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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웹기획의 바이블

네이버 블로그의 안부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웹기획 이란걸 처음 시작했을때,
무엇이든 시작할때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얻기위해 서점을 젤 먼저 갔었습니다.
도대체가 제대로 나와있는 책이 없더라구요. (지식이 없어 좋은 책을 못알아본점도 있겠지만요)
조금의 경험을 쌓은 지금은, 어떤 루트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아주 조금은 알게되었지만, 그래도 항상 체계적인 설명의 전문서적들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내가 쓴 책이 있는 지, 혹은 추천할만한 책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느껴져 이 글에 대해 내 생각을 조금 길게 쓰기로 했다.

대학에 다니고 있던 1996년 어느 날 나는 3D로 구성된 어떤 채팅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날 나는 깊은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로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과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3D로 구성된 집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면은 충격 자체였다. 그 해부터 나는 유즈넷과 BBS, 고퍼, FTP, 웹을 돌아다니며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공부의 '거의' 첫 출발이었다. 1994년부터 컴퓨팅 관련 공부를 했지만 그것은 사람이나 대화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 기계에 대한 공부였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웹 사이트 운영이나 기획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했지만 적절한 서적이 없었다. 지금은 고전 서적이 되어 버린 몇몇 책이 있었지만 이런 책들은 상업적 웹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론과 분석법을 제시할 뿐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 웹 사이트를 만들어 콘텐트를 구축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길 바랬다. 그러기 위해 효과적으로 웹 사이트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지 돈을 벌기 위해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고 비용을 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실제로 웹 사이트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insight를 주는 서적은 많지 않거나 거의 없다. 이런 책이 나온다면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런 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며 나오더라도 매년 새로운 책을 찍어 내야 할 것이다. 사실 난 그럴만한 자신이 없다. 내가 책을 찍어내서 먹고 살 환경이 되는 영미권에 살고 있었다면 모를까 한글로 그런 책을 찍어 내고 유지하며 먹고 살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런 책이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그만한 지식과 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 내가 했던 방식을 따르면 된다.

내가 지식과 방법론에 굶주려 있을 때 책은 내게 작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정말 스스로를 변화시킨 것은 책이나 이론이 아니라 실체였다.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과 컨셉과 콘텐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한 웹 사이트가 나왔을 때 나는 열광적으로 이 사이트들을 분석했다. 단지 분석할 뿐만 아니라 모방하기도 했다. 내 홈페이지를 하루에도 수 백 번 수정하고 새로운 코드를 적용시키고 그것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을 지켜봤다. 누구도 웹 사이트의 생명력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그 때부터 웹 사이트는 생명체와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요즘에 와서 이것을 이론으로 정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이 있기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중요하다.

웹 서비스 기획자 혹은 웹 기획자가 자신의 업무나 직종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웹 사이트나 웹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창조주의 관점에서 만드는 웹 사이트나 웹 서비스는 창조주를 보다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우리, 웹 사이트와 웹 서비스의 창조주도 완벽하지 않다. 더 많은 웹 사이트와 웹 서비스를 만들며 완벽에 수렴할 뿐이다. 그렇다면 한 시즌에 많게는 대 여섯 개의 웹 서비스 제작에 몰입하는 웹 에이전시 출신의 기획자들은 그 누구보다 훌륭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절대적인 규칙이 하나 존재한다.

자신과 타협하지 말 것.
항상 새로운 방법론을 도출할 것.
스스로 변화할 것.


이 3가지 원칙을 지키며 웹 사이트나 웹 서비스를 만들 경우에만 우리는 보다 완벽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단지 기계적으로 복제할 뿐이다. 그런 것은 지식적 수준을 조금 상승시켜줄 뿐, 자신의 레퍼런스에 한 줄을 추가할 뿐 insight를 주지는 않는다. 존재는 여전히 불안하고 심지어 자신이 하는 일에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웹 서비스 기획이야말로 가장 다이나믹하며 격정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이다. 우리가 만든 산출물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런 웹 서비스는 평생 한 번도 만들기 힘들다. 우리가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며 좀 더 완벽한 창조주에 수렴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바로 인생의 단 한 번 뿐일지도 모르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것이다.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지루한가?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이것을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머지않아 당신은 또 다른 흥미로운 것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아마 당신에게 인생을 바칠 것은 웹 서비스 기획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이리라. 나는 웹 서비스 기획이 단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긴장된 것이었으며 자신과 투쟁이었으며 제작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변화했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면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은 수 백 권의 책이 주지 못하는 지식과 경험을 한꺼번에 전수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자기장을 가진 자석처럼 공간을 떠 돌아다니는 지식을 자기 속으로 집중시킬 것이다.

책은 세상의 가운데 있고 지식이 필요하다면 세상 속으로 스스로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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