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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SNS를 거부하는 상사 설득하기

신호철
아쉽지만 기업 소셜미디어 담당들의 당면과제는 고객에 관한 문제보다 먼저 회사의 경영진들을 설득하고 지원군으로 만드는 길...


SNS(Social Network Services)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온라인을 통해 기업과 고객이 소통하는데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주제다. 기업들 대부분이 홈페이지를 갖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고객 응대 채널로써 홈페이지의 역할과 기업 내부에서 누가 혹은 어떤 조직이 그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지금은 SNS에 대해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2000년 즈음이었다. 당시에 회사 웹 사이트를 새로 만들면서 고객 상담 게시판에 대해 논란이 벌어진 적 있다. 고객 상담 게시판을 만들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라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주제의 토론이 벌어졌다. 한 쪽은 강력하게 고객 상담 게시판을 만들자고 했고 다른 한 쪽은 강력하게 만들지 말자고 했다. 만들자고 한 쪽이 내세운 이유는 "고객 접점을 다각화하고, 우리 회사의 문제나 상품의 문제를 24시간 얻을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한다"는 것이었고 반대쪽의 주장은 "지금도 고객 접점은 충분하며 회사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 임의로 공개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금이라면 말도 안되는 토론이었겠지만 당시는 이런 토론이 심각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새로운 미디어 - 인터넷과 웹 사이트와 고객과 직접 응대하는 게시판 - 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관점에서 보수적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업(법인체)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도전하는 것을 위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 토론은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았는데 개인 회원들이 선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공개하거나 비공개로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뭐 저런 뻔한 결론이야"라고 하겠지만 당시의 경험 수준에서는 꽤 오랜 시간 고민해서 나온 결론이었다.

이런 현상은 이후 새로운 미디어 혹은 주목 받는 거대 커뮤니티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핫 키워드로 떠 오를 때도 그랬고, 블로그 때도 그랬고, 유튜브를 비롯한 UCC가 떠 오를 때도,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주목받는 지금도 그렇다. 뉴미디어 혹은 주목받는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기업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여기에 우리가 개입해야 하는가? 누가 어떻게 언제 해야 하는가?"

대개의 기업은 이런 고민 속에서 '일단 지켜보기'라는 태도를 취한다. 모험적으로 앞서가는 기업이 있더라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일단 대기하고 지켜보려는 보수적 태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어하는 것은 기업(법인체)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앞서 말한 바 있다. 더구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미디어에 기업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이 잇점만큼 문제도 발생시킨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한 상태다.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하게 기업 블로그 사이트를 열었다가 오히려 고객의 공격을 받고 상처 입었던 수 많은 기업 블로그의 사례가 있다. 기업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선행 학습을 통해 자신들도 그런 사례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반면 기업의 홍보나 브랜드 전략을 맡고 있는 담당자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분명히 트랜드가 되고 있고 자신의 기업이 그 트랜드에 늦게 합류할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SNS가 주목받은 지 오래되었지만 자신이 속한 기업은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담당 업무를 맡은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답답한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상사를 찾아가서 지금이라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홍보하고 고객과 만날 것을 제안할 것이다. 상사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SNS 담당자는 좌절한다. 그러나 이건 어떤 의미에서 SNS 담당자의 욕심일 수 있다. 상사의 그런 반응 - 혹은 적대적인 반응 -은 담당자에 대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그 이유는 기업 혹은 상사의 고민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을 정확히 주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얼마나 이익을 주지? 누가 할 거지? 얼마나 비용을 써야 하지? 추가로 해야 할 일이 뭐지?"

상사는 담당자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실질적인 질문을 고민하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담당자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만 한다. 상사의 표정에서 서로 엇갈린 대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그가 아니라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사의 이런 질문에 대해 SNS 담당자가 정확히 대답할 수 있을까? 혹은 SNS를 통한 기업 홍보를 대행해준다는 회사에서 정확히 대답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이익과 비용에 대해 근사치를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해 봐야 안다. 트위터 계정을 생성하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회사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네트워크 속에서 주목받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추정하기 힘들다. 운 좋으면 몇 주일이 걸릴 수도 있지만 몇 개월이 걸려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브랜드와 이미지가 얼마나 개선되었는 지 계량화하는 방법도 애매한 상황이다. 게다가 상사는 이런 질문을 할 지 모른다, "매출에 얼마나 기여를 하게 되나요?" 아차, 매출로 계량화하는 방법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여러분은 써야 할 비용만 떠들어 대고 있는 것 아닌가? 회사 내외부 제안자들은 여러가지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내 놓는 것도 그런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시도인 것이지 현실적으로 여전히 추정치일 뿐이다. 상사는, 회사는 그런 추정치가 불안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 SNS 담당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현재 변화에 회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원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뻔하지만 정석인 방법이 있다.

1. 성공사례 정보를 계속 제공할 것 - SNS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를 계속 보고한다
2. 자신의 사례를 알릴 것 - SNS를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자신의 사례를 알린다
3. 비용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할 것 - SNS 홍보 대행사의 비용 제안, 프로모션 소요 비용, 조직 교육 비용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최소한 이 3가지 '일'을 계속해야 한다. 며칠이 될 수도 있고 몇 개월이 될 수도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계속 '일'을 해야 한다. 상사는 이런 정보를 통해 천천히 판단하게 될 것이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SNS 담당자에게 물어 볼 것이다, "그거 어떻게 시작하면 좋겠어?". 자, 이제 일을 할 시간이다. 이건 SNS를 거부하는 상사를 설득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모든 새로운 제안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설득을 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나 불충분한 정보 제공 상태에서 설득은 상사를 당황하게 한다. 상사를 고슴도치로 만들면 결국 당신만 다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