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b Insight

이스트소프트의 개방형 포탈 줌(ZUM)

알집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2월 22일 개방형 포탈인 줌(zum)의 검색 서비스 오픈 베타를 시작했다. 얼마 전 우연히 이 사이트를 알게 되어 베타 테스터로 사용해 봤는데 의아한 느낌이었다. 왜 시대에 뒤떨어진 이런 류의 포탈 사이트를 만들고자 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5 년 전에 구글을 비롯한 여러 사이트가 시도했던 개인화 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새롭다"고 이야기하는 게 뭔가 냄새가 났다.

왜 이런 걸 만드는 지 더 파고 들려다 말았다. 잊고 있었는데 어제 이메일이 도착했다. 줌 검색 서비스의 오픈 베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시 들어가 봤다. 검색 서비스를 보니 다음 클릭스와 광고 제휴를 한 것도 보이고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이상하다. 검색엔진 개발사에 대해 관심을 끊은 지 몇 년 되어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 않지만 이스트소프트가 검색엔진 개발 역량이 있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이스트소프트는 각종 구인 사이트에 검색엔진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많이 올려 둔 상태였다. 각종 관련 개발자 커뮤니티나 뉴스 검색을 해도 이스트소프트가 검색엔진을 개발했다거나 관련 특허가 있다거나 혹은 유명 검색기술 보유자를 영입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검색 서비스의 질은 단순 평가를 할 수 없지만 아직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비교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고, 네이버나 다음과 같이 자체 운영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없으므로 블로그, 커뮤니티 검색 결과의 양은 적다. 물론 검색 서비스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므로 초기 단계를 벗어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검색 결과를 보여 줄 것이다.

검색 서비스를 살펴 보면서 굳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훨씬 좋은 검색 서비스를 두고 이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스트소프트의 줌이나 검색 서비스에 대한 것이 아니다. 왜 이 회사가 이런 류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지 대충 감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거가 없으므로 추측일 뿐이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들었으면 좋겠다. 이스트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죽을 쑤고 있는 검색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2월 22일 자 보도 자료와 언론사 인터뷰에 의하면 올해 국내 검색 점유율 3%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어떤 주식 관련 케이블 방송은 "3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스트소프트는 그런 예측의 근거를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딱 예측하는 바로 그것이다.

- 알툴바를 비롯한 이스트소프트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숫자

이스트소프트는 자사의 솔루션 사용자 숫자를 2천 5백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막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검색 시장에서 단숨에 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포털 부문도 내년에 5%의 점유율이 가능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네이트닷컴을 따라 잡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쯤이면 그들의 주장이 근거가 있고 없고를 떠나 과대망상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네이트닷컴의 관계자들이 들으면 뒷골을 잡고 웃을 일이다. 네이트닷컴의 싸이월드 사용자와 네이트온 사용자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그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네이트닷컴은 자폭한 야후코리아 덕분에 국내 포탈 3위가 되었지만 왜 여전히 2위나 1위와 머나먼 쏭바강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네이트닷컴이 엠파스를 인수합병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검색 업체와 고급 인력을 확보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해 왔음에도 여전히 검색 점유율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도 여전히 이스트소프트의 무료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기준으로 검색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 주장하는 건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래는 2008 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이스트소프트의 주가 변동 그래프다. 1993 년 창립한 회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코스닥에 입성한 것이다. 당시 공모가는 11,000 원 대였다. 그런데 상장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최저가인 5천 원을 기록한다. 그 다음 해에 다소 주가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2년 가까이 1만 5천 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작년 7월 시점에서 갑자기 이 회사의 주가가 급상승하여 3만원 대를 넘어 선다. 그리고 2월 중순 이후 4만 원에 근접할 정도로 주가가 다시 오른다.




2011년 10월에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뉴스 검색을 해 보자. 주가가 급등할 때는 항상 어떤 사건이 있는데 그 사건을 발견하려면 최소 한 달 전의 상황부터 알아 볼 필요가 있다. 2011년 9월 1일부터 2011년 11월 20일을 날짜 지정하여 "이스트소프트"로 검색하여 기사를 읽어 봤다. 뉴스 검색 결과가 500개 넘게 나왔지만 읽은 건 50여 개다. 그래도 힘들었다.

--- 뉴스 분석 ---

이스트소프트, 포브스 선정 200대 유망 중소기업
 
연합뉴스 IT/과학  2011.09.01 (목)
 

: 이 사건은 이스트소프트의 주가 상승에 약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18개월 가량 꾸준하게 유지되던 주가를 급등시킬 요인은 아닌 듯 하다.

[특징주]안철수 효과?소프트웨어株 동반급등
 
머니투데이 경제  2011.09.05 (월) 오전 9:16
 

: 머니투데이가 주가 상승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안철수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덩달아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사 주식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스트소프트도 알약이라는 보안툴(???)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 이전에 이미 포털과 게임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보안 관련 대형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이 영향을 다소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급반등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 가을은 보안업계 황금 ‘이사철’
 
디지털데일리 IT/과학  2011.09.14 (수) 오전 10:09
 

: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스트소프트가 2011년 순수익이 급증한 이유에 포함된다. 기존 사옥을 팔면서 부동산 차익을 얻은 게 있기 때문이다. 이스트소프트의 주가 상승을 보고 뒤늦게 매수에 따라 붙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2011 년 이익분 증가도 있는데 그 중 많은 것이 부동산으로 인한 수익이었다. 추측이 아니라 이스트소프트의 홈페이지 IR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스트소프트, 역대 최고 실적 전망..매수 적기-한양證
 
뉴스토마토 경제  2011.09.20 (화) 오전 8:35
 

: 이쯤에서 시작한 것 같다. 개방형 포탈 '줌'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후 '줌'과 관련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부정적 의견은 없다. 거의 대부분 이스트소프트의 소프트웨어 무료 사용자의 숫자와 신규 사업의 성공 가능성 그리고 가치 평가를 이야기하는 기사다. 그리고 이스트소프트는 2011년 9월 21일 '줌'을 공개한다.

이런 기사 이후 꾸준히 이스트소프트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다. 

'창업 18년' 이스트소프트 김장중 사장,또 한 번 큰일 내나?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IT/과학  2011.10.04 (화) 오전 9:05
 

: 주가가 가파른 상승을 시작하기 직전 시점에 이스트소프트 대표이사의 인터뷰 기사가 있다. 제목이 섹시하다. 내용은 홍보다. 주목할 것은 기사 내용 중 장기차입금 등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내용이다. 읽어 보면 어떤 내용인 지 알 수 있다. 

이스트소프트 ‘카발 온라인’ 중남미시장 수출 계약체결
 
보안뉴스 IT/과학  2011.10.17 (월) 오후 4:30
 

: 중국에서 저작권 문제로 문제가 되었던 '카발 온라인'을 중남미시장에 수출 계약했다는 보도 자료가 나온다. 이런 저런 소재를 통해 이스트소프트의 주가는 2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아직 가파른 상승은 아니다. 도대체 뭐가 더 남아 있는 걸까?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이스트소프트 관련 기사는 아주 많이 쏟아져 나온다.


이스트소프트 줌닷컴 사업 가속화… 통합법인 '줌인터넷' 출범
 
아주경제 IT/과학  2011.10.18 (화) 오후 4:00
 

: 포털 줌에 대한 또 다른 기사가 나온다. 개별 법인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 확실히 사업할 겁니다"라고 공포하는 것과 같다. 이제 좀 빠르게 진행해 보자. 밑밥은 다 뿌린 느낌이니 왜 이스트소프트가 4만 원대까지 주가가 급등했는지 11월 10일 근처로 바로 가 보자.

수백% 이익증가? 알고보면 '다른 이유'
 
머니투데이 경제  27면 TOP  2011.11.07 (월) 오전 6:00
 

: 이스트소프트가 최고가를 찍기 며칠 전 머니투데이의 분석 기사. 읽어야 한다. 그런데 머니투데이가 이런 기사를 쓸 즈음에도 이미 이스트소프트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코스닥 전체 주가가 떨어지든 말든 관계없이 말이다. 그 사이 이스트소프트 관련 기사 중 부정적인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줌과 관련한 기사, CEO와 관련한 기사, 해외 계약과 관련한 기사, 카발 2에 대한 기사 등등... 

좋은 '베이직하우스' 나쁜 '하이닉스'…이상한 '이스트소프트'
SBS CNBC TV 경제  2011.11.08 (화) 오후 3:30
 

: SBS CNBC의 앵커가 이스트소프트를 "이상한 회사"로 소개한다. 이상하지, 참 이상하지. 그런데 그 또한 긍정적인 이야기로 말을 끝낸다.


FRS 착시효과 여전..판단은 투자자 몫?
 
머니투데이 경제  2011.11.17 (목) 오전 8:14
 

: 머니투데이는 이스트소프트의 주가 급상승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스트소프트가 최고가를 친 후 조금씩 하락하고 있자 분석 기사를 낸다.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 뉴스 분석 끝 ---


내가 뉴스를 분석한 이유는 이스트소프트가 무슨 꼼수로 주가조작을 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궁금했다. 오랫동안 사용자들에게 무료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던 회사가 기업 공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가 지난 4개월 사이 주가가 급등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회사에서 뭐 특별히 주목할만한 소프트웨어를 내 놓은 것도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물론 주가의 급등은 수만가지 이유가 있다. 그런데 여러 상황을 고려해도 이스트소프트의 주가 급등은 이상하다. 나도 회사를 경영해 봤지만 아무리 운 좋게 호황이라고 해도 회사의 경영 지표는 생각만큼 급등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스트소프트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우! 올해 대박인데요!"라고.

그들은 너무 광범위한 개발 범주를 유지하고 있다. 알집과 같은 압축 유틸리티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그런 유틸리티는 뛰어난 개발자 몇 명이 순식간에 1위 업체를 따라 잡기도 한다. 개발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색 서비스나 포탈은 전혀 아니다. 구글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를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굳이 근처 나라인 바이두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카이스트 출신 CEO가 국내 유명 개발팀을 섭외해서 만들었다가 결국 네이버에 팔았던 '첫눈'을 기억하라고 말하지도 않겠다.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올해 검색 점유율 3%, 내년엔 포탈 점유율 5%"라고 언론에 떠들어 대는가? 미쳤나?

이스트소프트의 행보는 티맥스소프트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심지어 이름도 비슷하다. 티맥스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극복하겠다며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선포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말도 안되는 수준의 티맥스윈도를 그나마 제대로 내놓지도 못했고 회사는 경영난에 빠져 현재 워크아웃 상태다. 내가 이 길고 긴 글을 쓰면서 가장 염려한 것은 이스트소프트의 미래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스트소프트의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 믿으며 돈을 쏟아 붇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믿고 있으면 주식을 사면 되지 않나.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진정성'이다.

이스트소프트가 정말 '줌'을 개방형 포털로 만들고 싶다면, 이스트소프트가 정말 '줌 검색'을 제대로 개발하고 싶다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주가 상승이 목표가 아니라면 정직하게 개발 환경부터 공개하는 건 어떤가? 아무리 검색해도 이스트소프트의 개발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런 거창하고 대단하고 독특하다고 '주장하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최소한 자사의 개발환경 정도는 공개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 것도 하지 않고 사업 방향만 떠들면 어떤 누가 그 회사에 들어가 심지어 급진적으로 보이는 서비스를 개뱔하겠는가? 


이 글을 쓰는 중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구글선 72세 엔지니어도 현역... 한국선 30대만 돼도 현장 떠나"라는 기사였다. 이 사람이 이스트소프트의 공동창업자였다고 한다. 이스트소프트 현 CEO와 함께 "21세기"라는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창업을 했으나 이후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이스트소프트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스트소프트에 대한 추측성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리고 기사에서 이 공동 창업자가 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근거로 할 때 그가 이스트소프트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했다. 물론 어떤 대답을 할 지 안다. 40대가 되고 지위와 경력이 생기면 그런 이야기 함부로 하는 것 아니다. 물어 보는 내가 바보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