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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내가 책을 읽는 방식

지난 이틀 간 2009년 초에 나온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우연히 원작자는 같은 회사의 공동 창업자였습니다. 출간 시기도 2009년 1월과 11월이고 하나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다른 하나는 리서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책을 출간 시기에 사고 한 권은 완독했지만 다른 한 권은 책장에 3년 가까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두 책은 제가 하는 일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인터넷, 웹,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컨설팅이 직업이고 이구아수 블로그와 같은 곳에 관련 뉴스에 대한 견해도 쓰고 강의도 다니는 사람이니 최신 트랜드나 주목할만한 책을 자주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 직업과 관련한 주제의 책은 신간을 꼬박꼬박 찾아 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처럼 2~3년이 지나서 읽을 때가 많습니다. 신간을 읽는다고 앞서 가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직관이나 통찰이 필요한 내용을 다루는 책은 가능하면 늦게 읽으려고 합니다. 2009년 초에 나온 그 책은 2007년을 기준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그 시절에 읽었다면 지금 느끼는 것과 또 다른 지식을 얻었을 겁니다. 그러나 몇 년 지나고 읽으니 그 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책이 나온 시점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데 그 책은 제대로 된 예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읽어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반면 지금 읽었을 때 그 예측이 빗나갔다면 또 다른 관점에서 배울 것이 있습니다. 신간 서적보다 과거에 나온 책을 읽기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웹 서비스나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는 사람들은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책을 찾기 힘듭니다. 대신 신간 서적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옵니다. 뭔가 주목할만한 업계 키워드가 뜨면 그것을 쫓아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그걸 읽는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업계 특성 때문인지 몇 년 전에 나온 책을 찾아서 읽는 경우는 꽤 드뭅니다. 아마 최신 트랜드나 정보를 신간 서적에서 더 잘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신간 서적 대신 몇 년 전에 나왔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은 깊은 통찰과 변화한 환경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는 행위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직업적 통찰력, 깊은 고민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면 신간 서적을 쫓아 다니는 일을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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