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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웹상에서, 다의적 표현의 문제

웹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자주 "웹 상에서"라는 표현을 쓴다. 아마도 "on the web"이라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상'은 아마도 '上'이라는 접미어로 쓰는 것 같은데 "어떤 추상적 위치"를 뜻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흔한 문장으로 이런 것이 있다,

"채팅 서비스는 웹 상에서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서비스를 웹 상에서 모두 구현했다"

예제의 두 문장을 다른 방식으로 써 보면 이렇다

"채팅 서비스는 웹 사이트에서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서비스를 웹 인터페이스로 모두 구현했다"

"웹 상에서"라는 표현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대개의 경우엔 '상'이라는 접미어를 쓸 필요가 없다. 그냥 "웹에서"라고 표현해도 이해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치 '~적'이라는 접미어를 매우 자주 사용하는 문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웹 상에서"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다.


나를 포함한 웹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영어식 표현을 매우 자주 사용하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표현보다 이해하기 쉬운 한국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웹 상에서"와 같은 표현은 아주 오래전부터 들었던 것이지만 별 다른 문제 의식 없이 지금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영어와 한자 접미어를 섞어 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이라는 한자 접미어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상황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은 고의적으로 "웹 상에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상'이라는 접미어의 다의성을 고려하여 "웹 인터페이스에서", "웹 사이트에서", "웹 커뮤니티에서"와 같은 다의적 느낌을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한 번에 전달하는 것보다 의미를 구분하여 전달하는 것이 듣는 사람을 이해시키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나 싶다. 개인적인 바람이 하나 있다면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가급적 "웹 상에서"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프리젠테이션과 같은 자리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