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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장기투자와 웹 서비스

오늘 아침 모 케이블 방송국에서 일반인들의 전화 신청을 받아 해당 기업의 투자 정보를 분석해 주는 특별 방송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전화 문의가 몇 개월 전 심지어 며칠 전에 산 주식을 "장기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나 팔아야 하나?"를 묻는 것이었다. 처음에 두 명의 투자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해 상세한 분석을 하더니 점점 이런 질문이 반복되자 두 사람의 논조가 뚜렸해졌다.

- 도대체 장기 투자의 기준이 뭔가?
-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6개월도 장기 투자라고 한다
- 정말 장기 투자는 최소 2년 이상은 되야 한다

얼마나 속이 터졌으면 이런 이야기를 두 사람은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 주식은 갖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아무래도 질문자는 그런 장기적인 보존이 어려울 듯 하니 그냥 팔아서 현금화해라. 대충 이런 식의 대답이 반복되었다. 프로그램을 지켜 보며 웃음을 띄고 있지만 그야말로 쓴 웃음이 분명한 두 명의 투자 분석가들에게 깊은 공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바닥도 다를 바 하나 없어서.

아직도 닷컴 버블 시대(dot com bubble)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특별한 웹 사이트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한 웹 서비스가 순식간에 수백만 명을 모아서 금새 돈을 벌 것처럼 착각한다. 얼마전까지도 싸이월드를 이런 급성장의 예제로 삼곤 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4년 이상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여 겨우 300만 명 가까운 사람을 모았고,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합병된 후 급성장했다는 것을 안 후 싸이월드 급성장 운운하는 헛소리는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급성장한 미국의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를 거론하는 경우가 또 생기고 있다.

아직도 급성장의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영어를 주요 언어로 하는 도메인(domain)과 한국어를 주요 언어로 하는 도메인의 차이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언어다. 단지 그것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마켓 사이즈는 1/100이나 1/10000 이하로 줄어들기도 한다.

또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떠한 웹 사이트라도 그것이 히트를 칠만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루에 동영상을 보는 횟수가 1억 번이 넘었다는 유튜브 또한 2005년 1월에 설립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준비를 했고 투자를 받았고 급속히 성장한 것은 맞다. 그러나 만든 지 6개월 만에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성공하는 웹 사이트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미국의 투자 환경과 한국의 투자 환경이 다른 것은 단지 아이디어에 대한 인정이나 투자 규모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투자를 위한 검토 시간과 투자 결정의 과감성, 투자를 위한 산업 환경과 투자 금액이라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이것을 투자 부문에서 "미국에서 한 달이면 될 것이 한국은 6개월이 걸린다"라고 표현해도 좋다. 그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단기간에 대량의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더라도 수익을 창출하여 그 동안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고 진정한 재부를 쌓기에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본이 투자되면 그것을 회수하고 잉여 자본을 생산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고전적인 산업군의 상품, 유통과 온라인 산업군의 상품, 유통이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당신이 바라는 것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늘 새로운 웹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면, 혹은 웹을 이용한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다면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에 대한 여유로운 판단이다. 3개월 개발하고 6개월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망상을 접어라. 그런 망상에 빠져서 투자자들을 현혹하던 자들이 닷컴 버블 시대에 매우 많았다. 대한민국에도 도래했던 닷컴 버블 시대의 수 많은 기업들은 그런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파괴적인 망상인 지 수조 원을 날리며 증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주와 투자자들은 이런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선에서 일하는 실무자들도 간혹 이런 망상에 빠져 핑크빛 꿈을 나열한다.

꿈에서 깨라.

기업은 사람과 같아서 성공하기 보다는 더욱 훌륭해지길 바래야 정말 성공하는 사람, 기업이 된다. 기업이 눈 앞의 성공을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면 결국 거기에서 모든 것은 끝날 것이다. 매출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 장부를 변조하고, 단기 이익을 위해 부정직한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며, 고객을 속이는 유통 구조를 창출할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라, 돈나무, 골드뱅크가 떠 오르지 않는가? 현재를 보라, 한글 키워드, 스파이웨어 프로그램들이 떠 오르지 않는가? 이들은 목표하는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결국 그 목표에 도달하자마자 더 이상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해 찬연히 멸망했다. 그리고 멸망할 것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어린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멍청이가 되는 것처럼 기업 또한 눈 앞의 목표에 몰입하면  다를 바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모든 주식 투자자들이 2년 이상을 장기적인 투자로 받아들일 수 없듯 기업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원칙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주식이든, 기업이든, 사람이든 몇 개월 안에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성공과 이윤 창출을 구분할 때 비로소 투자와 경영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성공과 이윤 창출을 동일하게 본다면 결국 단기적 이익으로 삶을 이어가는 하루살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런 인생, 그런 경영, 그런 투자야말로 가장 저열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최소 2년을 생각하며 주식을 사는 것을 장기적 투자라고 한단다. 그럼 새로운 웹 서비스로 성공을 도모하는 당신은 얼마의 기간을 투자해야 하는가? 최소한 6개월이나 12개월은 아니다. 벤처라는 이유로 자신의 망상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 망상은 망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