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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코오롱의 hello dream project

코오롱에서 진행하고 있는 <hello dream project> 중 "500 명의 대학생을 속인 감동의 몰래 카메라"라는 동영상을 봤다. 

http://www.youtube.com/watch?v=F2rn61Iga9Y  

동영상은 아르바이트와 일상의 어려움에 지치고 힘든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몰래 카메라로 깜짝 공연을 보여주고 일당을 지불하는 행운을 준다는 그런 것이다. 참신한 콘셉트다. 그러나 동영상의 제목과 달리 이 몰래 카메라가 정말 감동적이었는 지 의문이다. 동영상이 담지 못한 모습이 현장에서 있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 하러 왔다가 의외의 공연을 보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일상에 지친 대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한 깜짝 이벤트였다고 하니 감동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일당도 지급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 봐도 감동 보다는 '행운'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500 명에게 일하지 않고 일당 6만원 (얼마인지 알 수 없으니 대충 이 정도지 않겠나)이 든 봉투를 건낸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왜 자꾸 500 명에게 위로금 전달식을 한 것으로 느껴질까. 이벤트의 콘셉트는 좋다고 생각한다. 공부와 토론과 연구를 해야 할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찌든 삶을 살고 있고 그걸 위로하려는 의도는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만 본다면 위로금 전달식이라고 폄훼 당해도 좋을 정도로 너무 단순하다. 기획자들의 의도를 이해 못하거나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멋진 스토리텔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내가 그런 콘셉트로 기획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500명의 대학생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모집하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일하지 않고 일당을 준다는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위로금 전달식'과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나는 어떤 기획을 했을까? 5분 정도 고민해서 이런 이벤트를 생각해 봤다.


1. 코오롱 임직원과 함께 하는 설 떡 만들기 행사 진행 요원을 모집한다.
2. 500명을 모아서 '코오롱 직원들에게 줄' 떡 만들기 행사를 위한 교육을 한다.
3. 선물용 떡을 샘플로 제작하도록 한다.
4. 떡이 다 만들어지고 포장이 끝났을 때 코오롱 직원이 나와서 surprise를 외친다.
5. 그 떡은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고급 포장지와 함께 연하장을 건낸다.
6. 연하장에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낼 메시지를 쓰라고 한다.
7. "여러분이 만든 떡을 직접 배송해 주겠다"라고 말한다.
8. 오늘 아르바이트는 이게 끝이라고 말하며 모두에게 일당을 지급한다.
9. 코오롱 직원이 직접 떡을 배달하며 사연을 읽어 준다.
10. 동영상에 이런 모든 장면이 담긴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교육 듣다가 강연 듣다가 깜짝 선물로 공연 보고 일당 챙겨서 나오는 그런 기획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노동을 했는데 그 노동이 사실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 게다가 일당도 그대로 준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힘들게 일하는 대학생의 부모님이나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떡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까지 이어진다. 감동은 거기서 나온다.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왜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겠는가? 그 뒤에는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토리텔링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것.


내 기획이 더 좋다는 의미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동'을 주려면 그만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에 찌든 대학생과 위로라는 접근방식, 콘셉트는 훌륭했지만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 이벤트에 대한 피드백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