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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총선 연령대 투표율, 20대 30대

잠깐 잠들었다 답답해서 일어났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한나라당 아니 이름 바꾼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 진보당이 후보 단일화를 했음에도 의석 과반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 경기 지역은 그나마 선전했지만 강원도와 충청도는 새누리당에게 완패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벌써부터 20대와 30대의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선관위가 연령대별 투표율을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근거없이 20대 투표율이 20% 대였다느니 20대 여성 투표율이 8%였다느니 하는 괴소문도 나돌고 있다.

오늘이나 내일 연령대별 투표율이 나오겠지만 전체 투표율이 55% 정도고 새누리당이 차지한 의석을 봤을 때 과거 비슷한 선거 결과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이 그러했듯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그 이하보다 2배 가까이 나온 것은 안봐도 뻔할 것 같다. 

(* 선관위 공식 발표는 꽤 늦게 나옵니다. 투표일 후 최대 3개월 후에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나오는 연령대별 투표 현황은 선거 후 또 다른 설문조사를 통해 나오는 것입니다.)

조중동, KBS, MBC 등 정권의 심복임을 자처하는 미디어의 광신적 공격이 50대 이상에게 어필했다는 증거고, 반면 20~40대의 투표 참여는 저조했을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나꼼수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한다,

"나꼼수를 듣는 청취자가 1천만 명인데 그들은 개콘을 보듯 나꼼수를 듣고 즐길 뿐 투표를 하지 않았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트위터는 그저 트위터일 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망할 것 없다. 다른 나라의 어떤 사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마이클무어는 자신의 평생 목표는 조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것이라 천명하며 조시 부시의 비리와 권력 관계를 파헤치는데 몇 년의 세월을 바쳤다. 그러나 조지부시는 재선에 성공했다. 마이클무어의 글과 강연과 영화에 환호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미국민들은 선거 시기가 되자 마이클무어의 헌신적이며 열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조지 부시를 선택했다. 

선거 초기에 발생했던 민주 통합당과 통합 진보당의 단일화 잡음,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호응을 얻기 힘들었던 후보들, 김용민의 과거에 대한 집중 공격등이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한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여권을 지지하는 미디어들의 집중적인 공격은 "여권 지지 세력의 단합"을 가져 온 것이지 "야권 지지 세력의 분산"을 가져 온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연령별 투표인 수를 보면 알겠지만 50대 이상의 투표인 수가 급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20대와 30대에서 의미있는 투표율 증가가 없었을 뿐이다. 이미 정치적인 입장이 뚜렷한 보수층과 그렇지 않은 세대의 투표율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정치적 입장을 바꾸고, 그리고 투표를 하는 것은 가장 높은 수준의 변화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는 "원래 20대, 30대는 진보적이야." 라고 너무 쉽게 말하고 그들이 투표장에 나오기만 하면 세상이 바뀔 듯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이야기하면 그게 무슨 소리냐며 윽박 지르길 좋아한다. 그래서 단지 정치적으로 각성한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현상을 이미 행동하길 결정한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나꼼수 방송을 듣고, 트위터로 주고 받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젊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변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50대 이상의 기성 세대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투표를 하는데 걸린 시간이 20대, 30대에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몇 개월 혹은 몇 주 만에 정치적 행동을 결심할 정도로 쉽게 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부터 몇 주 동안 수많은 총선 분석 기사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보나마나 20대와 30대의 투표율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기사도 나올 것이다. 20살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20년 넘게 많은 투표를 했지만 지금까지 투표를 하며 단 한 번도 마음 편하게 해 본 기억이 없다. 20대와 30대 시절을 보내고 40대가 되어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비록 나는 정치적 견해와 주관이 뚜렷했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투표장을 찾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어떨까. 그들에게 정권 심판, 진보 세력의 원내 진출과 같은 구호가 가슴에 와 닿을까? 이명박과 그 추종 세력을 비꼬고 비판하고 욕하는 것에서 느끼는 희열과 동질감이 투표로 곧장 연결될 것이라는 가정부터 버려야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 젊은 세대는 일상 속에서 정치적 각성을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대학 생활을 하며 시위와 반정부 투쟁이 흔했던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도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그렇지 않은 세대의 정치적 행위가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작지만 변화는 있었다. 철옹성이라 불리는 부산에서 야당후보가 당선되었고, 20%의 지지율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대구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지지자들이 하루아침에 생겼을까? 변화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게 다가온다. 20대와 30대의 낮은 투표율을 비난하면 안된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결국 진실은 통하기 마련이다.


-- 덧붙임. 20대 여성 투표율이 낮다는 헛소리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낮다고 비난하는 분들을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제시합니다. 

(출처 :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분석>, P16,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주요 선거를 보면 20대 전반 남성이 40.9%~55.6%

의 투표율을 보이는 반면 20대 전반의 여성은 24.1%~52.3%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대 초반의 남성의 경우 군 입대자가 많은 이유가 주요했다는 선관위의 분석이 있습니다. 


20대 후반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한 투표율을 보면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여성의

투표율이 더 높습니다. 20대 여성의 투표율을 낮다는 것은 이런 현상 즉 20대 초반의 남성이

병역 의무로 인해 일률적으로 부재자 투표를 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단순 수치 비교인 것입니다.


더 이상 비교 자료도 없이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낮다는 억측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또한 20대의

투표율이 비교적 낮은 것은 정치적 불신이나 무관심도 있지만 그보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적 특징'이

주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유시민'일 때와 '유시민'이 아닐 때, 20대는 달랐다"라는 기사는

이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20대 역시 이념이나 정책변수보다는 해당 인물변수의 존재유무에 따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유연한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는 이미 지지 정당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확고한 중장년층 이상과 달리 "유연한 투표행태"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20대가 정치적으로 무지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변수를 통해

지지 대상자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이해할 생각이 없다는 반증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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