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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Insight

클라우드와 자유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 온 트윗...

정지훈 Jihoon Jeong
최근들어 가장 공들여 쓴 글이지만, 가장 덜 읽힌 글. "클라우드 시대의 자유란?". 역시 어렵고 고민이 필요한 글을 사람들은 싫어한다.



가서 읽어 봤다. 인문학적 접근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부딪치는 일련의 제도적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짧게 코멘트를 달려다 생각을 정리할 겸 좀 길게 쓰기로 했다. 님이 '자유'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로 접근했다면 나는 웹 서비스 기획자로서 실제 적용 측면에서 생각했다.

현재 대부분의 웹 서비스는 하나의 도메인(domain)에 묶인 사용자를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도메인은 하나의 사업자를 의미하고 사용자는 그 사업자와 계약 관계를 맺게 된다. 현재는 거의 모든 웹 사이트가 회원 가입을 할 때 일종의 계약서에 동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오래전에는 그런 양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회원 가입을 할 필요가 없는 웹 서비스가 대부분이었고 설령 회원 가입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계정(account)을 만들기 위한 구분 정보(identity)를 요구할 뿐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상업성을 발견한 일군의 사람들이 재빠르게 웹을 통해 상업 활동을 시작했고 나중에 정부는 이것을 법률로 규제하기 시작한다.

꽤 시간이 흐른 후 대부분의 웹 사이트가 법률적 규제 하에 놓이게 되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로 표현되는 분산 저장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제 하나의 도메인에 여럿의 사업자가 얽히고 섥히는 관계가 보편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SNS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API 댓글이다. 국내외 많은 웹 서비스가 직접 제공하는 댓글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등 타사의 서비스 이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여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댓글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만약 어떤 사용자가 트위터 계정을 이용하여 조선일보의 어떤 기사에 악성 댓글을 남겼다고 하자. 기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그 트위터 계정 사용자를 고발.고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측이 댓글 삭제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를 또 고발.고소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그 댓글은 트위터로부터 온 것이라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법률적으로 오직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런 사소한 문제는 SNS 서비스들이 얽히고 엮임에 따라 좀 더 복잡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님의 글에서 예시된 "떠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 당장 트위터 계정을 삭제한다면 그 동안 썼던 모든 글을 회수할 수 있는가? 트위터에서 제공한 API를 통해 퍼져 있는 글을 회수할 수 있는가? 혹은 회수를 보장할 수 있는 어떤 장치가 있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자유'라는 것을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면 분명 보장되어야 하는 일이다.


10여 년 전부터 웹 서비스를 만들 때 개발자들에게 반드시 보장해야 할 기술로 '백업(backup)'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든 사용자가 기록한 정보를 사용자 자신이 화면에 노출된 형태 그대로, 사용자에게 반응한 모든 기록 (댓글과 로그를 포함하여)을 포함하여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자유를 보장한 상태에서 최대한 매력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들어오면 못 나간다는 식의 서비스는 결국 사용자 재방문과 구매력을 떨어 뜨릴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내 고용주는 왜 백업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들에게 사용자는 고객이고 고객 목록은 가장 큰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이용 약관도 마찬가지다. 나는 약관 계정이 있을 경우 법률적인 고지 외에 사용자들이 겪을 수 있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청했다. 예를 들어 "3개 사이트가 통합될 것이다. 수십가지 약관 내용이 변화될 것이고 그건 알아서 읽어봐라. 약관에 동의 못하면 탈퇴하면 된다" 따위의 메일을 보내지 말자고 했다. 법률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와 함께 그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기하자고 했다, "3개 사이트로 통합되어도 더 많은 광고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통합 사이트는 이런 저런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원치 않는 서비스로 여러분의 개인 정보가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세한 안내를 하자고 했다. 고용주가 대답했다, "왜 그런 걸 해야하나? 사람들은 어차피 별로 신경 안 쓴다."

클라우드와 자유라는 글에서 이야기하는 법률적 검토 전에 우리가 넘어야 할 큰 벽이 몇 개 있다. 웹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는 내 입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벽은 고용주의 "왜 그래야 하나?"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그렇게 해서 돈이 더 벌리나?"라는 질문으로 곧장 이어진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그런 걸 원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대답하는 것은 쉽다. 실전은 이론 이상의 풍부한 예제와 신뢰를 필요로 한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 얼마나 이런 질문들과 싸워야 할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