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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먹여라! 좋게 쓸 것이다

사회학을 전공한 나는 사회적 장치와 심리 변화에 대해 공부한 적 있다. 그 중 하나가 제목처럼 너무나 단순하여 '설마 그럴까?'라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었을 때 행복하다.

블로깅을 하는 사람 중 구글(www.google.com)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글의 복지 제도 중 음식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웬만한 레스토랑 수준을 넘는 카페테리아와 구글 본사와 지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각종 음료와 식품이 존재하는 코너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블로거가 소개한 바 있다. 심지어 구글 본사 카페테리아의 주방장이 바뀐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될 정도로 이 회사의 음식에 대한 노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 노력은 학술적으로 이미 검증된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먹여라, 그러면 더욱 나아질 것이다."

기자들은 잘 알겠지만 꽤 많은 언론 간담회나 발표회가 식사 시간대에 이뤄진다. 기자들은 이런 모임에 참석해 식사를 하며 취재를 하게 되는데 직간접적으로 제공되는 음식의 수준에 따라 기사 작성의 형태에 영향을 받는다. 물론 식사를 하지 않고 기사를 쓰거나 비록 먹더라도 기사는 자신의 논조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론적으로 상대방이 제공한 음식을 즐겁게 먹은 경우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사람조차 상대방이 제공한 음식이 자신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훌륭할 때 심리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와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굳이 찾아 보고 싶다면 심리학과 사회학 관련 조사 연구 자료를 검색해 보기 바란다. 이왕 비판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반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나 컨퍼런스, 초대 모임에는 빠짐없이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이미 증명된 어떤 방법의 일환이다. 자신을 초청한 후 1인당 단가가 최소한 5만원 이상되는 음식이 제공된다면 그것을 자신에 대한 평가로 동일시하는 경항이 있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해도 분명히 인지하게 되고 그 때문에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구글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1만 2천명이라는 종업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다양하고 풍족하며 질좋고 게다가 무료인 음식의 원가는 얼마일까?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종업원 전체가 돌려 주는 가치는 얼마나 될까? 회사에 대한 충성심, 종업원 쌍방 간의 이해와 배려, 보다 높은 근속 연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생성되는 긍정적인 루머 이런 것의 가치는 얼마 될까? 100원을 투자해 1000원을 얻는 것이 기존의 기업 복리 정책이었다면 좋은 음식을 상시적으로 풍족하게 무료로 제공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최소한 1000원 이상이다.

중요한 건 그냥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할 수 없이' 풍족하게, 조건없이, 늘 같은 수준으로, 앞으로 더 나은 수준으로 제공될 것임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대충 따라하려다간 가랑이 찢어지는 일이 될 것이다.

무료 음식 제공의 신드롬을 낳은 구글과 그것을 따라하는 한국의 많은 업체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따라하기는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웬만한 블로거 모임에는 식사를 제공한다. NHN의 모임에선 샌드위치가 대세인 듯 하고, 다음의 모임에선 뒷풀이 술자리가 대세인 듯 하고, 야후!코리아의 최근 모임은 샌드위치와 샐러드인 듯 하다. 뭐가 되었든 참가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먹을 것을 주는 신드롬 이전에 존재했던 것은 참가자에게 주는 회사의 상품 (핸드폰 고리, 티셔츠, 공책, 볼펜 등등) 이었는데 이젠 그것과 함께 먹을 것을 주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항상 자신에게 공급된 음식과 사은품을 블로그에 올린다. 공급자가 기대했던 것처럼.

이런 행사 이벤트는 실패가 없다. 아, 실패가 있긴 하다. 몇년 전 이야기인데 어떤 업체가 초대 행사를 한 적 있는데 나름대로 돈을 쏟아 부어 각종 해산물 뷔페를 연 적 있다. 그런데 재수가 없으려고 그랬는지 해산물 중 일부가 부패하는 바람에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생긴 것이다. 뷔페가 부패하여 낭패가 되었는데 결국 기사화되어 낭패를 당한 바 있다.

먹을 것을 주는 게 중요해진 시대에 살다보니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식당과 IT의 결합은?" 허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