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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평가에 대한 자세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정작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요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치 친한 친구가 술자리에서 자신의 단점을 다 이야기해 보라고 했을 때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그 다음부터 의절 당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오픈 컨설팅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내게 늘 허심탄회하며 솔직한 평가를 부탁한다. 심지어 상처 받아도 관계없으니 내가 생각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듣고 싶다는 부탁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의 면전에서 그가 힘들게 만든 어떤 웹 서비스에 평가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방이 자신의 웹 서비스가 얼마나 뛰어나며 특별한 것인지 설명하고 난 다음에는 더욱 더 비판의 말을 하기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블루문 당신이 봐도 내 서비스가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듯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제 서비스가 그래도 완전 엉망은 아니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상대방이 어떤 의도를 갖고 이야기를 하든 결국 나는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두 시간 남짓 열과 성을 다해 이야기를 하지만 간혹 상대방은 불쾌한 심경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하고,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나는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서비스를 평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픈 컨설팅을 시작할 때 아무리 개인적인 감정을 담지 말고 들어야 한다고 사전 경고를 해 봐야 결국 자신이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오픈 컨설팅과 같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만든 웹 서비스의 평가를 의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답을 듣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듣느냐가 아닐까 싶다. 즉, 평가를 하는 사람보다 평가를 받는 사람의 자세와 생각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건 오픈 컨설팅이든 돈 내고 받는 컨설팅이든 마찬가지다. 평가를 어떻게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럴 생각이면 평가를 안 받는게 맞는 일이지 않을까. 평가를 참조하든, 무시하든, 적극적으로 수용하든, 적극적으로 거부하든 결국 그것에 반응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개인과 회사에서 오픈 컨설팅에 참가했고 시간이 좀 흐르면 반드시 참석자들의 웹 사이트를 방문한다.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어떤 식으로든 웹 사이트가 변화했음을 확인할 때다. 그 사람이 뭔가를 했고 그 행동을 하는데 오픈 컨설팅이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평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의 자세이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떤 행동이며 실천이다.

백 마디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보다 호흡을 느끼며 이야기하는 게 낫고, 또한 천 마디 이야기보다 한 번의 실천이 가치있다. 다 아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