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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거인과 싸우는 법, 아이리버 이야기

거인과 싸우는 법

작가
이기형
출판
링거스그룹
발매
20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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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이 책을 받고 서두를 읽다 던져 놓고 다시 조금 읽다 던져 놓기를 반복했다.
안 읽을 수는 없고 읽자니 좀 지루했다.
그렇다고 공짜로 책 받아 놓고 독후감을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어제 밤 이 책을 다 읽었다.
몇 주 동안 미룬 숙제를 끝낸 느낌이었다.


거인과 싸우는 법... 표지 제목 위에는 '벤처 신화 아이리버의 끝나지 않은 혁명'이라고
쓰여 있다. 맞다, 이 책은 아이리버 혹은 레인콤이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이 회사의 창립자인 양덕준에 대한 이야기다. 갑자기 MP3 시장에 나타나 순식간에
세계 시장을 휩쓸다 또한 순식간에 세인의 이목에서 사라져버린 한 회사에 대한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난 수 많은 벤처 기업 중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였던 레인콤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은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절호의 기회에서 수 많은
실수를 거듭하며 결국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던 일을 차분히
정리한 것은 후대의 기업인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은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실망스럽다.


저자는 전직 기자였는데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너무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모든 책은 저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리 극적이지 못한 자신의
경험을 책의 서두에 지루하게 늘어 놓는 바람에 내용에 집중하기 매우 힘들었다.
차라리 처음 시작을 아이리버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한 장면에서 시작하여 다시
뇌출혈로 쓰러진 양덕준의 병실로 돌아오는 플래시백 방식을 썼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책의 내용이 비록 양덕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저자는 양덕준 개인에 대한
찬양 일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저자가
양덕준이라는 개인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고 그것이 책을 쓰는데 주요한 이유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기에 일부분 찬양의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양덕준에 대한 저자의 존경심이
드러난다. 2004년 이후 레인콤의 전략적 실패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조직 내부 분열이라든가 갈등,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양덕준의
대인배다운 기질(?)로 이유를 묻고 있다. CEO 양덕준에 대한 비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걸 어쩌나..."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이 정도 이야기하면 책을 받고 독후감을 쓰는 입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 책이
주제로 삼고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실증
자료보다는 양덕준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는 실망스러운 책이다.
차라리 이 책의 제목을 "인물 양덕준"이라고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으며 양덕준이 레인콤을 창립했던 시기와 내가 벤처 기업에서 일했던
시기가 완전히 일치했고, 내가 경험했던 몇몇 벤처 기업의 CEO들이 생각났다.
많은 회한이 밀려 들었고 지금 그 사람들은 뭘 하고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시기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몇몇 회사들도 생각났다. 이 책이
갖는 가치가 있다면 그런 시대를 반추할 때 참조할만하다는 정도다.


참으로 제목에 비해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