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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이상한 게임 스튜디오 시스템, 위메이드 개발팀 구조조정

3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그룹 내에 산재해 있는 50여개의 개발팀 중 20개 가량을 정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뚜렷한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했던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가 감축 1순위로 꼽힌다. 그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었으나 '윈드러너2' 실패로 위축된 조이맥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위메이드 본사 소속의 신규 모바일 프로젝트도 상당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

 

관련한 소식통은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기존 240명에 달하는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안이 유력, 감축 폭이 가장 클 가능성이 높다"며 "라이브 사업인력도 인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 그룹의 인력은 본사와 자회사, 계열사, 해외 법인을 합산하면 1800명 가량에 달한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080402100931749001




영광은 함께 고통은 니꺼



게임 업계에서 이런 구조조정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보며 컴퍼니 인 컴퍼니 (company in company : 작은 회사 단위 조직이 보다 큰 회사 조직에 속해 활동하는 것) 스타일의 스튜디오 게임 개발사 운영은 이제 그만둬야지 않을까 깊이 고민하게 된다. 저급여 고노동 시스템으로 여러 개발팀을 시류에 맞춰 우르르 끌어와 하나의 회사로 묶어두고 정작 개발에 필요한 자원과 창의적 환경은 제공하지 못하면서 기업 이윤 창출을 위한 제어와 제한은 극대화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스튜디오 시스템이지 알고 보면 인력 빨아 들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전략이니, 여러 개발팀의 자율성과 시너지 이펙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차라리 10억 줄테니 2년 안에 그걸로 알아서 제품 개발을 하라고 던져 주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2년 동안 돈 아껴서 제품 개발을 하든가 1년 6개월 동안 여행 다니다 6개월 동안 코딩해서 개발하든가 알아서 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두면 모두 돈만 먹고 튀어 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게임 개발 업계에서 그렇게 먹튀를 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 결국 성공은 관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자의 역량에 달린 것이고 그것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업계와 시장에게 판단을 맡기고 투자자는 투자한 금액 이상을 최종 회수할 방안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게임 스튜디오 시스템은 경영진과 투자자가 개발 역량을 가진 팀을 지배하는데 최적화된 구조로 바뀌어 있다. 그런 환경에서 창조적이며 흥행도 성공하는 게임이 나온다면 기적과 같은 행운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기적이나 행운이 늘 따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몰염치한 카피 게임이 난무하고  게임성과 몰입도, 콘텐츠보다 마케팅 비용으로 승부하는 내수용 게임만 양산되는 것이다. 창조성을 강화하고 라이브러리식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스튜디오 시스템이 경영진과 투자자의 강력한 제어와 통제를 위한 것으로 변모된 상황에서 게임 개발자의 자긍심은 사업 이윤에 의해 무시되고 거기에 도덕적 해이까지 첨가되면 바로 현재 한국 게임 업계와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블리자드 어바인 스튜디오 앞의 오크 동상)


게임 개발 스튜디오도 처음에는 이상적 개념에서 시작되었고 북미의 대표적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 등이 운영하는 최신 시스템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에 스튜디오 시스템이 도입될 때도 북미와 같은 창조적이며 획기적인 게임 성공작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에 도입된 게임 개발 스튜디오 시스템은 겉만 화려할 뿐 실상은 관리와 측정이라는 관료적 태도의 경영진과 투자자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그 스튜디오의 실적이 나쁘니 통째로 날려 버리겠어."라고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외형적으로 볼 때 스튜디오 사람들이 나가서 그대로 회사를 만들어도 되니 마치 FA로 방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아주 편리한 대량 해고 수단일 뿐이다. 스튜디오 단위로 들어왔는데 자기 혼자 버틸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사장님 혹은 선배, 친구와 함께 게임 개발사를 꾸리다 대형 자본을 가진 회사에 스튜디오로 들어가서 해고의 광풍 속에 혼자 다른 스튜디오에 들어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회사는 스튜디오를 해체하기 전에 개인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가증스러운 절차일 뿐이다.


스튜디오 개발 시스템도 처음엔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외국에서 보고 들어 좋다고 말하는 시스템이 한국에 들어오면 좋은 건 나쁘게 바뀌고, 나쁜 건 더 나쁘게 만드는 한국화가 대체 언제쯤 개선될지 답답한 심정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지만 외국의 창조적 게임개발조직 시스템이 한국에 들어와 구조조정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변한 것은 탱자가 아니라 똥이 된 느낌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건 더 암담한 일이다. 정부와 관계 부처, 집권여당은 공공연히 게임을 '악'이라 규정하고 있고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청약률 높은 아파트 한채를 건설하는데 몰입하고 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이 국가 시스템에 의해 보호 받지 못하고 피같은 청춘을 투자하고 버림 받는 이 현실에 관심갖지 않는다. 한 사업장에서 수백명이 해고 당해도 정치권이나 공무원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다. 게임 개발자가 마약 제조자도 아닌데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게임 개발자는 아니지만 게임 개발자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해라. 아니면 중국어나 일본어 공부라도 해라. 기회되면 미국으로 가라. 게임을 업으로 하며 오래 직장 생활을 하고 싶으면 그리고 그런 자신의 삶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한국에 대한 미련은 버려라."


앞으로 15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2014년 현재 나는 이렇게 조언할 수 밖에 없다. 정말 개같은 것은 1999년, 나도 어떤 선배로부터 똑같은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선배의 조언을 듣지 않아 지금 한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즐겁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