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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백화점 화장실에서 숨어 커피 마시는 청소부

트위터에 짧은 글 하나가 올라왔다.

Ssem
백화점 층층마다 VIP룸 두면서 시설관리 노동자들 휴게실은 있는가? 어제 백화점 화장실에 갔을 때 청소하시던 한 분이 캔커피를 하나들고 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캔 따는 소리가 들렸다. 난 가슴이 무너졌다.

내 가슴도 무너졌다. 이어 이 글을 리트윗(옮김)한 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Euna Park
대학시간강사두요~!: RT : 백화점 층층마다 VIP룸!시설관리노동자들 휴게실은 있는가?어제 백화점 화장실~청소하시던 한분이 캔커피를 하나들고 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잠시후 캔 따는 소리가 들렸다.난 가슴이 무너졌다

대학시간 강사... 보따리 장수라고 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이런 저런 대학을 찾아 다니며 강의를 하고 마땅히 쉴 곳도 없고 어떤 날은 강의가 끝나고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방금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몰려온다, "교수님! 방에서 커피 한 잔 주세요~" 한다. 난 방이 없다.

나도 하나의 트윗을 올렸다,

Bluemoon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 분들이 화장실에서 커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하에 있는 휴게실까지 갈 시간이 없고, 열린 장소에서 마시면 백화점 방문 고객이 항의하니까요. 쩝...

또 가슴 아픈 글이 올라온다,

Taeyoung
@
고객용 에스컬레이터 엘레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는 곳도 많죠

어떤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기억이 난다. 한 청소부가 고객용 엘레베이터를 탔다. 청소용 마대와 물통을 들고, 그 아주머니는 엘레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벽을 보고 있었다. 복잡한 엘레베이터인데 다들 그 아주머니로부터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벽에 비친 모습에서 그녀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Taeyoung
@
드물게 규모가 작은 몇 백화점에 한해 퇴근시 같은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판매직들도 고객용을 이용하는 건 엄금입니다. 청소직이나 판매직은..직원용 계단 층계에서 쉬는 게 거의 다죠

그 백화점은 메이저는 아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꽤 유명하다는 백화점에서 청소부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분명히 누군가 청소를 하고 있을텐데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우리 주변에서 치울 것만 치우고 사라지는 훈련을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무심한 것일까.

Bluemoon
@
그건 기본적으로 백화점 사측이 고용 노동자의 인권이나 복지보다는 백화점 고객(그러니까 매출이죠)의 편안함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청소하는 분들은 마치 없는 존재와 같죠. 그래야 한다고 백화점은 강조합니다.


회사에 출근할 때나 모르는 회사를 방문할 때 청소하는 분들을 만나면 늘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내가 한 번이라도 그런 적이 있나 생각해 봤다. 없다. 그들은 백화점 방문 고객에게 존재를 알리지 않도록 훈련 받았던 것 같다. 한 사람이 적게는 수 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 원의 매출을 올려주는데 청소부의 존재는 그런 판타지를 깨뜨릴 수 있으니까. 억측이 아니라 내가 백화점 운영을 하더라도 청소부와 같은 사람들의 존재가 백화점 방문 고객에게 신경 쓰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 같다.

그래서 슬프다. 내 편안함을 위해 존재가 사라져야 하는 그들에게 죄송하다. 트위터에 올라온 첫 번째 글을 읽고 1시간 안에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참조하여 작성한 포스트다.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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