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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글 속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명칭

예1)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2)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3)
"필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각각의 예는 말하는 자의 지위가 아니라 듣는 이를 어떻게 설정하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1)은 논설문이나 주장을 담은 글 혹은 듣는 이가 광범위한 글을 쓸 때 적절하다. 반면 예2)는 듣는 이와 대화를 추동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경우에 적절하다.

예3)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인데, '필자'라는 표현은 마치 제 3자의 의견을 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객관성을 부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필자라는 표현과 유사한 것을 써 보면 무슨 말인 지 이해가 된다. 육군 장군이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고 생각해 보라,

"F15의 수입 과정에 로비가 개입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장군이 생각할 때 로비는 보편적인 일이긴 하지만 국가적 사업이 로비에 의해 좌지 우지 되는 건 문제가 있다."

장군 대신 필자를 넣어보라. 만약 장군을 사용했을 때는 어색했던 문장이 필자를 사용했을 때 유연하게 보인다면 여러분도 이미 필자라는 잘못된 표현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글을 쓸 때 과감하게 '나'라는 대명사를 사용하라. 불필요하게 겸손함을 보일 필요는 전혀 없다. 글에서 '나'라고 자신을 지칭한다하여 반말이라든가 건방지다거나 주장이 강하다거나 겸양의 미덕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가당치 않다. 자신을 지칭할 때 왜 '필자'와 같은 어설픈 표현을 쓰는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 아닌가? 자신이 이야기하고 자신이 말하고 자신이 주장하는데 왜 '나'라고 쓰지 못하는가.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간혹 댓글을 쓸 때 그야말로 반말로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댓글은 분명히 글을 쓴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다. 공개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구체적이며 '나는 ~ 이다'라고 썼더라도 그것은 반말이 아니다. 반면 그것에 덧붙이는 댓글은 글을 쓴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이 정도의 구별을 할 줄 모른다면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리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