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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좀 이상한 아이러브스쿨 김영삼 인터뷰

임원기 기자의 블로그는 오래전부터 빠지지 않고 보는 몇 안되는 구독 리스트 중 하나다. 특히 그의 스타트업 연작이나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어의 서정이 좋아 즐겨 읽는다.

며칠 전 아이러브스쿨 창업자인 김영삼씨의 인터뷰가 지면에 실렸을 때 읽고 오늘 인터뷰 전문을 다시 읽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인터뷰였다. 과거 김영삼씨는 이런 인터뷰를 꽤 많이 했다. 임원기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내용은 그의 개인사 - 이혼과 재혼 - 정도였다. 그런데 인터뷰 글을 보며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창업자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 봤던 사람이고 첫 사업 실패 후 유사한 콘셉트인 '아파트 커뮤니티'를 만들었을 때 관련 글을 쓰기도 했다. 2005년에 쓴 글이다.


당시 김영삼씨의 새로운 서비스를 이야기하기 위해 김영삼씨의 인터뷰 기사를 꽤 많이 읽었다. 아파트 커뮤니티가 실패하고 한동안 소식이 없다 임원기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당시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여러가지 사건과 이번 인터뷰의 내용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임원기 기자가 임의로 생략한 부분이 있겠지만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이야기할 것은 이런 의구심이 김영삼씨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의 진정성을 의심함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그가 아이러브스쿨을 만들고 오욕의 시간을 겪을 때 그와 똑같은 사업을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소문을 들었고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 지 나름 이해하는 편이다. 다만 임원기 기자가 굳이 10년이 훨씬 지난 사건의 주인공을 만난 이유를 알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거나 애매하게 표현된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다. 



1. 아이러브스쿨의 창업 계기

그는 학교(KAIST)에서 공부하던 연구실 주변 동료가 싸이월드를 만드는 걸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여러 인터뷰에서 초지일관 말하던 것이었는데 오래전 인터뷰를 보면 내용이 조금 다르다. 특히 싸이월드의 창업자들은 카이스트 테크니컬 MBA 과정에서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더구나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씨는 KAIST 출신도 아니다. 

김영삼씨가 인터뷰에서 매우 자주 싸이월드를 자기 연구실 주변 동료들이 창업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에서 KAIST 학력이나 그와 관련한 사람들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KAIST가 실리콘벨리의 아이디어뱅크처럼 슬쩍 이야기하는 버릇은 버리는 게 좋지 않나 싶다. 그가 PC급 컴퓨터와 친한 개발자와 함께 아이러브스쿨 초기 버전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이후 그가 아버지에게 3천만 원을 빌려서 초기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억지로 끼워 맞추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여러가지 노력을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아이러브스쿨은 당시 많은 커뮤니티 서비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너무 몰입해서 갑자기 주목받았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1990년대 후반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약간 특별한 아이템이 있는 커뮤니티라면 사이트를 만들고 수십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걸 아주 특별한 듯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 당시 유사한 커뮤니티 서비스나 포털, 검색,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김영삼씨는 운이 꽤 좋았던 사람이었을 뿐이다. 나중에 그 운마저 사라져버렸지만.



2. 아이러브스쿨의 성장

김영삼씨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아이러브스쿨의 급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인터뷰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금양이 투자를 하고 5개월이 지나지 않아 25만 명으로 사용자가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숫자를 연속 나열한다. 나는 이런 김영삼씨의 사고 방식 혹은 과거에 대한 평가가 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그가 했던 과거 인터뷰도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왜 사람들이 아이러브스쿨에 몰려왔는 지 그리고 그 당시 다른 커뮤니티나 웹 서비스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이해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브스쿨의 사용자 증가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한국 인터넷 인프라를 생각하면 그건 그다지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두루넷으로 대표하는 초고속 통신망 사업자들이 생겨날 즈음이었고 사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웹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은 한이 없었고 어설픈 비즈니스 아이템에 투자하는 걸 겁내지 않던 시기였다. 텔레비전과 신문지상에 온통 인터넷 서비스 광고가 넘쳐 나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서비스의 질과 아무 관계없이 새로운 웹 서비스가 나오면 무조건 가입부터 하던 시기였다. 게다가 아이러브스쿨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 내는 맛있는 서비스였다. 20년 만에 첫 사랑을 만났다. 알고 보니 둘 다 미혼이었다... 는 식의 미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좀 있으니 "아이러브스쿨에서 만난 동창끼리 불륜" 식의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김영삼씨는 어떤 인터뷰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이런 환경을 몰랐을까? 



3. 경영지식의 부족

김영삼씨는 금양과 투자 관계를 잘못 계약한 것이나 사기를 당한 것 등의 이유로 자신의 '경영지식 부족'을 이야기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 인터뷰 (2005년 재기를 위해 가졌던 인터뷰)와 달리 자신의 과오를 좀 더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읽고 여전히 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하는 이야기를 거꾸로 분석하면 여전히 그가 자신의 과오를 제대로 받아 들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만약 2000년 당시 금양에게 초기 지분 40%를 주며 10억 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면 그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후!코리아에게 자신의 지분을 포함한 61%의 지분을 몽땅 넘겼다면 아이러브스쿨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야후!코리아와 계약에 실패한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고 말한다. 

김영삼씨가 경영적 지식이 부족했던 것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잘못된 결정을 "경영적 지식의 부족"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사업가로서 자질이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함을 증명할 뿐이다. 그는 좀 더 스스로 솔직해야 한다. 그는 경영적 지식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사업가적 자질이 없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미국의 억만장자들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로 대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경영적 지식이 천재적이어서 초기 투자자들이나 공동 창업자와 지분 관계를 잘 유지한 것인가? 아니다. 그들 또한 창업을 한 후 온몸으로 투쟁하며 경영 지식을 쌓아 왔다. 국내만 봐도 그렇다. NHN이나 다음의 창업자들이 경영적 지식이 충분했나? 혹은 아주 약삭빠르게 경영에 필요한 결정을 했나? 

김영삼씨는 자기 사업의 실패 이유로 '경영적 지식의 부족'을 이야기한다. 그건 어설픈 핑계다. 실패한 사람들이 책임지고 싶지 않을 때 흔하게 이야기하는 여러가지 핑계 중 하나일 뿐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혹은 비슷한 상황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중요한 자질이 없었다. 그의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마 아직 그는 자신이 실패한 이유의 핵심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4. 김영삼씨에게 하고 싶은 말

김영삼씨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것 이상의 고통을 겪었다. 내가 그 시절에 같은 공간, 사업 부문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안다. 충분하지 않지만 동료로써 그 고통을 조금 이해한다. 그러나 김영삼씨는 자신의 경험을 개인적 수준 이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의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아이러브스쿨이라는 훌륭한 서비스가 사라져버린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씨가 자신의 과거를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후배들이여, 나처럼 경영 지식이 없어서 당하지 말라"는 따위의 무책임한 조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김영삼씨는 좀 더 솔직해야 한다. 우리 인생에서 '행운'이라는 게 존재하고 자신이 그걸 경험했다고 고백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실패한 이유는 행운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는 아이러브스쿨에서 쫓겨난 후 한동안 모든 문제의 이유를 '금영이라는 사기꾼'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이 좀 흐른 후에 '나를 버리고 떠난 동업자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힘든 시기에 도와주지 않고 떠나 버린 가족들을 생각했을 지 모른다. 아니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 김영삼씨의 이번 인터뷰에서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부분을 발견한 건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그는 과거 문제의 원인이 자신보다는 사람들과 환경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경영적 지식 부족'도 핑계일 뿐이다. 경영적 지식이 충분했다면 과연 지분을 내 놓으라고 하면서 1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조건을 거부했을 것 같은가? 지분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고 지금 당장 지급해야 하는 직원들 월급과 아버지에게 빌린 돈과 생활비를 포기할 수 있었을 것 같은가?


나는 김영삼씨가 아이러브스쿨의 창업자라는 경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경험했던 것은 매우 중요하고 지금 새로운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자기 중심적 사고로 과거를 해석하는 식의 인터뷰를 한다면 그에 대한 실망은 더 커질 것이다. 나는 그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혼자 생각하는 걸 멈추고 당시 사람들과 만날 것을 조언한다. 그 이야기를 온라인에 써 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내가 옛날에 잘나갔는데... 따위의 이야기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 지 이야기하는 게 좋다. 


ps : 참고할만한 아이러브스쿨에 대한 글.

- 추억으로 흥하고 사라진 '아이러브스쿨' (2010년 이버즈 기사)
- 아이러브스쿨은 왜 잊혀졌는가?  (2002년 서영수 개발팀장의 PDF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