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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대입 영어시험 만점 받은 사연

일단 저는 학력고사 세대입니다. 


알파벳을 중학교 들어가서 배운 시절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까지 제 영어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70점 정도였습니다.

정말 열 받더군요.

혼자 공부를 해 봐도 도무지 점수가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30점 차이를 도무지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과외도 안했고 그럴 처지도 아니었죠.


그런데 고 1때 친구들이 "거기 유명한 강사가 있다"고 떠들어대더군요.

입시 학원 자율화가 된 지 2년 쯤 된 시절이었어요.

재학생들도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된 거죠.

부산 서면에 있는 어떤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4백 명이 빽빽이 앉아서 듣는 강의실이었습니다.

늦으면 앉을 자리도 없어서 이전 시간 30분 전에 줄 서서 기다리는 강의였죠.


샘플 강의를 들으며 아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거의 개그맨 수준으로 강의를 하더군요.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이 강사는 두괄식으로 강의를 하더군요.

소위 "시소 이론"이라는 걸 얘기했습니다.


오래되서 잘 생각나지 않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영어 문장은 생략이 많다. and or but 이런 게 나오면 그 뒷 문장엔

주어나 목적어 동사 등이 생략된다. 그걸 기억하고 있어야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아오!  저는 그 날 4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며 몰랐던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세상에 생략이라니! I'm sam... 따위의 한 문장에서 주어/목적어/동사가 끝나는

문장만 배웠던 제게 생략되는 게 있다는 건 마치 MMORPG에서 몇 년 째 노가다성

앵벌이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거 매크로로 하면 되는데?"라고 알려 주는 

상황과 같았습니다.


고 1 여름 방학 때 그 강사의 강의를 들었고 그 깨달음을 기초로 저는 영어 시험을

우습게 보기 시작했고 결국 대입에서 영어를 만점 받았습니다. 물론 대학은... 묻지 마시구요.

영어 만점 받으면 뭐합니까, 수학이 10점이었는데.


어쨌든 저는 그런 경험을 하고 깊이 깨달은 게 있습니다. 어떤 공부를 하든

공부의 핵심이 되는 것을 알려주는 스승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그

강사는 시소 이론과 같은 여러가지 영어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 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걸 알려줬죠. 외워야 할 것들.

단어와 관용구를 외우라고 하더군요.
이유는 없습니다. 무조건 외우라고 하더군요.
믿고 외웠습니다.
물론 그냥 믿고 외운 건 아닙니다.
매일 수업을 갈 때마다 전 날 외웠던 것을 노래 부르듯
따라하며 확인해 주는 강사의 노력이 있었고
저도 하루도 안 빠지고 석 달을 개근했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을 때도 스스로 찾아서 영어 공부를 했고
스스로 생각해도 꽤 열심히, 즐겁게 했습니다.
결과는?


그런 트레이닝을 기초로 저는 학력고사에서 영어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죠.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에는 어떤 노하우가 필요하고 그걸 알려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큰 행운이다.
그런데 그런 노하우가 일반적인 건 아니다. 만약 일반적이라면 모두가
만점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니까.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궁합이 중요하다.
나는 운좋게 그 궁합과 만났다. 그래서 어떻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IT에서 컨설팅을 하며 제가 그 강사와 같은 입장이 되어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내가 좋은 강사일까?
그런데 더 중요한 건 행운이 함께 하는 학생들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제가 아무리 잘 가르쳐도 그 배움과 맞는 학생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배움의 의미를 깨닫고 잘 따라오는 학생이 있어야 합니다.
가끔 그런 학생을 만납니다. 그럼 저도 행복하고 학생도 행복하고
그 학생이 소속된 회사는 대박이죠.


영어 만점 받았던 과거 시절을 생각하며 정말 중요한 건
행운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만남의 행운 말입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교습법을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부 잘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공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그런 강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