리 회사가 (당신도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은 잘 알고 있겠지만) 미니 블로그 (트위터나 미투데이나 플레이톡 같은 것 말야, 나도 그건 봤거든)를 만들면 (뭐 만들지 안 만들지 나도 아직은 모르지만 일단 만..
공공 웹사이트의 고민 최근 몇 년 사이 어쩌다보니 공공성이 있는 웹 사이트에 대한 컨설팅 의뢰를 자주 받게 되었다. 공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웹 사이트는 해피빈과 아름다운 재단 웹 사이트다. 주로 의뢰를 받았던 곳은 국가 기관 관련 웹 사이트나 공사 혹은 공공을 위해 일하는 법인의 웹 사이트였다. 이런 웹 사이트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지만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하기 쉽게 3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1. 수익보다 사용자의 관심이 중요하다. 2. 그런데 사용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3. 그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봤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운영자 입장에서) 어떤 웹 사이트는 10년 가까이 운영한 곳도 있었고 어떤 웹 사이트는 운영 조직 인원만 50명이 넘는 곳도 있었고 또 어..
단짝 웹 기획자 단짝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 하자면 콤비네이션(combination)이 될텐데 단짝의 이면에서 '서로 마음이 맞다'거나 '조화롭다'는 뉘앙스가 있다. 많은 회사의 웹 서비스 기획자와 만나면서 이들이 항상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부족한 존재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천재적인 웹 기획자가 있는 회사라고 해서 항상 좋은 웹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 반면 평범한 상식과 지식으로 웹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회사에서 나름대로 훌륭하게 과업을 수행하는 모습도 자주 발견했다. 이 블로그에서 누차 이야기했듯 창조적 역량이 필요한 웹 기획에서 평범한 웹 기획자는 자주 좌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나름대로 웹 서비스를 꾸려 간..
웹 기획자의 교양 웹 기획자가 업무 수행과 과업 달성을 위한 혹은 몸 값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 되는 기술 및 지적 능력과 함께 교양이 되어야 할 항목은 무엇일까? 온라인에 공개된 여러 문서나 웹 기획자들이 흔히 참조하는 책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웹 기획자의 대표적인 교양으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쌓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껏해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위한 10가지 조언" 정도의 그야말로 조언만 존재한다. 웹 기획자가 가져야 할 교양은 더 이상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되어서는 안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그러한 교양을 쌓을 수 있으며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며 또한 현업에서 ..
실전 웹기획과 아카데믹 웹기획 실전 어쩌구의 제목을 듣자면 뭔가 시험과 관련되는 것 같다. 실전은 말 그대로 전쟁 용어다. 훈련과 대비되는 것이 실전이다. 굳이 군대를 다녀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이라는 표현을 들어 봤을 것이다. 웹기획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실전 웹기획과 아카데믹 웹기획이 그것이다. 아카데믹(academic) 웹기획은 다른 말로 아마추어 웹기획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카데믹 웹기획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경향으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 프로세스 지향적 - 개념과 의미 지향적 - 경험 지향적 위 3가지 경향은 아카데믹 웹기획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며 대개 현업 경력이 적거나 상식 수준에서 웹기획을 하려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