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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 자살설에 대한 생각

며칠 전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 진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에 대한 '자살 기사'가 주목 받고 있다. 과로로 인한 심장 마비라고 대부분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직접 현지로 전화를 해서 경찰을 통해 "목 매 숨진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21/2012022100035.html  

이 기사에 대해 조선일보라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이라면 과로사보다 더 큰 이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살이라 해도 유가족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다면 그냥 묻혀 버릴 가능성도 높다. 최은석 사건을 접하고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과로사에 대한 것이었다.

젊은 CEO가 외국의 호텔에서 홀로 죽을 정도로 과로한 상태였다면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게 일했을까 싶었다. 많은 워커홀릭에 빠진 보스와 일한 적 있고, 스스로 워커홀릭인 적도 있었다. 자신이 일에 과몰입하고 중독 수준일 때 주변을 돌아 보기 힘들다. 그런 상태로 인해 자신이 망가지는 것은 늘 경계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과로한다고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매일 밤샘하며 일하지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러나 삶의 질은 형편없는 게 현실이다. 워커홀릭인 사람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붕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심약한 상태인 경우를 자주 봤다. 잦은 야근과 철야를 하면서 언제 회사에서 잘릴 지 모른다고 고민하며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도, 대표이사도 인정하는 성실하고 능력 뛰어난 인재였다. 그런데 그는 늘 걱정을 했다. 자신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회사의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예외없이 퇴사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그만큼 불안감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대표이사나 사장이라고 이런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직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압박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어떤 회사의 CEO는 "목숨을 조건으로 연봉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 회사 생활과 관련한 책을 쓰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아프고 그래서 빨리 세상을 떠나는 게 행복한 일인 것처럼 묘사하는 게 상식적인 지 오랫동안 질문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라고 교육 받는다. 회사에 들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일해야 하고 그래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수 많은 자기 계발서를 본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 지 자문했던 것이다.

책을 쓰면서 내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삶의 질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봉이나 복지수준, 이름 높은 회사가 주는 만족감을 위해 현재 삶의 질을 양보하고 있다면 그게 정말 원하는 삶인 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고민 끝에 오랫동안 잘못 생각한 것을 인정했다. 조금 덜 벌어도 마음과 몸을 혹사하지 않고 일하는 회사가 훨씬 좋은 회사라고 정의했다. 책을 낸 후에도 이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마음에 드는 일 자리를 선택할 수 없다. 일 자리가 없어서 힘든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기회가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나 일 자리를 선택할 때 삶의 질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삶의 질을 양보하여 얻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