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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Story

회사에서 관습적 징후 (conventional sign in office)

한 남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보자. 회사에 다니는 아내가 최근 한 달 간 새 옷을 20벌 넘게 주문하기 시작했고, 한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아침 출근 전 머리 손질과 화장이 평소보다 30분 정도 더 늘어났으며, 회식 중에 전화를 받지 않고 새벽 3시가 넘어서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객관식 문제다.

1) 아내의 계절 옷이 부족하다.
2) 아내가 자신의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3) 아내가 회사 업무 이외 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4) 아내가 바람 났다.

어떤 행동이나 현상에 대해 관습적으로 판단한다면 우리들 대부분 거리낌없이 4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관습적 징후에 의해 "아, 바람났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아내가 산 옷들은 대부분 5만원 미만의 싼 것들이었고 게다가 최근 1년 사이에 제대로 된 옷 하나 사 본 적 없으니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얼마전부터 체중이 불어서 몸에 맞는 옷이 없다고 했으니 다이어트를 하는 것일테고, 여자가 자신의 몸을 꾸미는 것은 당연하고 회식을 하다 보면 나도 전화를 못 받고 늦게 귀가하는 일이 허다한데 그런 징후를 다 합쳐서 바람났다는 결론에 이르는 건 너무 단순한 판단 아닌가?

맞다. 아마도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아내가 평소와 다른 저런 행동을 연속으로 보인다면 4번일 가능성이 높다. 아내에 대한 믿음과 별개로 관습적 징후에 대해 부정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관습적 징후를 굳이 부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닥쳐올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허둥대다 문제를 크게 만드는 것보다 관습적 징후가 의미하는 자체를 받아 들이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반응하는 게 더 현명한 태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자신과 관련된 일을 다른 부서 사람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다거나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 먼저 승진을 한다거나 자신의 제안서가 별 다른 이유없이 계속 반려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이런 징후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판단할까? 아니면 곧 내가 잘릴 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할까? 혹은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버릴까? 우리는 관습적 징후가 어떤 것인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미 충분히 학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발생하는 관습적 징후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자주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남들에게 발생한는 일이 자신에게 발생하고 있다면 그런 관습적 징후에 대한 판단 또한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마누라는 바람이 난 것이고 당신은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들이 특별하고 소중하며 유일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특별하며 유일한 것은 아니다. 남들에게 벌어지는 일이 내게도 벌어지는 것이며 그걸 의아하게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늘도 관습적 징후에 둔감한 사람들은 이렇게 소리 생각하곤 한다, '그건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아니다. 그 관습적 징후는 남들에게 그런 것만큼 당신에게 의미 있을 뿐이다. 그러니 관습적 징후를 특별하게 해석하지 말고 일반적으로 해석하는 게 낫다.

현명한 사람은 관습적 징후를 일반적으로 해석하고 특별하게 대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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