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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웹 서비스 기획의 바이블

1년 8개월 전 한 출판사의 기획자가 메일을 보냈다. 내가 쓰는 블로그를 봤는데 어떤 주제든 관계 없이 책을 함께 써 보고 싶으니 만나자는 것이다. 몇 달이 지난 후 만남이 있었고 이런 저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한 번 더 만난 후 웹 서비스 기획을 주제로 책을 쓰기로 했다. 1년이 지난 후 나는 한 글자도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지 못했다. 출판사는 가끔 연락이 왔는데 1년이 지날 즈음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일은 더욱 많아 졌고 새 책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져 결국 몇 달 간 연락을 받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1년 6개월 간 수 많은 지연을 거듭한 끝에 엊그제 다시 기획자를 만나 '무슨 일이 있어도 8월 중에 마무리'라는 약속을 했다. 이번에는 꼭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었다.

처음 책을 쓰고자 했을 때 웹 서비스 기획에 대한 개론서를 쓰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경험의 일천함으로 인해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개론서 대신 현재 웹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한 이슈를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독자 그룹도 과거 애매한 상태에서 최근 보다 상세한 대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문체나 소재도 대략 정리가 되었고 리서치도 충분하지 않지만 글을 쓸 정도는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근 10개월 동안 웹 서비스 기획의 핵심적인 과제를 총체적으로 재경험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경험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기억이 살아 있고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바이블을 쓰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지나도록 - 앞으로 최소한 5년은 더 일해야 할 듯 하다 -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웹 서비스의 기본적 방향을 설정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불필요한 자원이 소모되고 불필요한 갈등이 거듭되고 있다. 내가 책을 쓰려는 의도는 그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함이다.

한국에서 책 써서 돈 버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조금 더 쉬운 게 아닌가 싶다. 10년 전에 책을 2권 썼고 최근에 한 권을 번역했고 수 많은 기고를 했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돈을 벌었을 뿐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은 100만큼 노력하여 10만큼 쓰고 1만큼 버는 것과 같다. 그러나 책을 쓰는 것은 단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식의 전수나 도움이라는 기본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식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나는 그것이 책 쓰기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단편적인 글을 수천 개 쓰더라도 책 한 권 쓰는 것과 의미가 매우 다르다. 블로그의 글을 모아서 출판을 하는 것과도 매우 다르다.

처음에 블로그에 책에 쓸 글을 공개할 계획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책을 쓰는 일부 내용은 이 블로그에서 '컨설팅'이라는 태그로 검색하면 볼 수 있고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블로그에 책에 공개될 내용을 적어 두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댓글이나 트랙백과 같은 피드백에 계속 답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더구나 책이라는 것은 그 하나로써 완결성이 있는 것인데 블로그는 글 하나(포스트)가 완결성을 갖기 때문에 완결성에 있어서 글쓰는 이와 읽는 이의 괴리를 극복하기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신비로움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책이 갖는 상업성을 훼손한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다음달 중순(8월 20일 무렵) 그 동안 썼던 글을 중심으로 외부 강연회를 가져 볼까 한다. 소수의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웹 서비스 기획의 핵심적 문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 볼까 한다. 내용은 그 동안 글을 쓰며 느꼈던 웹 서비스 기획의 고질적 문제, 그리고 웹 2.0이라는 새로운 트랜드에 대응하는 웹 서비스 기획의 프로세스와 방법론의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듯 하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부담스럽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 듯 하다. 아마도 초대라는 형식을 통해 과거 만났던 분들 중 현업에서 웹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 될 듯 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라 지금도 타이핑하는 손가락이 더디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견디며 일하고 있다. 예전에 "컨설턴트는 누가 컨설팅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 적 있다. 지금은 그 대답을 안다, "컨설턴트는 스스로 컨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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