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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블로그 특종 25시

김완섭의 악플러 소송 사건을 알게 되고 조사와 기사를 작성한 후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 25 시간 전이었다. 이 기사를 블로그 특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것이다. 블로그 특종이라는 것의 개념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 기사는 충분히 그럴만한 요건을 갖고 있다. 그걸 설명하는 건 자화자찬이 될테니 생략한다. 다만 블로그 특종이 일반 기자의 특종이나 오마이뉴스로 대표되는 한 도메인에 묶인 시민 기자의 특종과 차이가 나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블로그 특종의 조건

1. 블로그가 1차 미디어일 것
2. 블로그를 통해 최초 배포될 것
3. 오직 블로그에만 존재할 것

만약 직업 기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어떤 기사를 올리고 그것이 유명해졌다면? 그건 블로그 특종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그 직업 기자가 특종을 발견하게 된 경로가 자신의 직업과 전혀 무관한 어떤 것이었으며 오직 블로그에만 그 기사를 썼고 또한 그 블로그에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블로그 특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다.

블로그 특종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여러 경로로 배포될 수 있다. 특별히 다른 미디어로 배포되어서는 안되거나 독점을 유지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곤 오히려 널리 배포되는 것이 블로그 특종의 특성 상 유리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유일한 특종 기사를 최초에는 단 하나의 채널로 배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자신이 쓴 기사를 오마이뉴스와 미디어 다음 블로거 기자단에 동시에 배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배포한 기사는 둘 중 하나만 선택을 하거나 둘 다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종은 한시적으로 유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 점을 블로그를 통해 기사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비록 여러 미디어에 자유롭게 자신이 쓴 글을 배포할 수 있더라도 특종의 경우엔 한시적으로 단 하나의 미디어에만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특종의 가치를 가질 수 있으며 더욱 확실한 지원을 미디어로부터 받을 수 있다.

블로그 특종과 매체의 인용 범위

토요일 저녁에 발생한 일이라 아직까지 다른 언론사들은 적극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직접 작성한 2 개 버전의 기사를 제외하고 데일리 서프라이즈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친일파가 누리꾼을 고소해?"라는 기사가 유일하다. 그런데 이 기사의 작성자인 유성호 기자는 이 기사를 작성하며 내게 어떤 사전 통지도 하지 않았다. 아마 이 기자는 블로거 혹은 블로그라는 존재가 특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만약 내가 경쟁 언론사의 기자였다면 과연 아무런 통지없이 저런 기사를 쓸 수 있었을까? 저 기사는 내가 원래 썼던 기사를 재편집한 버전일 뿐이다.

물론 다른 매체에 이 뉴스를 퍼뜨려 준 것에는 감사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이것이 다른 언론사의 특종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은가? 그건 업계의 관행과 공정 경쟁을 깨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유성호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마치 "미디어 다음의 기사"에서 발췌한 듯 표현하고 있다. 아니다. 내가 미디어 다음에 공급한 기사이며 따라서 "블루문의 기사"에서 발췌했다고 표시해야 한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미디어 다음에 올라가 있는 내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

나는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했을 뿐 미디어 다음에 해당 기사를 팔거나 넘긴 것이 아니다. 아래 링크는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기자단' 안내글이다. 어디에도 블로거의 기사를 미디어 다음이 소유한다는 표현은 없다.

http://feature.media.daum.net/bloggernews_info.shtm

이것이 내가 미디어 다음에 그동안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특종성 기사를 공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 다음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사를 제공받게 되고, 나는 미디어 다음을 통해 내가 쓴 기사를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한다. 기사의 수정 삭제 배포 권한은 여전히 내가 갖고 있다. 그래서 win-win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매체에서 내가 작성한 블로그 기사를 기초로 기사를 작성할 때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인용이나 참조가 아니라 이번 기사처럼 거의 기사를 통째로 가져다 쓸 경우엔 특히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1월 하순 원희룡 의원과 인터뷰한 기사가 미디어 다음을 통해 공개되었을 때 몇몇 언론사가 이 기사를 참조하여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리고 기사가 공개된 후 내게 연락을 해서 양해를 구했다. 사전 양해가 필수였으나 사후라도 이런 연락을 한 것에 만족했다. 이번 김완섭 고소 건의 경우에도 한 언론사는 내게 양해를 구하고 기사를 소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선선히 허락을 했다.

기자들에게 권고함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뉴스를 발굴하는 기자들에게 권고한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마치 공공재인 것처럼 이용하지 말라. 또한 블로거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마치 허락 받은 듯 그 내용을 참조하여 기사를 작성하지 말라. 전문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블로거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

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기자들이나 다른 언론사, 웹 사이트에서 내가 공개한 글을 마음껏 인용하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그것의 출처를 정확히 표기할 것이며 내용을 함부로 수정, 삭제하지 말라고 말한다. 블로그와 블로거는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나는 그 중의 일부일 뿐이다. 과거처럼 블로거가 쓴 글을 "한 블로거가 말하길..."는 식으로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면 나는 내가 쓴 글을 회수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글을 사서 써야 할 것이다. 그런 시대도 곧 올 것이다. 블로거의 특종을 사서 써야 하는 시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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