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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NCSoft의 아이온 1주년

작년 10월 경 OBT(Open Beta Test) 때 재미 삼아 시작했던 아이온을 벌써 1년이 넘게 즐기고 있다. 게임사 개발사의 웹 개발 컨설팅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3D 게임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 거부감이라는 게 게임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신체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도무지 1시간을 모니터를 바라 볼 수가 없었다. 어지럼증과 구역질이 나서.

2006년 게임 개발사 컨설팅을 하던 당시에도 그 회사의 많은 임직원들이 와우(World Of Warcraft)를 즐기곤 했는데 나도 따라서 해 보려다 사방으로 정신없이 회전하는 시점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아이온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무난하게 그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한 많은 경험을 했다. 폐인이라고 불릴만큼 레벨업을 하는데 집중한 적도 있었고, 게임을 하지 않고 채팅만 하루 종일 한 적도 있었다.

또한 산업적인 관점에서 크게 성공한 게임 하나가 작지만 의미 있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직접 느끼게 되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과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 간의 지속적인 갈등도 직접 보게 되니 연구 자료를 통해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관점이 생기게 되었다. 3년 전 게임을 제작하던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그들이 나 혹은 게임을 만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온을 1년간 즐기며 이런 저런 개인적인 연구와 조사를 하며 결국 3년 전에 내가 바라 봤던 게임과 웹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과 웹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웹을 통해 게임에 뭔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곤 했다. 나는 그런 게임 개발자들과 대화를 하며 "게임 스피어(Game Sphere)와 웹 스피어(Web Sphere)는 게임이 갖는 사회성에 의해 단절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즉 게임의 사회성이 낮을수록 게임과 웹의 단절 정도는 크다. 반면 게임의 사회성이 높을수록 게임과 웹의 단절 정도는 점차 낮아 진다. 특히 MMORPG와 같은 경우 웹은 게임의 내용을 받아와 널리 배포하는 역할을 하며, 게임은 웹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온 1년을 경험하며 그런 예측이 실현되는 걸 보았고 기뻤다. 아이온의 1년 전에 비해 훨씬 많은 콘텐츠가 추가되어 있는 상황인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 매우 자주 게임 팁이나 퀘스트 해결을 위해 참조 페이지로 아이온 홈페이지의 검색을 이용하게 된다. 이건 과거와 또 다른 현상이다. 과거의 다른 게임의 경우 팁이나 게임 가이드 역할을 특정 팬 페이지나 개인 홈페이지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아이온은 "파워북"이라는 변종 위키위키 시스템을 도입하여 게임과 관련한 대부분의 내용을 아이온 자체에서 검색하도록 하고 있다. 초기 콘텐츠가 적었을 때 아이온 홈페이지의 검색 기능은 미약했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사람들이 게임 내에서 누군가 퀘스트나 팁에 대해 질문할 때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보세요". 초기에 "아이온 인벤에 가서 보세요"라는 대답이 많았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이온의 초기에는 리지니, 리지니2, 와우와 같은 MMORPG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많이 접속했고 이들은 나름의 불만을 드러내며 또한 자신들의 경험을 게임에 적용시켰다. 파티 플레이에서 각 클래스의 역할을 정의하고 아이템 분배 규칙을 정하는 것은 아이온만의 특징적인 모습 보다는 과거 다른 게임에서 경험했던 것을 많이 도입하는 느낌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생기기도 했으나 대개의 경우 게임 내에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다뤄지던 규칙은 홈페이지의 게시판이나 파워북을 통해 공식화되는 과정을 거치곤 했다.


나 또한 아이온의 한 사용자로서, 그리고 게임의 문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아이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려고 한다. 몇 회가 될 지 모르겠지만 연재 형식으로 게임과 웹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뻔히 아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변화한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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