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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KTX 노트북 대여

부산에 다녀 오며 열차에서 작업이나 할까하여 서울로 돌아 오는 길에 노트북을 대여했다.  DELL 노트북과 인터넷 사용료를 합쳐서 5천원, 3시간 가량의 부산-서울 KTX가 세 시간이니 배터리 용량이 조금 부족할 듯 하지만 문서 작업만 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 노트북을 켜고 지급된 무선 인터넷 접속용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접속, 설명서와 달리 실제 사용해 보니 옛날 모뎀을 사용하던 시절 정도의 속도가 나온다. 구글Docs에 접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Ajax 방식이라 KTX가 간간히 인터넷 접속이 끊어지는 지점 - 터널이나 단절 지점 - 을 지나더라도 글을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MS 오피스와 아래아한글이 설치되어 있어서 웹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테스트 삼아 해 봤다.


글을 몇 개 쓰고나서 네이버 웹 툰 열어 놓고 깔깔 거리며 만화를 보고 있다. 느리긴 하지만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안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고, 무거운 노트북을 대여하여 쓸 수 있다는 것도 편한 일이다. 더 쉽게, 더 편리하게 일상의 부분 부분이 변해가며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결국 현실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오후 4시 50분, 일을 하다 보니 벌써 대전 역 근방이다. 문득 노트북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겠지만 또 다른 이유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유도 많지만 정서적인 이유가 생각났다. 노트북을 대여해서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차라리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며 지나치는 창 밖 풍경을 보거나 옆에 앉은 동료와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아마 노트북으로 함께 영화를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일을 위해 노트북을 빌린다면 더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마 다음 번에는 노트북을 빌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