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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컨설턴트를 위한 바이블

컨설턴트를 위한 바이블. <완벽한 컨설팅>(영문명 flawless consulting)의 홍보 문구는 내가 쓴 것이 아니라 아마존닷컴에 소개 된 이 책에 대한 홍보 문구다. 늘 그렇듯 이런 홍보 문구를 단 책은 내용이 별로 없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회사 내부 혹은 회사 외부에서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몇 달 전 이 책의 번역본에 대한 추천사 의뢰가 들어 왔을 때 제목만 보고 지레짐작하여 추천사를 거부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책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1차 번역본을 보자고 이야기했고 며칠 후 수백장의 A4 용지에 출력된 문서가 도착했다. 바로 읽어 봤어야 하는데 당시 진행중인 컨설팅 프로젝트 때문에 읽지 못하고 책상 위에 놓아 두길 몇 주가 흘렀다. 몇 주 후 진행 중인 컨설팅 프로젝트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 열심히 노력했고 문제를 예측하려고 노력했음에도 그 문제는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몇날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했다. 왜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내가 도대체 무슨 실수를 또 한 것일까? 다른 컨설팅 회사가 하듯 나도 그 뻔하고 뻔한 과정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그런 고민에 빠져 밤샘을 거듭하던 어느 날 밤, 몇 주 전부터 책상 위에 있던 <완벽한 컨설팅>의 일차 번역본을 아무 생각없이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컨설팅 계약의 중요성은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의 중반이 지나도록 계속 컨설팅 계약의 중요성과 그 상세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날 밤을 꼬박 세우며 책을 다 읽고 말았다. 몇 달 후 출판물이 나왔을 때 약 500페이지 정도였는데 아마 최근에 읽었던 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읽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완벽한 컨설팅>을 위한 세부적인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부적인 기술이라 함은 어떤 종류의 컨설팅을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다. 나처럼 웹 서비스를 컨설팅하는 사람을 위한 세부적인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컨설팅을 한다면 혹은 컨설턴트라면 어떤 식으로 일을 꾸려 나가야 하는 지 매우 상세하게 논술하고 있다. 내게 있어서 "저항"이라는 주제의 이야기(8장과 9장에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당시 고민에 많은 도움을 주는 이야기였다. 특히 클라이언트가 그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며 컨설턴트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는 큰 감명이었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그런 상황 - 컨설턴트가 내외부의 저항에 부딪칠 때 - 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라고 대 놓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시중에 나온 지 한 달은 넘었는데 이제야 추천사를 올린다. 책 뒷쪽에 내가 쓴 추천사가 있기는 하지만 짧게 써야 한다는 부담에 그냥 평범한 이야기를 썼다. 이 책에 대한 내 진정한 추천사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이다.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크게 두 부류인 것 같다. 하나는 나와 같이 컨설팅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은 전략 기획이나 웹 기획, 혹은 마케팅 기획 등을 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회사 내에서 컨설턴트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내부 컨설턴트'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들의 회사 내부에서 어떻게 업무와 프로젝트와 책임에 대해 '계약'해야 하는 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처세술로 오해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이제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나 혼자 일하는 게 즐거운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일 것 같다. 세상 일이 생각보다 훨씬 험하다는 것과 이상적인 작업 환경의 구축을 위해 치열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굳이 먼저 알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40년 이상의 컨설팅 경험이 있는 저자(Peter Block)의 생각이기 때문에 내공이 약한 사람이 본다면 괜한 상처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매우 쉬운 문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현업에서 컨설팅을 해 봤거나 받아 봤거나 매우 진지하게 "컨설팅"에 대해 고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받아 들이기 힘든 내용이 많다. 괜히 건드렸다가 머리만 복잡해 질 수 있다.

근데 "왜 회사는 내게 맨날 이런 일만 시키는 걸까?"라든가 "이 놈의 프로젝트 확 말아 먹었으면 좋겠다"든가 "프로젝트가 끝장나고 있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여전히 모르겠다면 이 책 속에 그 대답 중 몇 개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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