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guacu ONLY

블로그와 엔터프라이즈 2.0 - Blog & Enterprise 2.0

블로그를 쓰는 행위 자체가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기사는 이미 오래 전에 다양한 형식으로 거론된 바 있다. 수치상 정확히 어느 정도 취업률 향상에 도움이 되었으며 블로그를 통해 취업한 사람들이 회사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 시켰으며 일반적 취업과 비교하여 이직률은 어떤 차이가 있으며 회사 조직 문화 구성에 별 다른 문제가 있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조사는 진행된 바 없다. 아마 이런 연구는 조만간 학계에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선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명제는 이런 것이다,

"열정적이며 주목할만한 블로그를 운영한 사람은 취업과 이직 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국내에서 언론사 등이 대중에게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은 2004년 후반부터인데 당시는 블로그 자체의 개념 설명이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비교하는 대상 정도였다. 그러다 2005년에 접어 들면서 보다 다양한 모습의 블로그에 대해 설파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 2003년도 후반에 블로그에 대해 언론사에 소개된 대부분의 내용은 '온라인 저널리즘 매체'로써 블로그의 개념에 대한 설명과 블로그에 쓴 글 때문에 해고된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대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웹 2.0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신드롬이라고 부를 정도로 각종 매체에서 웹 2.0을 아젠더(의제)로 설정하던 2005년 중반 이후부터는 블로그에 대한 각종 긍정적 가치가 많이 부각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블로그를 통해 취업한 사람들이나 블로그가 취업이나 이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 모 일간지의 두 기자가 각각 포털 사이트와 다른 언론사로 이직한 후 그 사실을 인지한 블로거들이 이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두 기자 모두 기자라는 직업에 맞게 적극적인 블로그 글쓰기를 했고 공격적이며 개방적인 블로그 운영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그들의 이/전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블로그를 통한 취업, 혹은 블로그를 잘 운영하였기에 취업에 큰 도움이 된 사례는 이전부터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그걸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었을 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블로그 운영과 취업의 상관관계는 이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수준에 도달했다. 그 진지한 검토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일단 내가 경험한 수준에서 그런 현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웹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 흔히 IT 업계라고 하지만 좀 더 정확히 규정하자면 "웹 서비스 비즈니스"라고 보는 게 맞다 - 업계에서 "블로그를 통해 사람을 뽑았어요"라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은 것은 2006년 1월 무렵 태터툴즈의 노정석 사장과 인터뷰를 할 즈음이었다. 당시 인터뷰 내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그는 태터&컴퍼니를 위한 사람을 뽑을 때 블로그 검색을 했고 블로그 내용을 읽고 적절하다 생각하는 사람에게 입사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연이어 첫눈이라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던 장병규 사장과 인터뷰를 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재를 찾기 힘들어 블로그를 검색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기존의 인재 채용 방식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하고 빨리 적절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블로고스피어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 - 블로거! -을 대상으로 주동적인 인재 탐사를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이런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당시 나는 이런 채용 방식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블로그를 통한 인재 채용 방식은 과거 '홈페이지'를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던 시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어서 채용의 내용은 변화하지 않고 단지 형식의 차이만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며 서울엔 아무런 인맥이 없던 내가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업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1996년부터 운영하던 홈페이지 때문이었다. 내가 취업했던 첫 회사인 마이폴더는 1997년 무렵 모 포털 사이트에서 한 해 결산을 하며 순위를 매겼을 때 내가 운영했던 웹 사이트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한 바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내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시외 전화를 걸어 느닷없이 "혹시 그 회사에 자리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오케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10년 전

10여년 전에도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취업의 문은 열려 있었다. '활짝 열려 있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당시엔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호스팅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웹 서버를 세팅하여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적어도 기술적인 면에서 과거에 비해 일반인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 반면 10여년 전에는 현재에 비해 상당한 공부와 노력이 있어야 홈페이지를 '잘' 운영할 수 있었다.

웹 서비스 비즈니스와 관련한 다른 직종의 경우엔 또 다른 취업의 문이 열려 있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의 경우 자신이 만든 유틸리티를 tucows.com, download.com, myfolder.net과 같은 <프로그램 다운로드 사이트>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명성을 만들고 그로 인해 취업을 하는 경우 - 하긴 이보다는 창업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 가 흔히 있었다. 국외의 경우긴 하지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명성을 얻고 취업을 하는 사례는 이때부터 많았다.

2000년 무렵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에서 근무한 바 있는데 당시 헤드헌팅 사업부와 신규 사업을 논의하며 이런 사례에 대해 언급하고 헤드헌터들이 기존의 인력 풀(pool)을 다각화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술자나 디자이너, 기획자의 목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인력 채용 방법론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주장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힘들었다. 당시 IT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또한 자생적으로 기술을 축적하는 사람들에 대해 신뢰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채용 담당자에게 뭔가 스스로 이뤄 낸 뛰어난 능력 보다는 검증된 학력과 유명 기업의 커리어가 훨씬 중요했다.


학력의 파괴

그러나 현재 과거의 채용 관행은 계속 무너지고 있다. 그 시작은 웹 서비스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에서 이뤄졌다. 앞서 언급한 태터&컴퍼니나 첫눈과 같은 신생 기업들이 최초 인력을 수급하는 방식은 기존 인맥을 통해서다. 보통 창업주의 인맥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끌어 들일 수 있는 인맥은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경우 전통적인 채용 관행인 채용 공고 내기, 주변 인맥에게 협조 구하기, 유명 회사의 인력 스카우트, 헤드헌터와 같은 인력 채용 대행 업체에 의뢰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웹 서비스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에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웹 서비스 비즈니스의 특성을 지금 상세히 거론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런 비유로 대략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자가 인터파크를 살릴 수 있을까?"
"카이스트 출신이 다음 카페를 만들었을까?"

위 두 가지 질문은 단지 비유일 뿐이지만 여러가지 시사점이 있다. 학벌에 대한 부정이며 동시에 창조력에 대한 비약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수석 졸업자가 창조력 또한 뛰어나다면 이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카이스트 출신이 만든 한국의 훌륭한 웹 서비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가지 질문은 정형화되지 않은 웹 서비스 비즈니스에 대한 특성을 이해한다면 받아 들일 수 있을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웹 서비스 비즈니스에서 늘 갈망하는 것은 세 가지다.

- 새롭고
- 매력적이며
- 폭발적인 어떤 것

이 3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웹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회사라면 학벌 보다는 현실적인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정통적인 인력 채용 방식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를 채용하기 위한 객관적인 지표라고 말하는 '학력', '학점', '경력' 같은 것이 실제로 "창조력"이라는 고용주의 주문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것과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실행하는 것은 거의 관계가 없다.(서울대학교를 자꾸 언급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고득점 진학 대학의 전형적 예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경력의 파괴

앞서 이야기한 예제는 대개 신규 채용자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변의 웹 서비스 비즈니스 업체는 블로그나 커뮤니티 혹은 웹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개인을 채용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특히 신생 기업의 경우 이런 채용 패턴이 두드러진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을텐데 블로그나 소위 웹 2.0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상당수의 인력을 블로그를 통해 검증하고 면접하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력자의 경우 이런 최신의 패턴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후과가 심각하기도 하다.

모 포털에 1년 전에 취업한 한 경력자의 경우 최초 포털사에서 그를 인지하게 된 경로가 블로그였다. 블로그에서 그가 쓴 글과 논조 그리고 활동적인 블로깅에 감명 받은 포털사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면접을 했고 그도 포털사의 제안에 동의하여 취업하게 되었다. 그러나 6개월 후 그는 포털사를 퇴사하여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본인만 알 것이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 본 바에 의하면 최초 포털사가 그에게 요구한 것과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차이가 너무 컸다. 포털사는 그의 우수한 경력과 블로거로서 자유로운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런 조화를 포털사에 취업하여 발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블로그에 언급한 것이고 실제 조직 생활에 대한 관점은 다소 보수적이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조용히 합의하고 협의하는 것을 좋아 했던 것이다. 조직 내부의 다양한 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랬던 포털사는 그의 보수적 입장이 의아했을 것이고 또한 자신의 어떤 일면을 보여줬던 그에게 포털사의 요구는 무리였을 것이다. 결국 그 관계는 6개월 만에 끝났다.

이런 일은 현재도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혁신을 위해 단순히 우수한 경력자를 원하지 않았던 회사는 블로그를 참조하여 창조적이며 혁신적이고 능동적인 경력자를 원했다. 그러나 그 회사가 근거로 삼았던 것은 기껏해야 블로그의 글 몇 줄이지 않나? 이런 오판과 착각은 지금도 끊임없이 현업에서 반복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2.0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늘 오후에 어떤 미디어사에서 엔터프라이즈 2.0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엔터프라이즈 2.0은 웹 2.0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웹 2.0처럼 뭔가 변화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는데 그런 것이 기업 솔루션이나 기업 내부 서비스에도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내가 말해야 할 부분은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2.0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최근 블로고스피어에서 유명하다는 두 기자의 이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길래 생각의 타래를 풀어서 웹 서비스 비즈니스 업체의 취업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패턴의 변화는 어떤 단기적인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인 취업 패턴의 변화가 될 것 같다. 취업 패턴의 변화이자 채용 패턴의 변화다. 분명 앞으로 10년 이상 취업을 하려는 사람이나 채용을 하려는 사람 모두 개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포함된 이력서를 주고 받을 것이다. 자기 소개서의 내용은 보다 구체적일 것이며 현실적일 것이다. 자기 소개서에 언제 태어나서 뭘 먹고 살았는지를 적는 사람은 100% 서류 전형에서 탈락할 것이다. 또한 여전히 학력과 경력에 대한 차별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과 채용의 패턴은 분명히 변화할 것이다. 기존의 관행이 유지된 상태에서 보다 적절한 사람을 뽑고, 보다 적절한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 구직자와 구인사 양쪽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구직과 구인 과정의 변화에 대해 하나의 표(table)로 상세히 정리할 수 있을텐데 이것은 외부 원고에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지금 해도 될 것 같다. 엔터프라이즈 2.0을 받아 들이려는 업체에서 직원 채용과 관련하여 분명히 주지해야 할 것, 혹은 체크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창조력이 필요한 직군과 그렇지 않은 직군을 구분할 것
: 특히 웹 서비스 비즈니스를 포함하는 업체라면 더욱 분명히 구분하여 이질적인 조직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아야 한다. 회계를 담당하는 그룹이 웹 서비스 제작 그룹에 대해 평가하는 인사 평가 제도는 없어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매우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율 저하를 가져 온다
: 공장에 새로운 기계를 도입한다고 즉각 능률이 향상될까? 그런 기대를 한다면 경영자가 바보라는 소리와 같다. 모든 기계는 인간에 의해 운영되며 그 인간이 기계의 능률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또한 다른 관련 프로세스가 변화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능률은 평균 이하로 하락한다. 수익은 감소하고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는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매우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어 그 사람이 자기 능력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기존 조직과 합의하는 동안 능률과 수익은 감소한다. 그걸 견딜 자신이 없다면 그냥 원래 하던 것처럼 채용하는 게 맞다.

-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날 수 있다
: 대기업이라면 조직의 논리와 삶에 의해 새롭게 편입한 사람들도 나름의 가치관을 쌓으며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논리에 적응하는 사람은 엔터프라이즈 2.0에서 뽑은 사람이 아니다. 엔터프라이즈 2.0에서 뽑은 사람은 그 어떤 다른 조직원보다 빨리 조직을 이탈할 수 있다. 굉장한 위험 요소를 앉고 뽑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지키려는 노력보다는 회사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오늘 뽑은 사람이 내일 나갈 수 있다. 중요한 건 회사가 그 이유를 전혀 모를 수 있다는 점이다.

- 회사가 준비되지 않았으면 아무 것도 보장할 수 없다
: 엔터프라이즈 2.0은 바로 그것을 위한 사람이 존재할 때 성취할 수 있다. "우리는 엔터프라이즈 2.0을 위한 솔루션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속지 말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사기꾼이거나 거짓말쟁이거나 멍청이다. 엔터프라이즈 2.0 솔루션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엔터프라이즈 2.0을 위해 준비된 사람과 그런 사람이 되려는 도전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회사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 그러니 일단 회사 안에 그런 사람이 있는가 확인하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라. 멋진 어항을 만들지 말고 어항을 깨뜨려라. 이것이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