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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쉽다의 두 가지 유형

사업 아이디어나 웹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면 흔히 "이건 정말 하기 쉽습니다" 혹은 "이 서비스는 정말 쉽습니다"라는 말을 나누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건 정말 쉬운 게 아니라 우리에게 쉬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10 명을 만나면 9 명에게 이 질문을 반드시 한다.

"그게 왜 쉽죠?"

정말 쉬운 것도 있지만 우리는 흔히 두 가지 유형에서 무엇이 쉽다고 말한다. 첫번째 유형은 내가 너무 오래 그것에 몰입하다 보니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웹 서비스에 대해 계속 고민해 온 내 경우엔 웹 서비스의 구성 요소를 구분하고 설명하는 게 쉽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쉽다고 말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 쉬운 것이지 결코 다른 모든 사람에게 쉬운 일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두번째 유형은 쉽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내 머릿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항상 쉽다. 내가 생각한 것이며 내가 가장 잘 이해하는 논리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는 내게 항상 쉽다. 그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게 쉽다고 말하게 된다.

두 가지 유형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무언가에 대해 쉽다고 말할 때 항상 주어를 붙여서 말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쉽습니다'라든가 '20대 고객들에게 쉽습니다'라든가 '손발이 제대로 붙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쉽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쉽다는 말의 오류에 빠지지 않게 된다. 소위 자가당착의 오류 말이다. 특히 대중적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배포하는 업을 하는 사람은 이런 오류를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쉽다는 말 대신 '아름답다', '멋지다', '돈을 많이 벌 것이다'를 대입해도 결론은 비슷하다.

항상 주어를 잊지 마라. 만약 주어를 안 쓴 경우라면 기본은 '나는'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 그렇게 때문에 내가 늘 하는 질문을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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