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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는 왜 김일성 장군의 노래는 안 불렀을까?

이석기와 그 추종자들이 종북주의자라는 근거로 그들이 불렀다는 노래인 "혁명 동지가"와 "적기가"가 거론되었다. "적기가"는 항일무장투쟁 때 공산주의자들이 부른 노래가 구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혁명 동지가"는 그 유래를 잘 모르겠다. 최소한 90년대 초반 학번이자 당시 북한 문예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는 내게는 낯선 노래다. 검색을 해보니 90년대 중반 활동했던 민중가요 노래패인 천리마 1집에 실린 노래만 존재한다. 이 노래에 담긴 가사는 다음과 같다.

 

동만주를 내달리며 시린 장백을 넘어 

진격하는 전사들의 붉은 발자욱 잊지못해 

 

(후렴)돌아보면 부끄러운 내 생을 그들에 비기랴마는 

뜨거웁게 부둥킨 동지 혁명의 별은 찬란해 

몰아치는 미제에 맞서 분노의 심장을 달궈 

변치말자 다진 맹세 너는 조국 나는 청년 

노래 듣기

 

 

이 노래의 가사를 분석하자면 동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전사들, 정확히 말하자면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 조직에 비해 내 삶은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 뒤의 내용은 미제에 맞서 싸우자는 것이다. 천리마는 경기남부총련 노래단인데 노래패와 같은 이름의 앨범을 냈고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하나가 "혁명 동지가"다. '천리마'라는 노래패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 이 노래패가 주로 부르고 만든 노래는 반미, 친북적 성향의 노래였다. 본인들은 법률적 이유 때문에 부정하고 있지만 '천리마' 또한 북한의 '천리마 운동'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혁명 동지가"가 북한에 있는 노래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노래 가사나 리듬은 북한의 그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북한에서 작곡, 작사한 혁명가와 아주 유사하지만 리듬의 쓰임과 단어의 사용처가 남한에서 제작한 노래라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으로 두번째 단에서 시작하는 약간 늘어지는 듯한 리듬은 당시 한국 민중가요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북한 혁명가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리듬이다. 또한 북한 혁명가는 대부분 '나'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고, 당과 인민이 각성하여 수령을 보위 옹호하는데 온 몸을 바친다는 식의 전개가 대부분이다. 반면 "혁명 동지가"와 같이 90년대 중반 당시 친북적 성향의 한국 민중가요는 북한의 혁명적 상황을 전제로 그것을 통해 현 상황을 인식하고 '너'와 '나'가 단결투쟁하자는 가사가 많다. 북한을 혁명적 상황의 모범으로 삼는 가사를 발견할 수 있다. 

 


 (1999. 천리마 공연 모습)

 

 

"혁명 동지가"는 천리마 노래집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한국 외국어 대학의 노래패인 '맥박'이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백자라는 분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관련 내용은 이 곳을 참조하기 바란다. 1990년대 초반은 노태우 정권 말기 북한 문물이 일부 개방되면서 그동안 금서였던 북한 관련 서적과 물류가 개방되었던 시기였다. 이와 함께 통일에 대한 열망도 크게 일어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요즘와서 '종북 '이라고 불리는 행위들이 당시에는 북한 문물에 대한 '신기한 접근'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적기가"는 앞서 말했듯 일제시대 항일투쟁을 하던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 사이에서 구전되었던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리듬과 가사가 남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설다.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원쑤와의 혈전에서 붉은 기를 버린놈이 누구냐

돈과 직위에 꼬임을 받은 더럽고도 비겁한 그놈들이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붉은 기를 높이 들고 우리는 나가길 맹세해

오너라 감옥아 단두대야 이것이 고별의 노래란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http://blog.naver.com/kickthebaby/20000580891)

위 링크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합창단인 '조선인민공훈합창단'이 부른 적기가를 들을 수 있다. 천리마의 그것과 비슷하면서 매우 다른 느낌임을 알 수 있다. 적기가의 리듬은 러시아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는데 마치 초기 애국가가 외국 가락을 차음하여 부른 것처럼 적기가 또한 항일 무장 투쟁 당시 영향을 많이 받았던 소비에트 연방의 곡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예측할 수 있다. 

 

이석기와 통진당 일부 당원들이 집회를 하며 이 두 노래를 불렀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이 단지 이 두 노래를 불렀다고 내란음모를 꾸몄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사실 이 두 노래가 이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만약 이석기와 그 무리가 분명한 내란 음모와 이적 행위 특히 북한을 추종하며 그들의 혁명 노선을 따르고자 했다면 이런 노래가 아니라 북한의 애국가라 할 수 있는 노래를 불렀어야 한다. 바로 김일성 장군의 노래 말이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듣기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우에

력력히 비쳐 주는 거룩한 자욱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만주벌 눈바람아 이야기하라

밀림의 긴긴 밤아 이야기하라

만고의 빨찌산이 누구인가를

절세의 애국자가 누구인가를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로동자대중에겐 해방의 은인

민주의 새 조선엔 위대한 태양

이십개 정강우에 모두다 뭉쳐

북조선 방방곡곡 새봄이 오다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아름다운 가락에 비해 노랫말은 김일성 찬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종교인들에게 미안한 비유를 하자면, 이 노래에서 '김일성 장군' 대신 '하느님'이나 '천주님'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북한 지배 집단을 정상적인 정치, 통치 집단이 아니라 종교 집단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3대 세습으로 전 세계 독재국 중에서도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 딱 맞는 노래가 바로 '김일성 장군의 노래'다. 

 

대한민국 국민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 것이 용납될 수 없듯 북한 인민이라면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나 북한에 대해 정통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만약 이석기와 그 일파가 정말 북한 추종자이며 북한의 의지에 따라 남한에 혁명을 일으키고 체재를 전복하고 전쟁 시 주요 시설을 타격할 계획이었다면, 그리고 그들 스스로 한국 전쟁 당시 빨치산처럼 살 계획이었다면 그들은 반드시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불렀어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아이덴터티이며 북한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극단적 노래이기 때문이다. 

 

진정 무력으로 체재를 전복할 계획을 세우는 자들이 100여 명 이상 모여서 적기가나 부르고 장난감 총을 튜닝하자는 소리를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인민의 수령인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 북한 인민들이 애국가로 부르고 있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이석기가 정말 종북주의자였다면 반드시 이 노래를 불렀어야 한다. 

 

어쩌면 이석기와 그 일파가 억울한 것은 정말 자신들의 혁명가 놀음을 국정원이 체재 전복으로 뻥튀기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고 그냥 애국가를 거절한 것 뿐인데, 혁명의 준비 단계에서 마치 혁명이라도 한 것처럼 취급 받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적군파처럼 테러라도 하고 이런 꼴 당하면 억울하지는 않겠다'고 투덜거리고 있을 지 모르겠다. 종북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화통일론자도 아니고 하는 짓은 혁명가인데 정작 헌법이 인정한 정당정치를 하고 있는 그들, 북한이고 남한이고 다 껄끄럽게 생각하는 존재가 바로 오늘날의 이석기와 그 일파가 아닌가 싶다. 

 

 



 

 

진정한 종북주의자가 되어 혁명을 꿈꾸기에는 남한 내에서 갖는 지위와 합법적 의회 투쟁이 주는 매력을 버리지 못하겠고, 그렇다고 남한이 인정하는 법의 테두리에서 투쟁하기에는 혁명 북한을 향해 꾸었던 꿈이 아직 남아 있는 그들, 이석기와 그 일파들의 혁명 놀음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지금도 애국가로 부르며 지상낙원 운운하는 북한의 현실과 딱 일치한다. 

 

적기가, 혁명 동지가를 부르고 미 제국주의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김일성 장군의 노래'는 부르지 않는 이석기와 그 일파.

폭격에 공비 침투에 남한 괴뢰도당이 어쩌구하며 맨날 협박하면서 개성공단으로 먹고 살 길은 챙기려는 북한 정권.

 

그 둘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 어쩌면 수구반공주의자들이 이석기와 그 일파들에게 외치는 말이 정답일 수 있다,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

 

 

 

** 노래 만드는 사람 중 진정한 종북주의자는 따로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반미, 반제국주의 노래를 주로 발표했던 박종화의 '분노'라는 짧은 노래는 이런 가사다.

 

투쟁속에 살아온 동지들 분노의 함성을 울렸다 원수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으로 우린 다시 모였다 반제 깃발 떨쳐 일어선 혁명 전사여 미제놈을 몰아내자 쓸어버리자 까부셔 버리자 빰빠라 빰빠 빰 빰 빰

 

독재의 총칼앞에서 결연했던 북만주 해방전사 결사항전 투쟁의 피로 힘차게 힘차게 영을 내린다 백두 영을 내린다 분노의 깃발 다시 들어라 오월의 혁명 전사들아 휘몰아치는 통일의 노래 출정의 불을 당기자 민족해방 전선에서 매국노를 쓸어버리고 복수의 칼 애국의 피로 미제를 쫏아버리자

그는 북한의 노래를 그대로 옮겨와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