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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덧글, 그 얄팍함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이야기에 반응한다.
간디의 이야기에는 동조하거나 반항하여 심지어 살해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 먹을 수 없으니까.

간디는 대중을 대상으로 쉽게 이야기를 한 사람이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비록 몇 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지만 좀 어렵게 이야기한 사람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이해하는 이야기에만 반응한다.
심지어 굉장히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멍청히 있는다.
심형래의 <디워>를 비난한 진중권은 딱 알아 들을 수 있게 비판해서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블로그의 덧글도 그렇다.
맨날 싸움박질하는 글을 보면 딱 그만한 수준이다.
딱 싸움박질하게 만드는 수준의 글에 그걸 이해하는 수준의 사람들이 덧글로 싸운다.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너무 길어서 이해하기 힘들면 그 글은 조용히 시간 뒤로 사라진다.
결국 멍청하고 무식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건 일상이든 블로그든 차이가 없다.

너는 다를 것 같은가?
길고 복잡하지만 의미 있는 글을 건너 뛰는 너는 다를 것 같은가?
잡다한 수필이나 감각적인 소설이나 처세술 관련 책이나 읽는 너는 뭐 다를 것 같은가?
블로그 좀 쓴다고 뭐 특별할 것 같은가?

그 무식함, 그 저열함, 그 속됨 네가 비난하는 자와 다를 바 하나 없다.


제발 부탁이니 어려운 책 좀 읽어라.
제발 부탁이니 사고 싶지 않은 두꺼운 책 좀 사라.
제발 부탁이니 고전 문학 좀 읽어라!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 찾아가 베스트셀러 읽는 너의 특별함은 인정한다.
그런데 정신 좀 차리자.
서점의 쓰레기같은 책의 혼돈에서 정신 좀 차리자.
살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된다고 지금도 그 따위 책을 읽고 있나?
네 인생이 소중하다면 네가 지금 읽는 책도 소중해야지 않겠나?
제발 부탁이니 네 인생에 걸 맞는 책을 읽어라.

그런 책을 읽고 그런 책에 대해 토론할 사람을 만나면
덧글에 대해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도 해결되지 않겠나.
덧글 쓰는 사람들의 머리통에 든 생각이 바뀌지 않는데
실명제를 하면 무엇하나?
인간이 썩었는데 거기에 햇빛 비춰봐야 더 빨리 썩지 않을까.
아니면 어두침침한 구석으로 숨어들지 않을까.


덧글, 그 얄팍한 우리의 진실에 대해 좀 더 솔직해야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