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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일주일의 설날 휴가

오래 전 일이다. 십여 명의 직원들과 연말에 일이 몰려서 송년회도 못하고 거의 매일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정을 아무리 조정을 해도 크리스마스나 연말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넉넉하게 급여도 주지 못하는데 쉬는 것 마저 보장해 주지 못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당시 상황은 그러기도 힘들었다.

며칠 고민을 하다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다행히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대답을 들었다. 이야기를 꺼냈고 이해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좋아서 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다. 그 해 설날은 2월 초순이었다. 직원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었다. 고객사를 찾아가서 설득을 시작했다. 잘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요구를 했고 결국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며칠 후 월요일 주간 회의에서 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직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설날 연휴는 일주일동안 진행하려고 합니다. 고객사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피곤함을 충분히 풀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당시 설 연휴가 3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돈이 많았다면 더 오래 쉬게 하고 넉넉하게 보너스도 주고 싶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며칠 더 푹 쉴 수 있는 것 정도는 내가 뭔가 손해를 보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요즘도 설날만 되면 그 때 생각이 난다. 다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다른 건 몰라도 푹 쉴 수 있는 환경은 꼭 제공하고 싶다. 지금 생각해 봐도 사장이 욕심을 조금 버리면 그 정도는 언제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