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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채선당을 위한 인터넷 위기관리전략

그럴 것 같았다.

처음 채선당 사건을 접했을 때 오래 전부터 여러 번 반복되었던 유사한 사건이 생각났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우노헤어 사건. 우노헤어라는 곳에서 머리 손질을 받던 손님이 '귀가 잘렸다'며 생난리를 친 사건이다. 벌써 7년 넘는 시간이 흐른 사건인데 지금도 '우노헤어'로 검색하면 이 사건 관련 자료들이 나온다.

경찰 조사를 해 보니 귀가 잘린 것도 아니고 우노헤어는 손님(피해자라고 주장하는)에게 지극히 사과하며 보상 약속까지 한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손님들이 집에 돌아가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지 없는 사건까지 침소봉대해서 게시판에 올렸고 그걸 검증없이 마구 퍼 나르며 인터넷 여론은 악덕 업소를 몰아내야 한다는 방향으로 치닫게 되었다.

우노헤어는 사건이 종결된 후에 자사와 연관된 글을 없애기 위해 꽤 노력한 것으로 안다. 내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우노헤어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기술한 글이 있었는데 네이버 측이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 내 글은 우노헤어를 옹호하는 것이었는데 업소 입장은 무슨 글이든 그 사건과 관계된 글이 검색되지 않았으면 했던 것 같다.

채선당 사건의 경우도 아마 이와 비슷한 순서를 거치게 될 것이다. 이미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채선당 관련 글이 인터넷에 퍼져 있고 이 글은 아주 오랜 시간 인터넷에 존재할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채선당이 CCTV 확인 결과를 근거로 "실제 사실이 왜곡되었다"고 보도 자료를 낸 것은 그만한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무조건 잘못했다"며 꼬리를 내렸지만 근거 자료를 확인해 보니 이제 반박할만하다 자신했을 것이다.

채선당이 위기관리를 잘 한 것 같다. "일단 확인해보겠다"라는 애매한 표현을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심한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무조건 사과를 하고 꼬리 자르기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난은 채선당의 해당 가맹점으로 쏟아졌다. 사실 확인을 하고 법률적인 자문을 거친 후 문제 제기한 임산부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확신이 생기자 보도 자료를 배포하며 경찰 수사를 의뢰한 것도 적절한 대처였다. 게다가 보도 자료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채선당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큰 타격을 받았고 그 중심에 사실 확인없이 일방의 이야기를 퍼 나른 인터넷 입소문의 무자비함이 있다. 그러나 이제 그 무자비함은 역방향으로 채선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벌써 인터넷 여론은 '개념없는 임산부가 빅엿을 먹었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채선당이 생각을 바꾸면 조금 더 빠르게 이 사건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채선당은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고객 응대 방식을 바꾸겠다고 결의하고 구체적인 응대 개선책을 제시한다. 특히 임산부를 위한 특별한 응대 방식을 고민해서 내 놓는다. 필요하다면 문제를 제기했던 임산부를 옹호하는 보도 자료를 내 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 시기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며 태아에 대한 보호 본능으로 인해 과도한 마찰이 발생한 것 같다. 법률적 문제와 별도로 그녀와 태아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채선당은 임산부임을 이야기할 경우 보다 나은 고객 응대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런 식의 대응 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 채선당을 검색했을 때 여전히 "임산부 배를 찬 채선당"이라는 검색 결과를 발견하겠지만 그것에 적절히 대처한 채선당의 태도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위기관리 전략의 끝은 발생한 위기가 해결된 후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록되는 지 예측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