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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나도 물론 그렇다.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남자로서 사랑받고 싶고, 선배로서 사랑받고 싶고, 블로거로서 사랑받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일하면서 사랑받고 싶다. 존경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랑받으며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나. 우리 모두는 회사에서 사랑 받으며 일하고 싶어 한다. 회사가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회사가 뭘 좋아하지?
 

(회사도 페이스북의 'i like' 버튼처럼 여러분을 수시로 평가하고 있지 않을까?)


"회사가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는 건 다소 문제가 있는 문장인 듯 하다. 회사는 일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지 사람은 아니지 않나. 차라리 상사가 좋아하는 사람이 맞지 않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완벽한 문장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며 사랑 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내가 하는 일이 주목 받고, 내가 하는 일이 성공하는 것 아니겠나. 그러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다들 나를 좋아해주고 내가 하는 일을 지지하고 도와주려는 상태가 사랑 받는 상태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상사, 동료, 후배'를 모두 포함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 그 사람들을 합치면 결국 '회사'가 되니 결국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게다가 많은 회사가 법인(법률적 인격체)아니던가.



사랑 받기 위한 방법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런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 "사랑은 기술인가?" 그의 생각처럼 나도 사랑은 일종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습성일 뿐이다. 제대로 사랑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회사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뭔가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회사가 원하는 매력을 내가 갖고 있는 지 확인해 봐야 한다. 회사가 원하는 것을 내가 갖고 있을 때 회사는 매력을 느끼고 나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매력이라는 것이 늘 같은 게 아니다.  

(<사랑의 기술>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사랑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다)


 
작은 회사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르고, 큰 회사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르다. 창업자나 소유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회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답하기 곤란하다. 그래도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을 굳이 알고 싶다면, "똑똑하고 성실하고 임금 적게 받고 열심히 일하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온 몸 바치며 장기 근속을 할 수 있는 사람" 이라는 멍청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내가 이런 질문  -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 을 하고 있는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지 노력하는 것으로 회사의 사랑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그것을 인정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가진다. 나는 회사를 사랑했는데 회사가 나를 배신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사랑의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러니까 이론 상 회사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종류의 사람들을 좋아한다.


회사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다섯 종류의 사람들

회사의 사랑을 받으려면 회사가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어떤 요소를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여러 회사를 다니며 직원으로서 경험한 것과 회사 임원으로서 느낀 것, 그리고 여러 책에서 읽은 것들을 조합해 보니 대략 5가지 종류의 사람들로 추릴 수 있었다.
 

1. 회사에 결정적인 이익을 주는 사람들
2. 회사가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사람들
3.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
4. 성실한 사람들
5. 똑똑한 사람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 5가지 이상의 것은 찾기 힘들었다. 그 외의 요소들은 회사가 나를 좋아하는 정도는 될 지 몰라도 사랑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회사 내 인맥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회사 내에 튼튼한 인맥이 있거나 인맥을 확장하면 회사에서 사랑 받는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러나 회사가 누군가 해고를 해야 할 때 위 다섯 가지 요건 중 어떤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면 여지 없이 해고된다. 정리 해고 상황에서 튼튼한 인맥은 살아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될 지 몰라도 해고의 방어 기제는 되지 않는다.  
 
작은 기업일수록 5번 항목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기업의 경우 대개 1번과 2번 항목을 창업자나 창업 멤버들이 보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본이 영세하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기업일수록 5번 항목 즉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비교 우위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4번 항목인 성실함이 겸비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엔 조금 방향이 다른데 1번 항목과 5번 항목의 가중치는 똑같다고 볼 수 있고 3번과 4번 항목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커 진다.

대기업의 경우 신입 사원을 뽑을 때는 5번과 4번을 중요시하지만 실제 근무 환경은 기업과 오래 함께 할 직원의 덕목으로 조화와 균형을 우선시한다. 장기간 회사를 유지하며 기본적인 수익 구조는 이미 조직이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역량으로 회사의 수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 대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똑똑함보다는 성실성과 타부서와 조화를 이루는 사람들을 반기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 누구에게 물어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위 5가지 사랑 받는 사람을 근거로 내가 어디에 속하는 지 판단해 보자.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한 가지는 만족시키고 있을 것이다.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상태니 어떤 것이든 먼저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곧 - 아마 3개월 안에 - 심각한 위기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라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철밥그릇이라고 비난 받는 것 아닌가. 5가지 요건은 사실 여러분이 회사로부터 사랑 받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회사는 저런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게 핵심이다.

회사는 연봉 받는 만큼 일하는 사람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 회사는 주가가 폭락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심지어 급여를 줄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회사의 비전을 함께 하며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회사는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가치관과 능력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끝없이 갈등하고 투쟁할 수 밖에 없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조화와 균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때 회사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된다. 회사의 일이 늘 새롭고 창조적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상조차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유지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훌륭한 한 명의 인재는 그저 그런 수백명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회사는 그런 똑똑한 인재를 원하고 여러분이 그 인재일 수 있다.

회사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매력적인 사람을 원한다. 생각해 보라. 회사에서 사랑 받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그들은 회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멋진 회사를 원하는가?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사랑받고 싶은가? 그런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회사는 매력적인 사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늘 원한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면 된다. 사랑의 기술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한다. 먼저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최근작 <내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