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 갔다 흥미로운 제목과 얇은 두께에 선택한 책. 틈틈히 읽다 조금 전 다 읽었다. 세계상품이 된 '설탕'을 중심으로 국가와 민족, 문화와 상품, 현상과 투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다 읽고보니 2003년에 출간된 책이고 내가 읽고 있는 책은 11쇄 버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15세기~18세기 유럽의 노예 무역을 조망할 수 있다.
'설탕'이라는 단일 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사를 설명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극단화의 모순에 빠질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런 문제를 용케 잘 헤쳐나간다.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을 적절히 조화하고 구대륙의 지배자들이 신대륙 식민지의 경제적 토대를 어떻게 붕괴시켰는지 '사탕수수 플렌테이션'과 '노예무역'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한 지역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적었던 점인데 모든 이야기를 다루려면 그 분량이 방대해지고 특히 '흑인 노예 무역'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책 후반부에 흑인 노예 시스템이 붕괴된 후 아시아에서 건너온 노동력이 대체했다는 간략한 언급이 있기는 하다.
설탕에 대한 식료품으로서 역사가 조금 더 나열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하나의 '세계상품'으로서 '설탕'을 주인공으로 근현대 경제사의 한 줄기를 뚫어내는 훌륭한 해설서다. 또한 노예제도 폐지가 노예에 대한 인권적 발상도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또 다른 이익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음을 서술하는 것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혁신을 위해 도덕적 대의를 내세우려면 그에 동조하는 이익집단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실히 해야함을 교훈으로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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