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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프리젠테이션 잘하는 법, 프리젠테이션 젠

지난 주 출판사 편집자와 잠깐 만날 시간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가 대뜸 "IT 업계에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관심이 많나요?"라고 물어 봤다. 난데없이 웬 프리젠테이션 질문인가 싶었는데 최근에 나온 한 서적의 매출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한 출판사에서 <프리젠테이션 젠>이라는 책을 냈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나도 yes24라는 서적 판매 웹 사이트의 홍보 메일을 통해 이 서적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매출이 꽤 쏠쏠하다고 한다. 질문을 했던 출판사에서도 프리젠테이션과 관련한 서적을 몇 권 출판했는데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프리젠테이션 젠>은 아직 읽어 보지 못했는데 쉽게 읽을 수 있고 북미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전문적인 기업의 종사자가 쓴 책이라고 한다.

나는 농담삼아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것은 타고 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스티븐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동영상이나 관련 서적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해 만약 스티븐 잡스와 같은 저명함과 애플을 열렬히 지지하는 팬이 참석한 자리라면 누구라도 스티븐 잡스처럼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쯤 농담이지만 반은 진심이었다.


이주일의 이야기

지금은 고인이 되신 코메디언 이주일은 오래 전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방청객들은 코메디언이 나오면 한 번 웃겨보라는 자세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니가 웃기면 얼마나 웃겨? 날 한 번 웃겨봐라는 식으로 근엄한 자세를 취하면 어떤 코메디언도 웃기기 힘들다.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앞에서 코메디언이 웃길 수 있는 것이지 웃지 않겠다고 작정을 한 사람 앞에선 코메디언도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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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읽은 인터뷰라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저런 내용의 인터뷰를 한 기억이 난다. 좋은 프리젠테이션은 프리젠테이터(발표자)의 능력과 좋은 발표 기술, 훌륭한 기자제, 멋진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프리젠테이션의 완성은 청중의 자세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청중이 그 프리젠테이션에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고 이미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발표자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이 탄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도 청중이 그것을 무시하거나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스티븐 잡스가 아니라 그 보다 더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오더라도 프리젠테이션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내 경험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프리젠테이션의 종류를 구분하면 대략 3가지 정도인 것 같다. 아마도 프리젠테이션을 자주 하는 분들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했을 것이다.

- 회사 내부의 프리젠테이션
- 강연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 영업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아,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프리젠테이션도 한 적 있는데 이건 매우 개인적이고 사적인 프리젠테이션이니 제외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훌륭한 이벤트가 될 수 있으니 참조하는 게 좋겠다. 사랑도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하다.

세 가지 종류의 프리젠테이션에서 크게 성공한 적도 있고 크게 실패한 적도 있다. 그런데 큰 성공과 큰 실패의 기준은 항상 같았다. "청자의 반응"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내가 작성한 프리젠테이션 문서 (발표 자료)의 양과 질은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냐면 거의 완벽히 똑같은 프리젠테이션을 두 그룹에서 한 적 있는데 하나는 청중이 발표가 끝난 후 큰 박수와 함께 다양한 질문을 했고 다른 하나는 박수는 커녕 발표가 끝나자마자 썰물 빠지듯 아무런 질문도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나는 항상 내가 최선을 다하고 청중을 이해하는 발표를 하면 최소의 성과는 거둘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전은 전혀 달랐다. 발표 즉 프리젠테이션의 성패는 발표자 자신이 아니라 청중으로부터 나온 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프리젠테이션 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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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프리젠테이션 젠>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굳이 사서 볼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프리젠테이션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나는 이 책을 사서 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만약 이 책이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청중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프리젠테이션"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또한 사 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굳이 책을 사서 다시 확인하겠는가? 물론 이런 진리를 알 지 못한다면 사서 읽어도 관계 없다. 최소한 이런 책은 파워포인트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테니.


세스고딘이 추천사를 쓴 책이니 읽을만할 것이라 지레짐작은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프리젠테이션의 젠은 이런 것이다,

모든 프리젠테이션이 가치로울 이유는 없다. 또한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이 늘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사실 모든 프리젠테이션은 그것의 청자에 딱 맞는 성공의 수준이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모든 가치는 평준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걸 안다면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p.s : 컴퓨터에 있는 직접 작성한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찾아 보니 서로 주제가 다른 것만 200개가 넘는다. 그 중에 성공한 것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