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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회사에 대하여...

트레이스존. 내가 만드는 회사의 이름이다. 한 친구는 '블루문 컨설팅'으로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는데 그건 좀 아니다 싶다. 내가 꾸리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5년전부터 했고 컨설팅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은 1년 전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고 내년 6월에 정식 법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요즘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얼마 전에 그쪽에서 연락이 와 만났던 모 대기업 직원들과 대화 중, "돈 많이 버시나봐요?" 그 사람의 질문 의도는 '뭐 믿고 우리에게 그렇게 틱틱거리냐?'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에게 "네, 궁색하지 않을 정도로 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자리를 마련해 준 사람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개념이 없었다. 한 시간도 뺄 수 없는 일정에서 거의 4시간을 투자했다. 일정 조정하기 위해 무려 4군데 회사에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 자세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성의했다. 나는 '좋은 관계를 맺자'라든가 '장기적인 관계 설정' 따위는 모른다. 그런 어설픈 생각이었으면 부르면 언제든 달려 올 CP들과 대화하라. 나는 대화 자세가 불량한 사람을 가장 경멸한다. 그런 자는 돈을 얼마를 주더라도 컨설팅하지 않는다.


#2
예전부터 자문을 해 달라고 요청하던 모 회사 사장님. 한달 전에 공식적으로 자문 요청을 했고 과거에 약속했던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그 자리에서 "블루문님 뭘로 먹고 사세요?" 좀 당황한 나는 "컨설팅하는 사람이 컨설팅으로 먹고 살지요"라고 대답했다. 아마 아직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백수짓하고 있나 생각하나 보다. 나 회사 다닐 때보다 돈 더 잘 번다. 물론 세금은 기가 막히게 많이 낼 것 같다. 매출액 기준으로 대략 28%다. 뼈빠지게 고생해서 1억짜리 계약 따내면 세금으로 그냥 2천 8백만원은 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많이 미워지는 요즘이다.


#3
컨설팅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니 아는 형님이 한다는 말씀이 "애들 데리고 있어봐야 내 마음 이해할 거다"라며 월말 봉급날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태연하게 "그런 걱정할 생각이었으면 회사 만들 생각 안했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공공연히 이런 이야기를 한다. cash flow는 내가 조정한다. 나는 욕심없이 회사를 꾸릴 것이다. 직원 1명에게 1년간 줄 수 있는 급여를 캐시로 확보하면 비로소 1명을 뽑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전체 임직원을 10명까지 확보할 것이다. 그 이상 확대할 계획은 없다. 이 계획은 결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는 회사를 크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내 회사의 비전과 목적은 "역량있는 벤처 기업에게 힘을!"이다. 몇 십억짜리 프로젝트 따 내서 돈 벌 생각이었으면 애당초 이런 고집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4
억대 연봉이 목표라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시야를 확대하면 억대 연봉 별 거 아니다. 게다가 나는 매우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내 입 하나 풀칠하는데 자신 있다. 상업성 짙은 글만 써도 그만큼 번다. 대기업이나 포털들 입맛에 맞는 글만 써도 먹고 산다. 아니면 브로커질하는 게 그보다 쉽게 밥벌이하는 방법이다. 내가 가진 능력과 지식과 지위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 자신이 그렇게 돈을 벌 자신이 있고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어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 최소한 나는 그런 식으로 돈을 번다고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배부른 돼지를 경멸한다. 돼지가 사람처럼 말하는 것도 경멸한다. 돼지는 돼지우리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돼지가 될 생각도 없고 될 수도 없다.


#5
현실은 참 힘들다. 컨설팅 업계는 학벌이 반이라는 말을 한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컨설턴트가 "이번 건은 10억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부산대 출신 컨설턴트가 "이번 건은 3천만원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얼굴이 노랗게 변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블루문님도 유학을 다녀 오시지요?"라고 조언한다. 내 대답은 또한 한결같다, "아이비리그 출신을 사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런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최소한 12개월 동안 그런 사람은 내게 필요하지 않다. 나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은 것이지 현실에 적응하여 기업의 돈을 약탈하고 싶지 않다. 회사를 꾸리는 것은 정말 현실적인 판단과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판단과 정책이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독이다. 독을 먹고 자란 나무가 꿀을 쏟아 낼 수 있을까?


#6
유유상종. 내가 의지를 세우면 그 의지를 따르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내가 의지를 꺾으면 딱 그만한 수준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며 생각하는 것은 세 가지다.

- 지금 나는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가?
- 지금 나는 정직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고 있는가?

셋 다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한다.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늘 스스로 다그친다. 오늘 살다 죽을 것처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조그만 변화라도 만들 수 있다. 그 변화가 나로 인한 것이라면 인생은 정말 살만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7
나는 이 모든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