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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LBS와 가격비교하는 스마트한 앱에 대한 상상

이 글은 머릿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냥 적은 것입니다. 아이디어도 아니죠. 그냥 생각을 아무런 고려없이 막 쓴 겁니다. 재미삼아 보세요.



1. 네이버 메인에서 뭐 재미 있는 기사가 없나 멍하게 있는데 이마트에서 온 메일이 눈에 들어온다. 로그인 상태라 네이버me의 메일함을 본 거다. 제목 중에 "한우불고기 100g당 2,800 원"이 있다. 싸네? 그런데 우리 동네 근처엔 이마트가 없다. 아마 오래 전에 가입해서 온 것 같다. 그래도 눌렀다.



2. 이마트에서 보낸 전단지 메일이 열린다. 100g당 1,480원 고기가 제일 위에 있다. 뭐지! 아... 미국산 소고기다. 패스! 아까 그거 어디 있어. 오른쪽 하단에 있다. 눌렀다.



3. 한우 불고기가 몇 등급인 지 생산지가 어디인 지 궁금하다. 싸다고 광고하고 알고 보니 젖소였네, 육우였네, 1등급이었네... 하는 이야기 수도 없이 듣지 않았나. 그런데, 등급 표시가 없다. 아무리 봐도 없다. 한우가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얼마나 큰데 왜 등급이 없지? 이상하다. 그런데 바로 위 이미지를 보라. "양념 소불고기 전골 (800g)"에 9,840 원이다. 이건 뭔가 더 싼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이마트같은 곳에서 파는 양념 소불고기는 거기에 들어가는 양념이랑 각종 채소의 무게를 합친 것이다. 그러니 가격이 조금 더 싼 것 같아도 사실 한우 불고기랑 거의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기도 하다. 게다가 이 고기도 등급 표시가 없다. 


4. 좀 짜증난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등급 표시 정도는 해 줘야 비교를 해 볼 것 아닌가. 어쩌면 같은 가격에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팔고 있는 지 어떻게 아는가? 이마트가 그렇게 다른 구매처의 가격까지 비교해 줄 의무는 없다. 그런데 소비자는 궁금하다. 정말 싼 건 지.


5. 좀 실망하고 브라우저를 닫으려는데 어... 저기 싸게 보이는 양파가 있다. 1.5kg에 1,700원이라고 한다. 오... 싼 것 같다. 왜 내가 싸다고 생각했냐면 4일 전에 동네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양파를 1,980 원에 샀기 때문이다. 이마트라면 싸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싼 것 같다. 


 
6. 그런데 이거 무게가 이상하다. 1.5Kg이다. 어... 내가 며칠 전에 산 양파는 이것보다 훨씬 무거웠던 기억인데? 컴퓨터 책상에 2Kg 아령이 있다. 들어봤다. 이건 아닌데? 내가 그 양파를 사 들고 왔을 때 이거 두 배 이상의 무게라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상한 생각에 내가 며칠 전에 모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장난치나. 나흘 전에 5Kg에 1,980 원에 사왔던 양파를 이마트에서는 1.5Kg에 1,780 원에 팔고 있구나!


7.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이것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런 식으로 가격 장난을 치는가 싶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15년 차 웹 서비스 기획자 아닌가. 순간 이런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8. LBS(위치 정보 기반 서비스)를 통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파악하고, 내가 지금 검색하는 서비스가 뭐든 간에 사려는 제품의 이름으로 근처에서 구매 가능한 상점을 파악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이마트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한우 불고기>나 <양파>나 <청양고추>를 검색하고 있다. 옆에 스마트 폰이 있다. 스마트 폰을 열면 뭐 이렇게 저렇게 로그인을 하고 실명 인증을 하고 어쨌든 현재 위치 정보와 내가 보고 있는 사이트와 검색 중인 상품의 이름을 가져 온다. 그래 그래, 나도 안다. 그게 개인 정보 노출 가능성이 있고, 인증 상 문제도 있다는 것 다 안다. 내가 먼저 이야기했잖아. 그 따위 제약 사항 보다는 일단 뭘 만들고 싶은 지 보라고. 

9. 스마트폰 앱에서 이런 정보를 다 가져 와서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서 가장 싸게 팔고 있는 상품 리스트를 보여 준다. 나는 서울 반포동에 산다. 일단 양파는 농협 하나로 마트가 압도적으로 싸다. 당연히 그걸 보여주겠지. 나는 깨닫는다, "망할 이마트!" 내가 그런 정보를 보고 이마트의 양파가 싸다고 산다면 정신 나갔다고 밖에 볼 수 없겠지. 사실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샀던 5Kg 짜리 양파는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관계인가. 다 썪은 것도 아니고 15개 양파 중 2개 정도가 눌려서 조금 껍질을 더 까야 하는 정도였다. 당연히 이 양파를 사겠지. 그런데 그냥 있을까? 이 훌륭한 정보를 알려 줘야 할 것 아닌가.

10. 스마트폰 앱에 "더 싼 곳"이라는 링크가 있다. 당연 눌러 버린다. 스마트폰 앱이 물어 본다, "그거 확실한 정보에요? 그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등록해 버려요?" 좋지. 한 5분 쯤 있으니 트위터와 페이스북 친구 중 장 보러 가 있는 사람들이 댓글이 온다, "어! 진짜야? 나 거기로 갈께"

11. 어쒸... 근데 댓글 온 사람이 지금 청담동에 있다. 퇴근 길인데 집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다. 퇴근 길에 여기까지 와서 양파 사는 멍청한 짓을 하겠다고 한다. 바보니? 그런데 스마트한 스마트폰의 앱이 알아서 이야기해 준다. "당신의 위치에서 반포동까지 가는 건 시간, 이동 비용이 더 나온다. 거리 계산해 보니까 택시로 6천원이고 대중교통으로 30분이다. 그냥 동네에서 사는 게 나은데 굳이 가려면 가라"고 앱이 이야기해 준다.

12. 이건 앱이 아니라 개인 비서다. 가격 싼 것만 비교해서 청담동에서 퇴근하며 장 보는 사람에게 경기도 일산에 있는 싼 곳에 가라고 조언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13. 내가 볼 때 스마트한 앱은 정말 스마트해야 한다. LBS에 기반해서 스마트하게 동작하는 앱은 단순히 상품과 가격을 비교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걸 못하면 그냥 앱이지 스마트한 앱은 아니다.



30분 동안 상상은 여기서 끝. 태클 걸지 맙시다. 오밤중에 이메일이 하나 왔고 그걸 보고 이런 저런 생각하다 "스마트한 앱"에 대해 고민했을 뿐이다. 물론 내가 아무리 이런 고민을 해도 이런 앱이 나오진 않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그게 되겠어?"라고 생각하니까. 오래 전이라면 내가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시간도 돈도 없으니 그냥 이렇게 주절댈 뿐이다. 이런 상황은 좀 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