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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시맨틱웹이 허구가 되는 경우

시맨틱(semantic)의 사전적 의미는 '의미의', '의미가 있는'이다. 시맨틱 웹은 좀 더 복잡한 의미로 해석된다.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시멘틱 웹이라고 표현할 때 대부분 "좀 더 편리하고 직관적인 웹"을 의미하는데 이의는 없을 것이다.





웹 2.0 신드롬이 창궐할 즈음 시멘틱 웹이 그 자리에 괜히 끼어 들었다. 필연적으로 끼어 들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멘틱 웹의 다의성을 볼 때 어디든 끼어들 준비가 되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시멘틱 웹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웹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 끼워 맞춰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다.

몇 개월 전 시멘틱 검색을 지향하는 국내의 웹 검색 서비스가 나온 적 있는데 이벤트를 하는 지 몰라도 가끔 메타 블로그에서 이 검색 서비스에 대한 언급을 발견할 수 있다. 개발 당사자는 10여년 간 이 웹 서비스를 연구해 왔다고 한다. 밝힐 수 없는 알고리즘이 있겠지만 언론에 공개된 바로는 각 키워드의 다의성을 고려한 코드 부여 방식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시멘틱 웹의 이론을 도입했다고 주장하는 웹 서비스들은 항상 뭔가 어렵다. 또는 그들이 주장하는 이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별 다른 대꾸가 없다. 아마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뭔가 굉장히 심오하고 복잡하며 전문적인 이론을 적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시멘틱 웹을 설명하고 그것의 가치를 주장하며 자신들이 시멘틱 웹을 적용한 웹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왜 그들이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지 굉장히 궁금하다. 시멘틱 웹은 넓은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사고방식을 기계가 따라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의 생각을 넘어설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별로 중요한 과제가 아니다. 사람이 어떤 알고리즘에 따라 생각하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멘틱 웹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한계를 뛰어 넘어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 놓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시멘틱 검색의 경우 사람들이 단순한 단어를 입력해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곤 한다.

하나의 단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나열하고 그것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을 먼저 보여줄려고 한다. 이건 구글의 랭킹 알고리즘과 그리 차이가 없는데 그들은 크게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맞다, 그들의 논리를 따르면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대부분 "뭔가 차이가 있다"라는 자가당착에 시멘틱이라는 관념을 덧붙여 웹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시멘틱 웹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 어떤 의미로 검색할 것이라고 상상하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노동력의 상실 이외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그런게 시맨틱이라면 시맨틱은 철저한 자가당착일 뿐이다.

시맨틱을 논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류학적 연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