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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대상포진과 등 통증

지난 주 화요일부터 왼쪽 등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워낙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 다음 날 조금 더 심해지길래 스트레칭을 한 시간 정도 했더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금요일 밤,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마치 왼쪽 등에 30초 간격으로 찍어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위염이 있을 때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근처 약국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니 위장약과 진통제를 줬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이젠 왼쪽 등 전체와 옆구리가 아파오는데 5초 간격으로 이종격투기의 암바 공격을 받는 것 같았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아팠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 조금 나아 질 것 같아 샤워실로 들어가 옷을 벗는데 배 부위에 붉은 기운이 있었다. 잘 살펴 보니 물집 같은 것이 조금 잡혀 있고 배 부위에서 옆구리를 지나 등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 근처 병원에 갔다.

다행히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어서 당직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문진 - 묻고 답하여 진료함 -을 하며 이런 저런 증상을 물어 보았는데 내가 배 쪽에 물집 같은 것이 있다고 하니 옷을 벗으라고 했다. 부위를 살펴 보더니, "대상포진입니다"라고 한다. 대상포진이라고 어디서 들어 본 적은 있는데 확실히 아는 병은 아니라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배쪽에서 옆구리로 이어지며 물집이 잡히는 병이라고 한다. 몸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신경 부위에 침투하여 발생하는 병인데 면역력이 약해지면 간혹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문득 포진은 '물집이 집중적으로 잡히는 것'이라는 의미는 알겠는데 '대상'은 무슨 의미인가 싶어서 의사에게 물어 봤다. 의사가 멀뚱하게 쳐다 보더니 "대상포진이라구요"라고 한다. 나는 다시 "대상은 무슨 의미인가요?"라고 물었다. 옆에 있던 다른 치료사가 "대상포진은 고유명사에요"라고 한다. 나중에 집에 와서 한자사전을 찾아봤더니 대상은 "허리띠를 두른 모양"이라는 의미다.

대상포진의 발병 원인은 여러가지지만 원인 바이러스는 수두 바이러스라고 한다. 내 기억에는 없는데 아마 나도 어렸을 때 수두에 걸린 적 있었나 보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수두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해 있다 면역 체계가 약화되면 그 틈을 뚫고 나온다고 한다. 그 증상이 물집이고 내 경우엔 다른 대상포진 환자가 그렇듯 배와 옆구리, 등 쪽으로 나온 것이라 한다. 이제 시작한 것이라 얼굴이나 다른 쪽으로 확산될 지 알 수 없지만 치료를 시작했으니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문제는 통증이다.

나는 '신경통'이라는 것의 정의를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대상포진의 원인 바이러스인 수두 바이러스는 신경 부위에 잠복하고 있다가 발병하게 되는데 내 경우엔 등과 옆구리 통증으로 나타났다. 이 부위를 관장하는 신경 부위에서 수두 바이러스가 "I'm here!"하고 나타난 것이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자극하니 그 고통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의 고통이라고 할까. 진통제를 먹어서 지금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지만 엊그제 밤만 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등을 두드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상포진은 대개 3~4주 정도 안에 진행이 마무리 된다고 한다. 특별한 약이 있는 건 아니고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의사는 5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병이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물어봤더니 그런 것은 아니고 대상포진의 경우 안정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행동의 제약을 할 필요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입원을 하더라도 5일이 지나면 완치가 되든 안되든 퇴원을 한다고 한다. 매일 3차례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안정을 취하면 물집이 잡힌 부위의 2차 감염이나 신경통이 고질화되는 걸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바로 이것 때문에 의사에게 통원 치료를 받겠다고 이야기했다. 내 경우엔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오히려 병이 더 악화될 것 같았다. 의사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통원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물론 의사의 말을 듣는 게 좋겠고 내가 아무리 예민하다고 해도 의사의 조언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도 내가 견디지 못할 입원이라면 거부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며칠 경과를 보고 더 심해지면 다시 입원에 대해 의논해 보기로 했다.


현재 내 대상포진은 진행 중이라 결론을 내리기 힘들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몇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첫째,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임의로 판단하지 말 것. 나는 평소 위염이 있고 위염 증상이 있을 때 등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 병원을 찾지 않고 위장약을 먹었는데 만약 물집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슨 병인지 모르고 계속 불필요한 위장약만 먹었을 것이다. 매일 자신의 몸을 살펴 보며 어떤 변화가 있는 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와 다른 변화가 몸에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그런데 의사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는데, 물집이 나타나기 전에 병원에 왔다면 자신도 대상포진인지 바로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둘째, 고통을 참지 말 것. 많은 의사들이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고통은 신체의 호소다". 즉 고통이라는 것은 신체에 이상이 왔기 때문에 그것을 신경계를 통해 뇌가 인지하고 대처하도록 호소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고통이 있을 때 진통제를 먹거나 무작정 견디기 전에 병원에 찾아가는 게 좋다. 말 못하는 짐승도 아닌 바에야 고통을 견디는 것은 어리석다.

셋째,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일요일 응급실에서 당직 의사가 "요즘은 자기 병에 대해 다 알고 찾아 온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증상에 대해 먼저 알아 보고 와서 "이 병이 아니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아파서 인터넷 검색할 생각도 못하고 병원으로 뛰어 갔고 다행히 쉽게 병명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예전에 배 주위로 물집이 잡히는 어떤 병에 대해 읽은 바는 있었지만 의사에게 "이런 병이 아니에요?"라고 묻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의사의 판단을 믿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의사와 병에 대해 상담하고 토론하여 답을 얻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등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등에서 시작하여 옆구리 혹은 다른 부위로 부정확하게 아프기 시작하고 배나 옆구리 혹은 다른 부위에 작은 물집이 보이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혼자 견딜 생각말고 즉시 병원으로 가 보는 게 좋겠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데 대개는 노인이나 항암치료를 받는 분들께 나타나지만 나처럼 지병이 있거나 오랫동안 심하게 무리한 생활을 한 경우, 혹은 심한 스트레스를 집중적으로 받으면 젊은 사람에게도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죽을 병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고, 신경통이 만성이 되지 않게 열심히 치료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 신경통은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정말 아프다... 게다가 이 병 치료를 위한 주사제도 찐득한 것이어서 - 입자가 굵다 - 한 번 맞고 나면 엉덩이가 정말 우울할 정도로 아프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