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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TU미디어와 판의 미로

몇 개월 전에 휴대전화를 새로 사면서 '다시 잃어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각오와 함께 당시 시세 최고가를 자랑하는 휴대 전화를 샀다.  그것도 그냥 휴대전화도 아니고 DMB 가능 모델. 지상파 DMB를 원하느냐 위성 DMB를 원하느냐 묻길래 거침없이 하이킥... 아니 위성 DMB를 선택했다. 위성 DMB 사업자인 TU미디어에서 12개월 신청할 경우 3개월 할인 이벤트도 하고 있길래 신청했다. 평소 TV를 볼 시간이 없길래 출퇴근이나 이동 중에 뉴스나 볼려고 신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상과 달리 조그만 화면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실제로 이런 저런 생각이나 미팅 준비를 하며 이동하느라 DMB를 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회사 일이 많아지며 오히려 집에 늦게 들어와 TV를 보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 되었고 큰 TV를 구입하는 바람에 DMB를 볼 시간은 더욱 없어졌다. 그렇다고 위성 DMB 전용 휴대전화를 사 놓고 TU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 그냥 가끔 뉴스를 보는 정도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TU미디어 서비스가 아무짝에 쓸모 없느냐면 그렇지 않다. 오늘 늦게 퇴근하는 길에 아무 생각없이 DMB를 보는데 채널 10에서 '판의 미로'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 최근 몇 달 간 신작 영화를 볼 시간도 없었고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저 또 새로운 판타지 영화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본 영화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중에 계속 볼 수 밖에 없었고 내려서 길을 걸으며 봤고 집에 와서 세수를 하는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봤다. 결론은... 아주 재미있었다. '판의 미로'는 결코 판타지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고 가슴 아픈 영화였다. 게다가 미국 영화도 아니었다(!).

원래 TU미디어의 채널10 서비스는 유료 영화 채널이다. 지금은 이벤트 기간이라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 어쩌면 연간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확인해 봐야 함 - 편 당 1천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만원 조금 넘게 되는 TU미디어 서비스는 가끔 이런 식으로 접하는 영화 한 편으로 내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지난 달에도 이 채널을 통해 영화 '괴물'을 봤다. 영화관에 자주 찾아가지 못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는 이동하는 시간 동안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었다. 매월 정기 요금을 내는 것의 가치가 항상 동일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에겐 매일 매일 지불하는 금액만큼의 가치를 원할 수 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런 좋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것에 가치를 둔다.

문득 TU미디어의 서비스에서 '실시간 뉴스 속보'를 텍스트로 계속 보여주는 채널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나처럼 업무 시간이나 평소에 이동이 잦은 사람은 각종 뉴스의 헤드라인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도 매우 유용하다. 물론 그 내용을 선택했을 때 해당 뉴스의 클립을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 기기가 그런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그런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PDA를 구입하는 게 낫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요구일 수 있다. 휴대전화가 가능한 PDA는 이미 나와 있으니 어쩌면 나는 그런 기기를 구입하는 게 적절한 선택이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나는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김에 DMB를 지원하는 휴대폰을 구입했다. 어쩌면 조만간 내가 원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전화가 나올 지 모른다. 나는 휴대전화 소비자지 PDA 소비자는 아니다. 나는 당연히 그런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전화를 구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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