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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다음 블로거기자단의 문제점과 방안

미디어다음의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인 <블로거 기자단> 태생적으로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한계성에서 출발했다. 블로거 기자단이 시작될 무렵 (주)다음 커뮤니케이션즈(이하 '다음')는 포털 1위 탈환과 수익성 개선 및 신규 사업 모델 제안이라는 내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다. 다음은 타개책 중 하나로 미디어 사업 부문의 강화를 내세웠고 이것은 석종훈 사장이 미디어 사업체 출신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음의 영광을 만들어 냈던 다음 카페와 한메일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쇠락을 거듭하고 있었고 검색 사업 또한 장기간의 개발이 필요한 부담스러운 사업이었다. 테라 라이코스 인수합병은 오히려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재표를 악화시켰고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이라는 극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게다가 회사 내부적으로 몇 년 간 진행된 조직 구조 개편의 막바지였기 때문에 조직은 허물을 벗은 뱀처럼 매우 약한 상태였다. 다음으로서는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 '미디어 사업자로서 다음의 재도약'이었다. 그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 시민 기자를 표방하며 온라인 미디어의 새 지평을 연 오마이뉴스를 벤치마크한 <블로거 기자단>이었다. 최초 <블로거 기자단>의 운영에 직접 관련한 사람은 3~5 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그들은 '기자'라고 스스로 불렀는데 기존 언론사와 상당한 충돌이 있었다. 포털이 기자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 혹은 맹비난을 끊임없이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은 기자라기 보다는 운영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난 18개월 사이 미디어다음의 정책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디어다음이 최초 스스로 기사를 생산하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려는 그야말로 '미디어 사업자'로써 자신을 규정했음을 밝히기 위해서다. 디지털조선에서 근무했던 석종훈 사장의 경력 때문에 업계에서는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자식이 부모 등 친다'며 떠들기도 했다. 심지어 NHN의 최휘영 사장도 언론사 출신임을 부각하여 '다음과 NHN을 장악한 언론사 출신 CEO' 류의 기사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석종훈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미디어다음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현재에 와서 미디어다음의 전략적 방향은 순수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미디어를 중심에 둔 콘텐츠 사업자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전략적 기조를 이해할 때 미디어다음의 미래와 그것의 주류 서비스 중 하나인 <블로거 기자단>의 정체성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다.


2005년 12월 우연한 기회에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에 기사를 보낸 후 인터뷰 기사나 기획 기사를 몇 번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인연으로 간혹 <블로거 기자단> 관계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2006년 초반까지 미디어다음에서 <블로거 기자단>은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다. 이 새로운 서비스가 독창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의 시스템을 벤치마크했다는 것은 분명했고 관련자도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포털 다음이 <블로거 기자단>이라는 자유 분방한 집단을 포용할 수 있는가였다. 당시 <블로거 기자단>의 편집진은 블로그와 블로거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 있었다. 반면 나는 그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신뢰를 보내는 것은 불필요한 기대와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가져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블로거 기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합리적인 편집 시스템 등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의 대안을 믿지 않았고 사업의 성과 때문에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후 미디어다음과 특히 <블로거 기자단>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최근 <블로거 기자단>과 관련한 모임에 참석한 것은 지난 6월 초 "오픈 에디터 모임"이었다. 오픈 에디터는 <블로거 기사>에 대해 일반인과 다른 추천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말한다. 모임에서 나는 오픈 에디터 시스템이 매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고 특히 누구나 인정할만한 공정한 시스템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모임에서는 오픈 에디터에게 20의 추천 권한을 주는 게 맞는가? 수치를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 류의 토론이 있었다. 나는 20의 추천 권한 기준이 뭐냐고 물었고 기술적인 기준이나 사회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숫자의 가치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당시 <블로거 기자단>의 실무 편집진이 참석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하지 못했다. 모임이 끝난 며칠 후 에디터의 추천 권한은 10으로 변경되었다.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단>의 현재 모습은 그 규모에 비해 어설프기 이를 데 없다. 한 블로거는 자신이 경험한 <블로거 기자단>의 모습을 언급하며 "다음 블로거 뉴스 베스트, 사법고시보다 어려워?"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베스트 뉴스가 되는 게 어려운 이유는 사법고시와 같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거나 경쟁률이 높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블로거 기자단>이 18 개월의 운용 과정을 거치면서 여전히 해결 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치열하게 해결 못하는 것이 문제다. 초기 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블로거 기자단>의 웹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한 자원(인력과 시간)을 투입 받는데 난관을 겪고 있고 충분한 지원을 보장 받기 힘든 상황이다. 최소한 우리가 기대하는 정도의 충분한 지원이 <블로거 기자단>의 편집자들 혹은 운영자에게 할당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담당 편집자가 과로로 쓰러지는 사태까지 벌어 지고 있다. 충분한 지원은 충분한 기획과 개발을 보장하게 된다. 충분한 기획은 모순이 있는 추천 시스템을 개선하게 될 것이고 충분한 개발은 시스템을 만들게 할 것이다.

<블로거 기자단>이 합리적으로 발전하는 최선의 방법은 다음 혹은 미디어다음이 <블로거 기자단>과 실무 운영진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보장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인원 감축과 보다 효율적인 조직 구성을 위해 다음이 현재 진행 중인 구조 개선을 감안할 때 <블로거 기자단>이 보다 충분한 지원을 받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더 많은 블로거와 더 많은 기사와 더 많은 베스트 기사를 확보할 것". 그런데 이렇게 되려면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을 좀 더 광범위하게 홍보해야 하고 이미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공정하고 파괴력있게 배포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성과를 보여 주면 지원을 하겠다 혹은 지원을 해 주면 성과를 보여 주겠다냐는 질문이 아니다. 흔해 빠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항상 닭이 먼저다. 자신이 무엇을 하기 전에 성과를 내라는 것만큼 멍청한 주문이 어디 있겠나?

<블로거 기자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블로깅을 하며 읽는다. 문제를 제기하는 대부분 블로거의 의견은 항상 옳다.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에 자신의 소중한 글 혹은 기사 혹은 발로 뛰며 작성한 이야기를 올린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블로거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미디어다음이 그걸 당연시할 이유는 없다. 바로 그런 것 때문에 1위 포털인 다음이 2위 그리고 3위가 되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과거 카페 사용자와 한메일 사용자를 자신들이 제공한 서비스를 만족하며 쓰고 있는 '당연한 사용자'로 믿었다. 그 믿음이 과하여 자만이 되었고 시스템의 개발과 혁신 요청에 무책임하게 대응했다. <블로거 기자단>은 다음에게 또 다른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가 되고 있다. <블로거 기자단>을 저렴한 비용으로 훌륭한 기사를 얻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싼 값에 계약한 CP(포털 콘텐츠 공급자 : Contents Provider)와 뭐가 다를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블로거 기자단>은 과거 다음이 직면했던 불합리한 관계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돌아 온 기회 - 블로거들의 적극적인 기사 생산과 다음에 대한 믿음 - 를 돌려 차기로 날려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충분한 투자와 충분한 대가,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의 미래를 그리고 싶다면 다음 스스로 먼저 투자하고 대가를 돌려 줘야 한다. 심심해서 <블로거 기자단>으로 소중한 글을 송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이 현실이다. 다음이 먼저 변해야 다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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