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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웹 2.0의 성공 신화와 생존의 조건

최근 한 국내 기업의 신제품 발표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웹 3.0을 이끌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라고 소개하는 걸 들었다. 옆 자리에 있던 사람이 피식 웃으며 조용히 중얼 거렸다, "웹 2.0이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린지..."





웹 2.0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이건 간에 지난 3년 간 국내외 산업 부문 특히 IT 산업 부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페이스북, 플리커와 같은 웹 2.0을 대표하는 많은 웹 서비스가 북미에서 탄생했고 이들은 짧은 기간에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몇몇 웹 서비스는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들은 수천백억 원이 넘는 가격에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며 또 한번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북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 한국의 사정은 어떠했나?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한국 또한 웹 2.0을 표방한 새로운 웹 서비스가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들 중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웹 서비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최근 몇몇 웹 2.0을 표방한 웹 서비스가 전격 서비스 중단을 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우가 있었다.

웹 2.0을 표방한 모든 서비스가 반드시 대중적 인기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외의 웹 2.0 서비스 중 앞서 언급한 유명한 몇몇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별 다른 수익 모델이 없고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도 못하여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든 웹 서비스와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든 웹 서비스의 근본적인 차이도 있지만 모든 창업자가 성공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생각해봐도 한국에서 웹 2.0을 표방한 웹 서비스 중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경우가 적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웹 2.0 서비스가 '적다'가 아니라 '없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지난 3년 사이 100백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새로운 웹 2.0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없다"고 대답할 수 있다.


■ 웹 2.0 서비스의 성공
사 업적 '성공'이라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며 상승이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업적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웹 2.0 서비스의 성공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북미에서 주목 받은 웹 2.0 서비스들 일부는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약하거나 매출이 발생하지만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웹 서비스는 수천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어 대기업에 팔리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웹 2.0 기업의 수익 모델은 기업 인수합병이다”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보다 대개의 웹 2.0 서비스들이 공격적으로 새로운 사용자 요구에 도전하기 때문에 웹 2.0 기업의 첫번째 성공 기준은 ‘사용자 확보’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한 금액에 거래가 된 웹 2.0 서비스들은 '단기간에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부족하더라도 대량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활동적인 웹 서비스는 큰 기업이 투자나 인수합병을 할 만한 매우 흥미로운 조건이 된다.

만약 마이스페이스가 1억 명을 모으는 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그렇게 큰 관심을 얻기 힘들었을 수 있다. 2006년 구글이 마이스페이스의 광고권을 따 내기 위해 9억 불(당시 환율로 9천억 원)을 지불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사용자를 단기간에 모아내는 웹 서비스는 일종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사업과 고객에 대한 기존 관점에서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천천히 확보하고 그들이 상품을 재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는 반면 웹 2.0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와 기술, 흡수 방식을 통해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사용자를 확보하는 특징이 있다.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비로소 웹 2.0 서비스는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에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받거나 혹은 대기업에 서비스를 넘기기도 한다.

이것은 10여년 전의 웹 서비스 성공과 비교하여 다소 달라진 측면이 있다. 닷컴 거품이라고 불리던 시절에는 비록 그 서비스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이유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투자자(인수합병을 포함하여)는 좀 더 까다로워졌고 아무리 의미있는 웹 2.0 서비스라도 일정 수준의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투자자의 요구와 웹 2.0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요구는 심각하게 충돌한다. 2년 전 새로운 웹 2.0 서비스를 개발하여 유지 중인 한 기업의 CEO는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현재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 알고 싶어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투자인데 그들은 사용자가 너무 적다고 우려를 표한다."

그 는 지난 2년 간 많은 투자자를 만났고 그들 대부분이 웹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결국 현재 사용자가 너무 적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것은 딜레마일까? 웹 2.0 서비스의 운영자들은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투자자를 찾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싶어하지 않는다.

웹 2.0 서비스에 투자를 하려던 한 투자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만약 하루에 1만 명씩 새로운 사용자가 가입하고 있는 곳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런데 투자를 해야 그렇게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결국 홍보가 그 웹 서비스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소리 아닌가? 홍보에 대한 투자 비용이 줄어들면 사용자도 줄어 드는 서비스에 투자할 수 없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만약 서비스가 그토록 매력적이라면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투자를 해야 비로소 늘어나는 사용자라면 굳이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통해 사용자를 늘일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투자자들은 부정한다. 반면 웹 2.0 서비스 운영자들은 투자가 있어야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일까?

웹 2.0 서비스 중 주목받고 있는 북미의 몇몇 서비스를 살펴봤을 때 이 논쟁에서 투자자들의 의견이 옳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자신의 웹 서비스가 갖는 가능성과 기술력으로 설득하는 것은 투자자의 돈주머니를 열 수 없다. 아직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웹 서비스라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

세계적인 검색 사업자인 구글의 초창기 일화 중 '신용카드' 이야기는 유명하다. 최초 구글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후 급증하는 검색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서버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없자 창업자들은 자신의 신용 카드를 이용하여 서버 컴퓨터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만약 엔젤 투자자를 만나지 못했고 초기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그들은 파산했을 것이라는 일화다.

구글의 창업자들이 초창기에 급성장하는 자신의 웹 서비스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면 투자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 단지 구글 창업자들의 기술력이나 검색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설득하는 식으로 투자를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 웹 2.0 성공 신화
올 해 초 웹 2.0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몇몇 신생 기업의 대표들과 컨설팅을 한 적 있다. 이들은 앞서 이야기한 투자에 대한 토로를 하곤 했는데 내 대답은 "우선 대량의 사용자를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운영 자금이나 홍보 자금이 부족하다며 우선 투자를 받으면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사용자를 모으는 방식이 반드시 기업 홍보나 마케팅, 혹은 보다 나은 서비스의 개발은 아니라고 대답했고 사용자를 급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하루에 1만 명 이상의 신규 사용자 증가를 시킬 수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서비스 제휴’이며 하루 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웹 서비스를 찾아 서비스 공급의 조건으로 서비스를 확장시키라고 조언했다.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웹 2.0 서비스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가 생존하고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이 조언에 대해 웹 2.0 서비스 기업 대표들은 무시하거나 중요치 않게 생각했다. 자사의 서비스가 뛰어나면 서비스 제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현재 내부에서 개발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웹 2.0 성공 신화’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웹 2.0 서비스가 거대한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웹 2.0 서비스의 운영자들은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겠지만 자신이 만든 서비스가 그리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웹 2.0 서비스는 소수의 사람들만 열광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웹 2.0 서비스는 이미 성공한 다른 서비스에 적용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웹 2.0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웹 2.0 성공 신화를 꿈꾸며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저 힘 빠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작년 초 웹 사이트의 문서를 스크랩하여 저장할 수 있는 특별한 웹 2.0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 중인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에 이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소개서를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서비스의 대상자를 ‘전 인터넷 사용자’라고 적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비스는 한국 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유사한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것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었고 기술 구현 수준도 훌륭했다. 그러나 컨설팅 직전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숫자를 예측해 보았는데 그들이 예측하는 것과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해당 웹 2.0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사용자의 경우 최대 100만 명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이 숫자의 대부분이 이미 다른 형태의 서비스로 요구를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해당 기업의 CEO는 "아직 우리 서비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며 향후 서비스가 더 발전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서비스는 최근 서비스를 중단하고 웹 사이트 또한 폐쇄되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되었지만 서비스는 결국 5만 명도 되지 않는 사용자를 확보하는 수준에서 멈췄고 모 회사의 투자가 끊기며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웹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성공 신화를 꿈꾼다. 특히 웹 2.0 서비스의 경우 "우리는 남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다 성공 신화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웹 서비스는 기술적 우월성도 중요하고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확보’다. 비록 기술적으로 미흡한 상태더라도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웹 서비스, 특히 웹 2.0 서비스는 생존하기 힘들다.


■ 생존의 조건
2006년 이후 국내를 대표할만한 웹 2.0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성공에 대한 신화에 너무 몰입함으로써 성공의 기준이 높아진 것은 아닌가 싶다.

웹 2.0을 표방하는 모든 서비스가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매일 수억원의 거래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셉트의 웹 2.0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사용자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웹 2.0 서비스는 아무리 노력해도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운영자의 문제나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웹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딱 그 정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의 수강신청을 편리하게 해 주는 어떤 웹 서비스가 있는데 이 웹 서비스가 1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웹 서비스는 대학생이 아니면 쓸모가 없고 한국의 대학생은 대략 3백만 명 가량이다. 3백만 명을 모두 사용자로 확보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한국의 모든 대학교 수강신청표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3백만 명이라는 최대치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노력과 시간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만약 생존의 조건을 착각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비용만 지불하고 그로 인해 웹 서비스가 사라져 버리는 결과에 이를 것이다.

이런 웹 서비스의 생존 조건은 무엇일까? 3백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할까? 혹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사용자 목표를 정한 후 웹 서비스의 콘셉트를 변화시켜야 할까? 바로 이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웹 2.0 서비스가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웹 2.0 성공 신화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끊임없는 신규 사용자의 유입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신규 사용자의 수준은 각 웹 2.0 서비스마다 제 각각이다. 어떤 웹 2.0 서비스는 하루에 1천 명은 신규 가입을 해야 생존할 수 있고, 어떤 웹 2.0 서비스는 1백 명 정도로 충분할 수 있다. 신규 가입자 뿐만 아니라 일일 방문자, 사이트 체류 시간, 페이지 뷰 등 생존을 위해 유지해야 할 숫자는 훨씬 많다. 그 숫자가 생존을 위한 목표가 된다.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을 때 투자가 있고 미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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