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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띠앙 몰락사

공식적인 발표는 없을 것이다. 공식적인 발표가 있더라도 별 의미없는 "영업상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정도일 것이다. 네띠앙은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운이 좋다면 어떤 선의의 업체에 의해 얼마 간 명맥이 유지될 수 있겠지만 식물 인간에게 산소 호흡기를 달아 둔 것과 같다. 네띠앙의 몰락사는 크게 3 분기로 나눌 수 있다.


1분기 : 내부 분열

1997년 한글과 컴퓨터(주)의 자회사인 한컴네트는 포털 사이트인 네띠앙을 설립한다. 그러나 1999년 네띠앙의 설립자인 이찬진 사장을 비롯한 핵심 개발 인력이 대거 네띠앙을 떠난다. 당시 성장세에 있던 네띠앙은 이로 인해 꽤 오랜 기간 동안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서비스 발전이 지연된다. 대표 이사가 공석인 상태로 유지되었고 몰락은 이 시점부터 예견되었다.

2분기 : 이승연 사건

2004년 초, 네띠앙은 이승연씨의 종군위안부 누드 사건으로 인해 오랜만에 세간의 화제가 된다. 네띠앙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에서 추진한 이 사건은 네띠앙의 몰락을 급속도로 진행시키는 계기가 된다.

3분기 : 서버 접속 중단

이승연 사건 이전부터 네띠앙은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 흔하게 나오는 매물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네이버 뉴스에서 네띠앙 인수합병으로 검색하면 많은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기사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 네띠앙은 1999년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위권으로 밀려 난 후 계속 하락세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M&A의 대상이 되어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네띠앙이 그나마 2006년까지 서비스를 접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돈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투자 관계와 인수합병의 복마전이 네띠앙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기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네띠앙은 2002년 무렵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 버렸고 지난 4년 간 생존을 위해 존재하기만 했다. 물론 네띠앙에 근무했던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노력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과 일부 조직의 노력으로 불가능한 일도 있기 마련이다.

혹자는 네띠앙의 몰락이 사업 구조 다각화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사업 구조 다각화야 말로 네띠앙 몰락의 구체적인 이유 중 하나다.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바람에 네띠앙의 수익 구조는 계속 악화되었다. 이것은 현재 생존하는 중소 포털이 반드시 참조해야 할 부분이다. 사업 구조 다각화는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핵심 역량이 부재하거나 부족하다면 사업 다각화란 결국 한 사람이 열 가지 일을 하자는 공염불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네띠앙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유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다른 중소 포털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그것은 네이버로 대표되는 특정 업체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 때문이 아니다. 네이버와 네띠앙의 몰락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몰염치하고 무식함의 발로다. 네이버든 다음이든 네띠앙의 몰락이나 중소 포털의 부진에 대해 책임질 이유가 없다. 자신의 문제를 시장 환경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자들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 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