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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엠파스, 그리고 SK컴즈의 포털 전략



2006 년 이맘 때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포털 사이트인 엠파스를 약 800억 원에 인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업계와 주식 분석가들은 이미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닷컴(nate.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2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싸이월드를 보유하고 있는 SK컴즈가 기존 서비스와 큰 차별성이 부족한 엠파스를 인수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SK컴즈는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등 포털 경쟁 구도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엠파스 웹 사이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네이트닷컴 또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엠파스와 네이트닷컴의 통합에 대한 언론의 추측과 업계의 관측이 나왔으나 SK컴즈 측은 별 다른 반응 없이 기존 포털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SK컴즈의 변화에서 최대 6개월 이내에 엠파스 웹 사이트가 사라질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2007년 9월 SK컴즈와 엠파스는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두 회사를 공식적으로 합병함을 승인했고, 회사의 공식 법인은 ‘SK커뮤니케이션즈’로 결정했다.

이 시점에서 엠파스는 단지 웹 사이트의 브랜드로 남아 있을 뿐 회사로써 생명은 상실했다. 두 회사의 인수 합병 후 내부적으로 대규모 인원 조정이 단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엠파스와 SK컴즈의 근무자들 15% 가량이 감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원과 조직 개편 및 조정은 이후 계속되어 올해 초까지 조직 개편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올해 중순까지 엠파스에서 결합한 경영진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달 하순 SK컴즈는 경영 조직 개편을 했는데 이번 개편 조직의 특징은 두 웹 사이트의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목적이 강하게 보인다.

마침내 길고 긴 인수합병 후 조직 개편의 초반부가 끝난 것이다. SK컴즈가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네이트닷컴과 엠파스라는 두 개 포털의 기술적인 통합이 아니라 인적 통합이었다. 살아 남은 자들은 이제 두 웹 사이트의 통합에 이견을 가질 수 없고 본격적인 사이트 통합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도래한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통합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엠파스의 메인 페이지에서 네이트닷컴의 서비스가 노출되거나 엠파스의 열린 검색이 두 웹 사이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변화는 계속되어 왔다. 이제 본격 통합 시점이 문제인데 올해 12월에 통합에 대하여 두 포털 사이트 사용자에게 고지한 후 내년 초반에 대대적인 통합 이벤트와 함께 하나의 웹 사이트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엠파스의 브랜드가 사라질 경우 SK컴즈가 감당해야 할 위험은 과거에 비해 매우 낮아진 상황같다. 사용자의 반발 또한 그리 높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두 개 포털을 동시에 운영하며 소요되었던 중복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물론 이런 평가는 최근 SK그룹의 경제 상황에 대한 입장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SK그룹은 장기적 불황과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언급하며 그룹사와 계열사의 대비를 요구한 바 있다. SK컴즈 또한 이런 그룹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시기적으로 조직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중복되는 웹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정리하는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본다.

엠파스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이 한국 포털 경쟁 구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털의 주요 수익 모델인 검색 광고의 경우 이미 두 포털은 동일한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서 매출 하락은 경제 상황에 지배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너 광고 매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엠파스라는 포털이 사라지게 되면 배너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주요 페이지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포털 서비스 형태로 변신한 싸이월드가 엠파스 브랜드가 사라진 후 감소할 배너 광고를 보전해 주면 좋겠지만 싸이월드 서비스 특성 상 기업 고객의 배너 광고가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한계가 있다.

네이트닷컴과 엠파스의 통합을 더디게 만든 요인 중 하나가 이것인데 현재 시점에서 배너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고정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엠파스 브랜드가 사라질 경우 단기적으로 SK컴즈는 매출 감소와 경쟁사로 커뮤니티 사용자가 이동하고 페이지 뷰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SK컴즈가 엠파스 브랜드를 정리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가장 적절한 시점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의 모바일 인터넷, IPTV 등 IT 신규 사업 부문에 대한 장기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터넷 사업 부문에서 해외 사업 진출도 지지부진하며 북미를 비롯한 몇몇 사업 부문은 대폭 축소하거나 서비스를 정리하고 있다.

SK 컴즈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경쟁 포털과 비교되는 중장기적 개발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엠파스 브랜드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위기시기에 변화를 시도하여 향후 변화한 포털 사업 구도에서 보다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지난 5년 간 국내 포털 사업의 구도는 NHN을 중심으로 한 '검색 광고 경쟁'으로 축약할 수 있다. 몇 년 째 NHN은 시장 점유율 70%를 넘는 실질적 시장 지배자 위치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컴즈가 엠파스를 인수합병한 것은 NHN이 만든 게임의 규칙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SK컴즈가 계속 그 게임의 규칙을 따른다면 결국 만년 3위 업체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SK컴즈가 엠파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SK그룹의 인터넷 사업에 보다 충실한 컨버전스 포털로 거듭날 경우 향후 몇 년 이내 독특한 서비스로 구성된 포털이 될 수 있다. 게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계속 낮아진다면 새로운 게임을 만들거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


ㅁ 이 글은 지난 11월 12일 웹 인사이트 칼럼을 옮긴 것이다. SK컴즈의 포털 전략을 언급하며 포털의 각 프라퍼티 (혹은 서비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꽤 긴 분량으로 계획되었으나 칼럼의 성격에 맞게 비즈니스와 관련한 부분만 공개했다. 엄격하고 세밀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비즈니스', '마케팅', '서비스'라는 큰 분류와 각 프라퍼티의 미래, HR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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