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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국민연금 가입 153개월 째

야근을 하고 자정이 넘어 들어왔는데 거실에 청구서가 한 장 있습니다. 뭔가 싶어 읽어 보니 국민연금 공단에서 보낸 <가입내역 안내서>입니다. 동생의 연봉을 알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재빨리 봤습니다. 내역서를 곰곰히 읽어 보다 가입 기간을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무려 153개월!

아래는 증명 사진입니다. 1994년부터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참으로 성실한 동생입니다. 9월까지 낸 돈을 합치면 중형차 한 대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내서를 보니 2042년부터 노령 연금을 한 달에 한 1백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35년 밖에 안 남았습니다. 동생에게 "오래 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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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0대 초반인 동생은 사회 생활을 아주 빨리 시작했고 한 회사에 계속 다녔기 때문에 저런 막강한 내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반면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 가는 제 경우엔 겨우 절반을 넘는 상황입니다. 개인 사업을 준비하느라 국민 연금을 내지 않은 기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버는 게 없으면 내는 것도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갑자기 정확히 내가 내고 있는 국민연금액과 기간이 얼마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안내서가 오지 않아도 국민연금관리 공단 홈페이지에서 조회가 가능합니다.

사이트를 방문한 후 회원 가입하고 로그인하면 아래와 같은 연금 내역 조회 메뉴가 있습니다. 이걸 클릭하면 곧장 자신이 그동안 냈던 연금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볼 수 있...지 않습니다. 이 메뉴는 공인 인증서로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좀 불편합니다만 보안을 위한 조치라 생각하고 넘어 갑니다. 확인해보니 역시나 아직 한 25년은 납입을 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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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참 할 말도 많고 또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연금 공단의 자금 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글도 있었고, 국민연금 안내는 법이라는 과격하지만 생활의 지혜를 알려 준 고마운(?) 글도 있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이 쌓여 죽을 지경인데 국민연금 안낸다고 압류가 들어왔다는 가슴 아픈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느끼는 감정은 좀 다른 것입니다. 아, 다르다기 보다는 대한민국에 살며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 30대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153개월이나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 동생의 연금 내역서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30년 넘게 남았구나...'

그리고 이어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30년 후에 1백만 원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 수 있을까?'

또 연이어 이런 생각도 듭니다,

'국민연금관리 공단이 그 때까지 파산하지 않고 존재하긴 할까?'

생각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휴..."

정부나 공단은 국민연금이 공적 부조나 세금이 아니라 그야말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라고 말합니다. 그들 입장에선 국민들의 오해가 극심하다고 생각했는지 공단 홈페이지를 보면 OX 퀴즈까지 있습니다, <잘못된 연금상식>이라는 제목으로. 그러니까, 국민들이 틀렸고(X) 정부나 공단이 맞다(O)는 말씀이겠죠. 맞습니다, 진실을 모르고 괜히 오해만 하는 우둔한 국민이니 OX 퀴즈라도 풀면서 진실을 알아야겠죠. 정말 진실인지 아니면 OX 중 정부와 공단이 원하는 대답인지 좀 헷갈리지만...

동생의 153개월 납부 내공이 부러워야할텐데 마음이 자꾸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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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국민연금관리 공단의 OX 퀴즈를 풀어 보세요. 그동안 쌓여던 궁금함이 한 번에 풀어지...면 제 손으로 장을 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