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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회사생활의 인맥연말정산

이 글은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연말정산에 대한 글이 아니다. 혹시 잘못 클릭해서 들어 온 분이라면 국세청 웹 사이트로 가시기 바란다.

 
12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미 연말정산을 끝낸 회사도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연말이라 더 바쁜 곳도 있지만 대개의 회사 임직원들은 이 즈음이면 마음이 풀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일 보다는 한 해 있었던 일을 돌아 보거나 내년 일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내가 회사에 다니던 시절도 비슷했는데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에 억지로 일을 강요하느니 다소 느슨한 상태를 인정하고 다른 방향의 제안을 하곤 했다. 그것 중 하나가 '회사생활의 인맥연말정산'이라는 것이었다.


회사생활의 인맥연말정산

한 해 동안 자신이 벌어 들인 수입과 냈던 세금을 보고하는 연말 정산은 더 내야 하는 것이나 돌려 받을 수 있는 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회사생활도 연말정산을 해 봐야지 않냐고 제안하곤 했다. 여러가지 범주를 정해서 한해 회사생활을 정산해 보고 돌려 받을 것이 있으면 돌려 받고 계산이 잘못된 것은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정산, 업무 성과에 대한 정산, 건강 관리에 대한 정산, 가정 생활에 대한 정산 등등 여러가지 범주를 정해서 그걸 정산해 볼 것을 권했다.

그런 범주 중 한가지가 '인맥'에 대한 것이다. 작은 규모든 큰 규모든 회사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일반적으로 연말이 되면 대개 명함철이나 주소록을 열고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했습니다" 따위의 별 의미없는 이메일을 보내는 정도로 인맥 관리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식이라면 차라리 전화를 한 통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연말정산 서류를 꼼꼼히 챙기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해 동안 자신이 맺은 인맥도 정산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래 전 내가 했던 인맥연말정산의 방법을 소개한다.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분류하기 

먼저 책상을 깨끗하게 하고 종이 3장을 꺼내서 이렇게 적는다

- 도움 주신 분
- 도움 드린 분
- 도움 드릴 분



3 개의 종이를 적당한 위치에 붙여 놓고 한 해 동안 주고 받았던 명함을 다 꺼낸다. 이제 생각을 하며 명함을 각각의 종이 아래로 분류한다. 아마 어떤 사람은 도움을 주기도 했고 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엔 더 많은 도움을 주거나 받은 것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세상에 똑같은 가치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경우는 없다. 도움의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괜찮다, 어떤 식이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 즉 내가 더 도움을 줬나? 혹은 내가 더 도움을 받았나를 따져 생각하는 자체가 여러분이 그 사람과 맺은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어떤 식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느냐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도움의 양이나 질, 혹은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과 그 사람의 관계를 스스로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지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명함은 3가지 분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지난 일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주고 받은 명함 중 대부분은 '그냥 주고 받은' 것이다. 이런 저런 일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남발하는 게 명함이라는 것이니 너무 속상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도 큰 의미없이 여러분에게 명함을 줬을 테니까. 


도움 드릴 분 

명함을 분류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도움 드릴 분'이라는 분류다. 이것은 올해 여러분이 만난 사람 가운데 내년에 다시 만날 사람을 생각하는 부분이다. 여러분이 도움을 받은 사람이나 여러분이 도움을 줄 사람은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회사 내부 사람이든 외부 사람이든 이미 관계가 생겼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반면 그런 관계가 없었던 사람은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거기서 올해의 연말정산이 이뤄진다.

도움을 줄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 올해 여러분이 이미 치른 세금에 대해 내년에 돌려 받을 것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공중에 날려 버린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자. 그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게 정말 없을까? 그럼 왜 만난 것일까?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없는 지 최소한 세 번은 생각해 보자. 그래도 줄 게 없다면 명함을 버리는 게 낫다. '도움을 주신 분'에게는 감사의 인사와 그 사람의 도움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행복해졌는 지 이야기하면 된다. '도음울 드린 분'에게는 안부의 인사와 더 도와 줄 일이 없는 지 염려하면 된다. 반면 '도움을 드릴 분'은 여러분이 앞으로 만나야 할 사람을 의미한다. 

 
이렇게 명함을 분류하고 사람들에게 짧은 이메일을 써 보라. 결코 단체 SMS나 그럴싸하게 꾸민 연하장을 한번에 날릴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낼 고유한 메시지가 이미 있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는가? 이메일의 내용이 길 필요는 없다. 받는 사람을 이해하는 진심이 담긴 글은 길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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