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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한국 웹 2.0 서비스 기업의 공통점

최근 3년 사이 생긴 웹 2.0을 표방한 혹은 혁신적인 웹 서비스를 표방한 한국 웹 서비스 기업들의 운영 상황을 보면 10여년 전의 한 상황이 떠 오른다. 실제 해당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공감할 수 없겠지만 그냥 들어 보기 바란다.








딱 "딴지일보"같다.


딴지일보
의 흥망성쇄는 검색해 보면 알테니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검색해 보면 많이 나오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요즘 공중파에서 날리고 있는 김구라도 딴지일보의 한 사업 부문에서 욕설 방송으로 유명해졌다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느니 하나 하나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 공개된 웹 2.0 서비스 기업들 중 아직 살아 남은 기업들이 딴지일보와 같은 길을 걷게 될까 걱정스럽다. 딴지일보와 같은 길이 무엇이냐면 가끔 언론의 주목을 받고 하루에 방문하는 사용자도 많은데 돈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직원들 급여는 투자 받은 돈으로 떼우고 매출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BEP를 넘지 못하고 신규 사업은 의미는 참으로 큰데 수익이 안된다. 이런 걸 딴지일보와 같은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슷한 말로 "디씨인사이드와 같은 길"이라고 표현해도 관계 없다. 딴지일보와 디씨인사이드의 차이라고 해봐야 사장이 사업에서 물러났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두 회사의 사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기로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딴지일보같다는 말의 근거는 이런 것이다,

- 자사 웹 사이트의 열성적 사용자를 과도하게 사랑한다
- 자사의 역량을 과대 평가한다
- 뭔가 잘 안되는 이유는 다 환경 탓이다

지난 3년 사이 웹 2.0 서비스를 표방하며 만든 웹 서비스 10여 개를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단 1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웹 서비스는 위에서 이야기한 3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단 1개의 회사는 Tatter&company인데 요즘의 상황을 보면 이 회사 또한 위 3가지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10여 개의 관찰 대상 중 2개는 실제로 회사가 운영되는지 그렇지 않은 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다. 초기에 서비스를 만든 후 지난 6개월 간 업데이트가 없거나 언론에 언급조차 되지 않은 회사다. 또한 2개 회사는 비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1개 회사는 2008년도 초반 인수합병에 대한 소문이 있었는데 최근 실패했고 향후 전망이 요원하다. 지난 3년 간 10여 개의 웹 2.0 을 지향하는 회사를 관찰해 왔는데 요즘은 아주 한가하다. 이제 남은 5개만 가끔 보면 되기 때문이다.

남은 5개 회사 중 2개는 최근 18개월 사이 사업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몇 억원에서 몇 십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런데 이 두 회사 또한 투자금 유치 이후 괄목할만한 서비스 사용자 증가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 유치 전후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인원을 증가시켰고 현재는 투자된 금액을 매월 까먹고 있다. 물론 이 두 회사도 나름의 새로운 사업 모델과 수익 모델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그 매출이 BEP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이 두 회사는 투자금을 회사 경영을 위해 까먹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요즘은 언론조차 이 회사들의 노력을 자주 다루지 않는다. 언론사 입장에서 신생 기업의 가능성을 다루는 것은 이미 지난 일이고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이런 회사를 언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들이 운영하는 웹 2.0 서비스의 현황은 더 나쁘다. 그러나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2007년 후반 이후 한국에서 웹 2.0 서비스라고 불릴만한 것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관찰하고 있는 웹 서비스도 대부분 2006년에 나온 것이다. 2007년도 초반까지 몇몇 웹 2.0을 지향하는 서비스가 나오긴 했지만 그 이후에 나온 서비스는 전무한 실정이다. 더 암담한 것은 2008년에 이르러 새로운 웹 2.0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에 웹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에서 올해 상반기 새로운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기는 했지만 올해 상반기 독립적인 웹 2.0 서비스가 나온 경우는 없었다.

2006년 이후에 나온 웹 서비스 업체들은 이제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이들의 운영 기조는 과거에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끼리 끼리 뭉치고 신규 수익 모델을 위해 대기업에 껄떡대고 그것마저 힘들면 기존 사용자들의 좋은 소리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웹 사이트를 운영하는 지난 1년 간 월 평균 방문자의 숫자가 급격히 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페이지 뷰가 급격히 늘지도 않았고 당연히 매출도 급격히 증가하지 않았는데 소위 웹 2.0 기업이라는 회사들은 혁신적 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미래는 어둡다.

내가 지난 3년 간 관찰했던 웹 2.0 서비스 기업들은 과거 딴지일보나 디씨인사이드와 달리 나름의 독특한 기술이 있는 회사들이었다. 그들이 만든 웹 사이트는 단순한 게시판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고 나름의 기술적 성과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들조차 과거의 사례와 같이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년 동안 사이트를 운영했고 그 웹 사이트가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했다면 환경과 문화와 남 탓을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사업의 실패를 인정해야지 않을까.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최후의 시도를 해 보든가.


내가 관찰한 10여 개의 웹 2.0 서비스 중 한 그룹(블로그 관련 서비스)을 제외하고 나머지 그룹의 일일 평균 방문자나 페이지 뷰, 그리고 언론에 언급되는 수준은 거의 동일하거나 사용자의 분포가 유사하다. 그나마 예외인 한 개의 서비스도 국내 대형 포털에 웹 서비스를 이관시켰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가능했다. 테스트 기간은 끝났다. 다음 과정으로 도전을 하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돈을 벌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다. 다음 과정으로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웹 2.0 기업은 회사를 끝내는 게 맞다. 준비가 된 기업은 공격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하루에 몇 천 명되는 방문자를 보며 만족하는 웹 2.0 서비스라면 지금이라도 서비스를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미래가 없는 웹 서비스에 오늘도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생각해 보라. 미래가 없으면 빨리 끝내는 게 그런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