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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승리의 법칙

2000년 웹 서비스 기획자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하면서 늘 사람들이 내게 했던 질문은 한 가지였다,

"어이, 성공하는 웹 서비스의 비결이 뭐니?"

수 많은 웹 사이트와 수 많은 웹 비즈니스와 수 많은 웹 마케팅에서 이 말은 사실 "우리가 이길 방법은 뭐니?"라고 재해석되는 게 맞다.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며 지금까지 먹고 살아왔지만 내 대답은 늘 단순하고 간결하고 또한 고객을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 대답은 늘 이런 것이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게 답이라면 나와 만날 이유는 없다."


승리하고 있는 자가 조언을 바라는 걸 본 적 있나?




나는 승리의 법칙을 찾는 사람을 경멸한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스스로 패배자임을 세상에 떠들고 다니는 불쌍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멸하는 사람은 승리의 법칙이 있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승리의 법칙이 있다는 이야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도 "성공하는 웹 사이트의 법칙" 같은 제목으로 강연을 한 적 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에게 강연을 시작하자 마자 이야기했다, "당신들은 낚였다, 그런 게 어디있나?"라고. 거짓말은 했지만 오래 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있다.

승리의 법칙을 찾는 건 인간이라면 매우 당연한 행동 양식이다. 남들의 실패를 반복하고 싶어하는 인간이 어디 있는가. 또한 남들의 성공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인간은 얼마나 많은가. 정직하게 말하자면 승리의 법칙을 찾는 건 순수하다고 말할 정도로 당연한 것이다. 다만 어리석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법칙이라는 건 그것대로 모은 것이 돌아간다는 말이지 않나. 어떤 분야에서 승리하는 자가 있으면 그렇지 못한 자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승리의 법칙 운운하는 건 난센스라는 말이다. 현실에서 성공이란 건 자원 한계의 법칙을 따를 뿐 점수와는 전혀 관계 없다.

오늘도 그 말도 안되는 '성공의 법칙'을 부르짓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과 그들의 추종하는 또 다른 불행한 인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승리하고 싶으면 재빨리 탈출해라"

당신이 승리하고 싶은 그 분야의 승리자가 임계치에 도달했다면 왜 그 시뻘건 경쟁의 도가니에 있는가?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새로운 분야로 탈출하라. 끝까지 고집 부리는 건 내 알 바 아니지만 스스로 불행한 인생을 사는 건 보기에 참으로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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