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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코딱지만한 동네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란 마치 코딱지만한 동네를 연상케 한다. 2003년 이후 그 놈이 그 놈이고 새롭게 등장한 자들도 또한 과거의 그 놈들과 연계되기 위해 노력하는 듯 하다. 이 바닥에서 좀 유명해지면 인터뷰하고 신문사 기자들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포털이나 웹 2.0 관련 서비스 한다는 업체들과 이렇게 저렇게 엮이고 혹은 무슨 컨퍼런스니 어워드니 하는 것으로 깊은(?) 동지애를 발휘한다. 말이 블로고스피어지 알고 보면 이 좁고 좁은 바닥의 인맥에 섞여 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블로그 대신 홈페이지라는 단어로 치환하면 5~6년 전 상황과 그리 다를 바 없다. 당시에도 이런 패션이 있었고 이런 인맥이 있었다. 당시에 이런 자들이 있었다. 글써서 돈 버는 자들은 또 다른 장사의 일환으로 이런 흐름에 뛰어 들었고, 입으로 돈 버는 자들도 있었고, 막연한 취미 생활과 치기어린 지식의 나열에 환호하는 대학생들도 있었고, 좀 좋은 회사에 취업해 보려는 자들도 있었고, 얄팍한 웹 사이트 만들어서 투자 한 번 받아 보려는 자들도 있었다. 돌이켜 보건데 오늘 날 블로고스피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상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던 평범하고 일상적인 어떤 현상이었다.


1999년 이맘 때 강남의 어느 호프집에서 한 친구와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한껏 술에 취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자가 말이다... 아니 사람이 말이다, 태어나서 뭔가 제대로 일을 한 번은 해야지 않겠느냐.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좁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내가 할려는 멋진 웹 서비스를 만들기엔 너무 좁다. 그래봐야 몇 백억원, 죽을 둥 살 둥 노력해야 그 정도 사업 규모 밖에 안된다. 대륙으로 가야지 않겠나? 실리콘 벨리 같은 곳 말이다."

그 때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 영어 잘 해?"

OTL   망할 놈.


내가 이 업계에 대해 평가를 하며 시니컬한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어쩌면 한국이라는 시장이 갖는 한계성 때문인 지 모른다. 한국에서 아무리 멋진 웹 서비스를 만들어도 그 한계는 2천만명이다. 아마 싸이월드가 최초로 이 한계에 도달하는 웹 서비스가 될 것이다. 서비스 기획부터 인수합병을 당하여 많은 자금을 투자 받은 지 6년 만에 도달한 지점이다. 2천만 명, 정말 위대한 서비스다. 그러나 꿈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밝혀진 것은 이미 꿈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슬프다. 남들이 목청 돋우며 이야기하는 웹 2.0 따위에 대해 점점 더 시니컬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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