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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딜 갔을까?

어린 시절 동네마다 하나 이상씩 꼭 있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머리를 다듬으려면 당연히 근처 미용실을 찾는 요즘 문득 궁금해졌다.








그 때는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잘 나가던 시절에 이발사들은 인정 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동네에 이발사가 3명 정도 되는 제법 규모가 큰 이발소도 있었는데 언젠가 쌀집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수퍼마켓이 되어 있다.

한동안 남자들이 머리 다듬을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다니더니 이젠 자연스럽게 미용실로 들어 간다. 그 변화의 시기에 나는 머리를 제법 길렀다. 쑥스러워서 몇년동안 미용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점차 사라져가는 이발소를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이발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이발소들은 목욕탕이나 싸우나에 가면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때는 자기 가게를 갖고 이발소를 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뺑뺑이가 쌍으로 돌아가는 - 간혹 뺑뺑이가 대여섯개씩 달려 있기도 한 - 이발소는 무엇일까? 퇴폐이발소다. 거기에 머리 다듬으러 들어가면... 바보다.



가끔은 키가 작아서 이발소 의자 팔걸이 사이에 나무 판자(혹은 빨래판)를 올려 놓고 그 위에 올라 앉아 머리를 깍던 시절이 그립다. 머리 움직이지 말라고 호통을 치던 아저씨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어찌나 머리를 세게 감기던지 눈물이 핑 돌던 것도 생각난다.

이미 손님이 있어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이발소 주인의 부인이든가 아니면 애인일지도 모를 여종업원이 얼굴에 팩을 하고 누워 있는 손님을 맛사지하던 장면도 떠 오른다. 그걸 보며 괜히 부러움을 느끼던 것도 기억난다. 손가락 끝을 딱딱 소리나게 뽑아대며 안마하는 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어머니께 시전했다가 손가락 부러뜨린다고 뺨따구 얻어 맞았던 것도.

 
오늘도 시내에 가면 한집 건너 한집 쌍으로 돌아가는 뺑뺑이를 보며 이발소만의 특이한 냄새를 떠 올린다. 이발소는 미장원과 다른 그런 색깔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젠 안마나 받으러 가는 그런 곳이 되어 버렸구나.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어느날 나를 끌고 남포동 어딘가의 이발소로 데리고 가셨다. 대단히 크고 화려한 이발소 인테리어에 눈이 휘둥그레 정신이 없었는데 어머니가 이발사에게 재빨리 얘기하셨다, "우리 아들인데 멋지게 해 주세요" 보통 이발소보다 5배는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나온 후 어머니가 그러셨다, "이제 그놈한테 꿀릴 것 하나도 없다, 니가 더 멋있다" 며칠 전 어머니는 전교 1,2위를 다투던 라이벌 A모군이 그 이발소에서 머리를 했다는 소릴 듣고 분기탱천하여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오신 것이다. 참 힘든 시기였는데 어머니는 빚을 내서라도 아들을 꿇리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그런 걸 모르는 나는 그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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