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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블로거와 기자

의외로 '블로그에서 생산된 글'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직업을 가진 기자들이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블로그에서 생산되는 글이 대부분 잡담이며 보존해야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수 천 만 개의 블로그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블로그의 숫자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증가하겠지만 그것을 '가치가 있는 것'과 '가치가 없는 것'으로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가치있는 것만 블로그의 글이고 가치없는 것은 블로그의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의 본질적 가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과거 몇 번에 걸쳐 대부분의 블로그 글은 쓰레기라고 이야기했다. 이 표현에 발끈한 사람들은 자기 개인적 입장에서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고전적 인터넷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콘텐트를 비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의 관점에서 대부분의 블로그 글은 쓰레기다. 그러나 이 표현을 접한 많은 블로거들이 발끈하며 화를 냈다, '내가 쓴 글이 쓰레기란 소리냐?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 그럼 이런 표현은 어떤가? '많은 홈페이지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인터넷에 쏟아 내고 있다' 8년 전에 나왔던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발끈하여 화를 낸 홈페이지 운영자는 별로 없었다. 반면 '미니홈피의 글은 쓰레기다', '블로그의 글은 쓰레기다'라고 표현하면 꽤 많은 사람들(개인)이 화를 낸다. 자신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과거와 변화된 환경을 대표한다.

다시 기자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어떤 기자들은 블로그에서 발견한 글을 기초로 기사를 작성하거나 시작 포인트를 잡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이 블로그와 블로거를 기사 출처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참조 자료 정도로 생각한다. 그 이유로 '전문성'을 거론하기도 하며 '정보 가공 능력'이나 '정보 접근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은 계속 바뀌고 있다. 블로거는 직업이 아니다. 때문에 기자보다 훨씬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블로거인 경우도 있다. 정보 접근성이나 정보 가공 능력이 훨씬 높은 사람인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이들은 과거와 달리 어떤 카페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브랜드가 있는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자신의 브랜드를 달고 글을 쓴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여기 어떤 화학자가 있다. 5년 전 이 사람은 다음의 '화학자 사랑'이란 카페에 어떤 비누는 지방 제거를 한 찌꺼기로 만든다는 글을 올렸다. 어떤 기자가 이 글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은 기사를 작성하여 특종을 잡았다,

"지방 제거 폐기물로 비누 만들어 물의... 다음 카페의 '화학자 사랑'의 한 회원이..."

그리고 아마 이 화학자와 인터뷰를 해서 기사의 정확성을 높일 지 모르겠다. 또한 신빙성을 보장하기 위해 또 다른 전문가 의견을 구했을 것이며 지방 제거 폐기물로 비누를 만든 회사를 거론하고 그 담당자와 인터뷰를 따 냈을 지 모른다. 분명 최초 기사를 만든 사람은 어떤 화학자이지만 이제 그 이름은 사라져 버렸다.

2006년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 어떤 화학자가 있다. 2006년 2월 이 사람은 '불타는 나트륨'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갖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어떤 비누는 지방 제게 폐기물을 이용해서 만든다는 충격적 글을 올렸다. 어떤 기자가 이 글을 발견하고 특종을 작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 블로거에게 연락을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 보도 기사로 옮길 수 있을 지 허락을 받는다
- 저작권과 최초 기자 제공자 표기 형태 등을 조정한다


그리고 기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을 동원하여 해당 기사에 대한 추가 정보를 수집한다. 최초 기사를 제공한 블로거가 정보 수집과 기사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적인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합작 특종이 탄생한다. 기자는 자신의 미디어를 통해 기사를 송출하여 특종을 널리 퍼뜨린다. 이것은 고전적 미디어의 관점에서 '정보원'의 개념과 전혀 다르다. 고전적 의미의 정보원은 늘 숨겨진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반면 블로그는 그 자신이 공개된 정보원이며 또한 작은 미디어이기도 하다. 특종이 되려면 그 이슈가 널리 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전통 미디어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만약 그 블로거가 굳이 자신을 밝히고 싶지 않다면 고전적 의미의 정보원을 자칭할 수도 있다. 출처를 밝히지 말고 써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혹은 기자가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한 네티즌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기자들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기사를 작성하고 마치 자신이 직접 조사, 연구를 한 듯 치장한다. 그러나 결국 그 정보원의 위치는 검색 엔진이나 입소문을 통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기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블로거와 기자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런 관계는 점차 더 강화될 것이다. 기자들은 현안 이슈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블로거에게 질의하게 될 것이다. 또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블로그를 통해 수집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자가 더 이상 블로그를 정보 수집처나 익명의 정보 제공자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블로그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 브랜드를 기자가 살려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블로거는 기자를 돕지 않을 것이다.

세 줄로 정리하는 센스를 발휘해 본다, (블로그는 도메인과 브랜드를 의미하며 블로거는 사람을 말한다)

- 블로거는 직업이 아니다
- 블로그는 브랜드다
- 블로거와 기자는 협업 체제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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